– “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 영국 수상 처칠의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 구리시에 산재한 문화 유적의 탁본으로 과거에서 교훈을 찾는 중요한 행사
“나를 유상규의 곁에 묻어주시오.”
‘도산 안창호’선생님께서는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동지이자 제자였던 유상규열사가 독립투쟁 중에 돌아가시자 망우리에 그를 묻고 나서 몹시 애통해하며 주변의 동지들께 당부하셨다. 부모님께 받은 소중한 신체라는 생각에 한국인은 생을 다 한 후의 안식처를 중요시했다. 도산선생님께서는 사후의 거취를 가장 아끼던 제자의 곁으로 정하셨다. 이후 안창호선생님께서는 망우리 묘역 유상규 열사의 곁에 안장되셨으나 도산안창호선생기념사업회 측에서 1973년 11월 10일안창호 탄신 95주년을 맞아 망우리 공동묘지의 도산 선생 유해와 부인 이혜련 여사의 유해를 도산공원으로 이장하여 모셨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아끼던 제자의 곁을 떠나셔야 했던 도산선생님의 마음은 어떠셨을까? 가까운 곳에 모셨던 도산 선생님을 멀리 떠나보냈다는 것과, 고인의 당부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은 구리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다.
10월 4일부터 9일 한글날까지 구리아트홀에서 현재 전시중인 ‘금석문에 담긴 구리시 문화유산’ 탁본전시회에서 두 독립운동가분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헤아려 본다. 영면을 편히 지켜드리지 못한 후손으로서의 죄스러움을, 도산선생님과 유상규열사의 탁본을 나란히 두는 것으로 달래어 본다.
구리시에서 시승격 30주년 기념사업으로서,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구리시 문화유산들을 소개하는 탁본전시회를 개최한 것은 “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 영국 수상 처칠의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는 말처럼, 과거를 미래의 동력으로 삼아 즐거운 변화로 더 행복한 구리시를 만들고자 하는 시민의 마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흔히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의 문화재와 예술 품격 등을 부러워하며 우리나라에는 문화와 예술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에는 자랑할 만한 문화예술이 없을까. 이제는 풍부한 컨텐츠, 스토리텔링으로 승부해야하는 시대가 왔고 우리나라는 기술 강국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은 넘치도록 준비된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으로 세계속에 한국을 부각시키고 무엇을 관광자원으로 삼아 세계인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일 것인지 한 번 쯤은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당장, 구리시 인창동 동구릉안에 자리잡고 있는 효명세자 문조의 수릉은 현재 방영중인 인기드라마와 연계하여 구리시를 알리고, 차 후 드라마가 해외로 수출될 경우 한류 관광객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구리시에 꼭 와야 할 이유를 만들어줄 중요한 관광상품이 될 수 있을텐데 갖고 있는 문화재를 가지고 컨텐츠화 하여 가치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부양시킬 수 있는 그러한 문화자원화, 관광상품화에 대한 대비책이 있는지 묻고 싶다.
화려하고 스케일 큰 중국, 아기자기하고 정교한 일본과 비교해서 한국은 대표적 이미지가 없어서인지 대다수 외국인들은 중국여행 후 한국에 들르지 않고 바로 일본으로 건너가 버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한 도시의 문화예술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 중의 하나가 해당도시 내에서의 금석문의 보존과 계승이라는 전문가의 말을 차치하고라도, 당장 구리시만 해도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탁본들이 많아 활용할 수 있는 문화적 자산이 풍부함에도 시민에게 널리 전시 및 계승되어 지역사회에 대한 애향심을 기르는 방편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구리시 향토유적보호조례’로 관련 조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조례에 의거한 지정관리가 없고, 이러한 점은 구리시의회 시의원들에 의해 여러차례 문제제기가 되었으나 시 차원에서 반영이 되었는지 여부는 시민으로서는 체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임의규정이냐 강행규정이냐는 얘기보다는 찾아서 실행하는 적극적 행정을 기대해본다.
중요한 향토문화재를 보존하고 계승한다는 사명감으로 이번 ‘탁본전시회’를 위해 며칠이고 망우리 묘역 비석 옆에 서서 배접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구리 향토사 연구소 이면옥회장님과 구리문화원 유승민사무국장님께 인터뷰를 요청했다.
“저희 향토사연구소는 2003년 문화관광해설사 교육을 받은 30명의 뜻있는 회원들이 결성해서 처음에는 구리시의 우물을 조사했어요. 조사결과 보고서를 내야하는데 지면이 없어서 구리문화원에서 발간하는 책자의 부록에 냈지요. 그런데 활동하던 도중, 위인들의 묘소와 비석이 잘 관리가 안되고 자꾸 마모가 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후손에게 물려줄 방법이 없을까 하다보니 탁본으로 가닥을 잡았죠.
‘만해 한용운’선생님의 묘소는 묘소 자체로서 문화재로 지정된 부분도 주목받아야 하고요, ‘한용운선생님, 오세창선생님’의 비석 탁본의 경우, 당대 최고 명필 ‘여초 김응현’선생님의 글씨이기에 서예사적으로도 대단히 가치가 높거든요. 저는 원형에 맞게 복원 및 보존할 수 있게 ‘비지정문화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탁본하면서 보니 가치있는 문화재가 참 많더라구요. 탁본을 하면서 인물조사를 한거죠. 이 분은 대체 어떤 분이실까 하고. 그렇게 돌아가신 위인들에 대해 조사하면서 동시에 현재에는 존재하지만 곧 사라질 위기에 있는 유형 무형의 문화유산들, 그 중에서 갈매동과 사노동의 어르신들을 찾아가 ‘회다지소리’를 저희가 채록해 보존을 했구요. 동시에 그 분들께 옛이야기 마을 역사들을 듣고 기록으로 보존했어요. 어르신들께서 돌아가시면 모두 사라질 현대사인데, 그게 또 우리 후손에겐 역사가 되잖아요.
아, 왜 했느냐고요? 그냥, 사명감, 사명감인거 같아요. 저희가 살아온 시대, 이 역사를 후손에게 원형 그대로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었어요.” 구리문화원 유승민국장님께서는 “구리시의 지역문화유산 발굴작업에 있어 그 작업규모와 지원필요성은 우리 시 안에서만 고려되기에는 너무도 대단위 사업입니다.
경기도에 의한, 도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도의원님들께서 기여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남양주는 실학 박물관이 있어 자랑스런 문화유산에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 구리시에는 박물관이 없어요. 그게 참 아쉽습니다. 찾아보면 분명 구리시 안에서 박물관 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문화재의 경우 시민들께 널리 알려지고 받아들여져 시민 스스로 아끼고 자랑스러워해야 할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소극적으로 보존만 하려는 부분은 문화유산 활용의 장벽이라 봅니다.
미래세대인 학생들에게 동구릉을 알리려는 취지에서 힙합공연을 기획해보기도 했는데, 무조건 전통예술 공연만 허가되는 실정이거든요. 바람과 물이 비석을 풍화시키듯, 자연의 일부인 사람의 입김과 손길이 문화재에 조금 닿는 것은 괜찮지 않겠느냐 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 최근 가장 인기있는 탤런트 박보검이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에서 그려내는 효명세자 이영은 구리시 인창동의 동구릉 내의 수릉(綏陵)에 문조(文祖)로 추존 (追尊)되어 모셔져 있습니다. 추존 (追尊)이란 살아 생전에 임금으로 등극하지는 못했거나 폐위되었던 임금들 중에서 사후(死後)에 다시 왕으로 모시는 것인데 효명세자께서는 세자의 신분으로 돌아가셨기에 돌아가신 후에 문조로 추존한 것이지요.
청명한 가을 날, 구리아트홀에서 도산 안창호 선생님을 떠올리며 이번 주말까지 열리는 탁본전시회를 보시며 동구릉에도 한 번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선현의 숨결이 오롯이 담긴 비석과, 그 비석을 어루만지며 사명감으로 탁본을 만들어 역사를 전하시는 향토사 연구소의 박명섭소장님을 비롯한 모든 회원님들의 정성을 보며 이 시대 우리가 오늘의 역사를 만들 수 있게 이 나라를 사랑하신 많은 위인들의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커다란 발걸음을 느껴 보는 의미있는 가을 날, 자신만의 역사를 써보시기 바랍니다.
자유기고가 김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