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진의 건강편지 41
-나에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매화나무)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봄의 향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아파트 화단의 양지 바른 쪽에서는 벌써 목련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광양에는 매화마을이 있습니다. 봄을 기다리기보다 먼저 맞이하고자 마중을 나갔습니다. 섬진강을 따라 가는 기차여행은 언제 봐도 멋집니다. 여성의 허리마냥 부드러운 곡선의 길속에 차창 밖으로 개나리며 매화나무가 듬성듬성 보이면서 말입니다. 사실 매화를 이렇게 군락으로 본 적은 처음입니다.
벚꽃은 주위에서 많이 봐왔지만 매화는 처음입니다. 사군자중의 하나인 유명한 매화를 이렇게 본다 생각하니 조금은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광양의 매화는 척박한 산등성이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습니다. 이렇게 핀 매화나무를 바라다보니 맨 처음 광양의 산등성이에 매화나무를 심은 마음이 어떠했는지 헤아려 봅니다. 바다와 가깝다 하지만 척박한 산으로 이루워진 광양의 살림살이는 고달프기보다 곤궁했으리라 생각됩니다.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혹은 민둥산에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심었을 것인데 지금에 와서는 독특한 지역관광자원이자 먹거리로 성장했으니 조상님들의 혜안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매화나무는 벚꽃과 유사하긴 하나 나무가 위로 자라는 벚꽃나무와는 달리 매화는 옆으로 자라 키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마치 동양 사람이 서있는 것 같습니다. 매화에게 빼놓을수 없는 게 향입니다. 향으로 비교하면 매화가 단연 으뜸입니다. 달빛아래 하얀 매화나 무아래서 매화향기에 취하다보면 그 어떤 세레나데보다 감미롭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젊은 청년들에게 프로포즈의 장소로 제안 드려 봅니다.
매화는 이 봄을 지나면서 매실이라는 열매로 변합니다. 매실을 오매(烏梅)라고도 하는데 맛은 시고 성질은 따듯합니다. 수렴의 기운을 가지고 있어 설사나 이질 그리고 혈뇨를 멈추게 하고 갈증을 없애주기도 하며 구충제로도 이용됩니다. 우리 몸에 진액을 생성시켜 갈증을 멈추게 하기도 합니다.
봄은 발진(發陳)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어려운 말이지만 겨우내 잠복해 있던 낡은 것을 뿜어낸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봄에는 체내의 독소를 품어내는 과정으로서 피부병이 발생 하기도 합니다. 이는 봄의 기운이라 할수 있는 몸 안의 독기를 발산하는 특징으로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는 연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봄은 늦게 잠자리에 들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생기를 마시며 무엇이든지간에 죽이지 않고 살리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또한 빼앗지 말고 베풀어줘야 하며 상은 주되 벌은 주지 말아야 합니다. 봄에 맞는 기상습관 그리고 봄의 생성이 주는 기운처럼 살리는 계절의 의미를 알아야 하겠습니다.
이는 봄의 특성을 반영한 양생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먹거리로서는 대사 작용이 왕성해지는 절기이니만큼 달고 매우며 따뜻한 음식을 취하고 시고 날것 그리고 기름지고 찬 음식은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봄나물로 하여금 겨우내 정체되어 있는 내장의 독기를 해독하고 혈액의 순환을 촉진시키는 것 또한 자연의 변화에 발 맞추는 인간의 겸허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봄이 주는 향연을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봄에 나는 모든 식물들은 먹을 수 있는 계절입니다. 봄을 즐기고 노래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