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 영남 알프스 태극종주 – 첫째 날
도전은 인생을 흥미롭게 만들며, 도전의 극복이 인생을 의미 있게 한다.
벼르던 영남 알프스 태극종주의 길에 나선다. 누가 나보고 왜 산에 가냐고 물어보면 난 이렇게 대답한다. 인생을 연습하기 위해서라고. 인생은 그때 가봐야 실제로 맞닥트리지만, 산은 내가 경험할 수 있는 능동태이니까 말이다. 1무1박 3일의 산행을 총평하면 영남알프스의 매력에 폭 빠지고 왔다 할 수 있다. 설악산. 북한산. 지리산에 버금가는 내가 좋아하는 산의 반열에 올려본다. 그 이외 자연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인생은 거친 길과 꽃길을 함께 걷는다는 인문학적인 느낌까지 받게 된 태극종주의 산행이었다.
(종주 그림)
보통 산객들이 걷는 태극종주의 길은 다양하다. 여러 블로그를 보면 자세히 나와 있으니 생략한다. 안내산악회를 따라 난생 처음 산행의 길을 떠나본다. 오후 10시 반 지하철 3호역 신사역에서 차는 어김없이 떠났다. 약 30여명의 백두대간 산객들을 데리고 영남 알프스로 떠난다. 차에서 간단한 설명을 요약하면 석골사를 들머리로 하여 죽전마을 유스호스텔에서 일박하고 배내고개로 내려오는 약 45km 여정이라고 한다. 특별한 말은 없고 시간만 잘 준수하고 각자 떠나면 된다고 한다. 차는 새벽 3시에 석골사 근처에 도착한다. 가방을 메고 신발 끈을 조이고 헤드랜턴을 끼고 출발한 시간은 새벽 3시 반이었다. 지금부터 새벽 3시 반부터 시작하여 다음날 오후 3시까지의 산행을 소개해 보련다. 나 자신의 산행 속에서 느꼈던 소감에서부터 알바한 경험 그리고 내 뒤를 이어 태극종주를 하시는 분들에게 약간의 산행 팁도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운문산으로 가는 길은 5.1km, 가는 길이 제법 험하고 힘들다. 약 3시간 걸렸다. 렌턴 길에 의지하여 가다보니 많은 분들이 적지 않게 알바를 했다 한다. 이정표가 정상까지는 없고 오직 바위에 표시된 화살표에 의지해야만 한다. 개인적으로 태극종주의 길 중 제일 험한 코스중의 하나라 생각한다. 거의 정상에 다가와 여명 속에서 맞이한 상운암의 약수는 산행의 힘듬을 금세 잊어버리게 하는 마성의 약수였다. 참고로 영남알프스 산행 시 식수의 준비는 조그만 패트병 2개면 족하다. 가는 길에 약수가 있거나 사먹을 수가 있으니 가방을 줄이는 편이 낫다. 해발 1188m의 운문산에서 아침을 맞는다. 다시 걷는다. 날씨가 흐리고 안개로 말미암아 조망은 어림없다. 다음의 목적지는 가지산이다. 가지산까지 가는 길은 제법 평이 하나 제법 길다. 약 3시간 반 걸렸다. 풍광도 좋아 프로필사진하나 건졌다. 가지산 아래 산장에서 물 한 병 샀다(한 병에 3,000). 정상 인증 사진을 보니 힘든가 보다. 가지산으로 가는 도중에 아침식사를 했다. 자 이번에는 능동산(983m)으로 출발이다, 오후 1시 50분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제법 하늘 길이 열러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서서이 산행에 조바심이 난다. 가야할 길이 멀다보니 그러한가 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란 말이 있다. 천리는 400km이다. 천리란 말을 들으면 포기하지만 한걸음부터라는 말을 들으면 포기하지 않는다, 이번 산행에서 한걸음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말인지 알게 되었다. 아무리 멀고 험하더라도 한걸음부터 걷기 시작한다면 언젠 가는 다다를 것이라는… 이상은 가수의 “언젠가는“이란 노래를 생각하며 걷는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때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다음은 천황산(1189m)이다. 사자봉 이라고도 하는 것처럼 사자처럼 웅장하다, 천황산에 가는 길 중 샘물상회를 만난다. 산티아고 순례 길처럼 산의 임도를 약 4km를 걷다보면 만날 수 있다. 조금은 피곤하고 지루하지만 그곳에서 점심 식사를 해결한다. 주인장의 수도 없는 말소리 때문에 시끄럽다. 이곳의 밭이 전부 자기네 땅이라고 주저리주저리, 겨울에는 추워서 살기 힘들다고 누가 물어봤나? 내가 보기엔 겨울철에도 산객들이 오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흡사 주막처럼 생겼다. 오뎅이 맛이 없었다. 찬밥을 먹기 그래서 오뎅국을 시켰지만 말이다. 대충 점심을 때우고 가는 길을 재촉 한다. 조금만 가면 약수터가 나온다. 거기서 식수를 준비하고 천황산으로 향한다. 도착하니 오후 4시 20분. 서서히 해가 서쪽하늘을 향한다. 오늘의 마지막인 재약산(1108m) 까지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재약산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고 오늘의 숙소가 있는 죽전마을로 향한 시간이 오후 5시 20분 ! 조금만 지나면 해가 떨어지니 조금 바쁘게 서두른다. 이정표대로 따라갔는데 길을 일었다. 알바를 본격적으로 한다. 평생 처음이다. 당황해서 산행 대장과 전화통화를 해보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저 멀리서 불빛이 보인다. 나처럼 늦은 산객이다. 그 산객이랑 같이 알바 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한 시간을 찾아 헤매다 이정표를 찾았다. 거기서부터 2.3km를 더 가야 목적지가 나온다, 죽전마을이라 해서 그냥 평지를 걷는 줄 알았는데 험한 산을 넘는 게 아닌가? 목적지에 도착하니 오후 9시이다. 산 대장도 많이 걱정했나보다. 119를 부를까도 했단다. 오후 3시 반부터 시작한 산행이 오후 9시에 끝났다. 18시간의 산행이었다. 개인 최고기록이다. 내 몸과 마음에 감사하다. 죽전마을로 향한다면 조금은 일찍 서두르는 게 나을 뻔 했다. 그리고 태극 종주시 랜턴을 두 개 정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새벽 녂과 혹 저녁에도 써야할지 모르니 말이다. 도착하니 다들 꿈나라이다. 나도 누룽지를 먹고 잠자리에 든다.
산행에서 먹는 것은 허기만 달래는 걸로
– 영남 알프스 태극종주 – 둘째 날
산행시간이 길다보니 생각할 게 많아서 좋다. 개인 산행 최고기록을 경신했지만 다음날에 무릎이 생생하다. 몸이 뻐근한 게 좀 있지만 이는 이튿날 산행으로 풀어볼 요량이다. 참고로 나의 건강 비결에 대해 이야기 해보련다. 한의사이다 보니 건강 비결을 종종 묻는다. 특별한 것은 없다. 건강 관리하면서 간간이 한약 먹는 것밖에 없다. 그 흔한 비타민을 포함한 건강식품조차 먹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하나 더 깨달은 게 있다. 산행 시 먹는 음식을 최소화 한다면 산행이 힘들지 않을 것이며 무릎이나 발목 그리고 허리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산행 대장이 걱정과 위안의 인사를 건네면서 들재 날 산행을 시작한다. 오전 7시 출발이다. 둘째 날 산행은 꽃길과 같은 산행이다. 억새가 아름다운 영남알프스의 속살을 따라가 본다. 영축산에 오르는 길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약 5.1km 의 거리인데 다들 어제 고생들 해서 조금은 쉬운 길을 택한다 했지만 내가 보기엔 그닥 쉬운 길도 아니다. 영축산(1,081m)에 도착하니 오전 9시 10분이다. 오늘은 구름한 점 없이 맑고 청명하다. 스위스의 평전을 보는 듯하다. 장엄하고 우렁차며 구름아래 어렴풋하게 마을도 모인다. 역시 “영남 알프스”다는 찬사가 나온다. 계속 속살로 들어가 본다. 신불산(1,159m), 간월산(1,069m)에 도착하니 12시 05분이다. 간월산에서 준비한 식사를 한다. 신불산부터 산객들이 많아 통행이 불편하다. 산행버스가 당일 20대가 왔다하니 800명이 순간 늘어났다. 종주 산행 버스까지 합하면 더 많아질 것이다. 2000원 주고 간월산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꿀맛이다. 200원짜리 사가지고 와서 2000원에 판다고 주위에서 수근 거린다. 오후 3시까지 가면 되니 조금은 여유가 있다. 배내봉 까지 2.3km이니 말이다. 발바닥도 아프고 몸도 뻑적지근하니 조금 천천히 걸어본다. 근데 2.3km까지 2시간이 더 걸렸다. 아무래도 이정표가 문제가 있다. 죽전마을도 ,배내봉도 직진거리를 이정표로 삼은듯하다. 영남 알프스를 가시는 산객 분들은 죽전마을이나 배내봉갈 때 특히 주의를 요한다. 역시 사람은 마음의 거리와 실제 거리가 다른 걸을 느끼니 더 힘들어 한다. 배네봉에서 배내고개로 내려오다 보면 또 약수를 만난다. 마지막으로 약수를 담아 내려오니 오후 3시 10분 전이다. 긴 산행이나 힘든 산행일수록 먹는 것을 줄여야 한다는 말로 이야기를 마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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