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09. 1977년〈모정〉,〈애정이 꽃피던 시절〉(2023.04.24.)
오늘은 1977년도입니다.
“아! 1977년. 필자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창시절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참 좋은 시절이었어야 했으나, 학교·집·연탄배달! 학교·집·연탄배달! 친구들이 즐겨찾던 가평 대성리, 청평유원지와 춘천 강촌을 한 번도 찾지 못한 아픈 해였습니다.”
한가지 위안이 있었다면, 라디오에서 이주일이 진행하던 ‘세월따라 노래따라’였습니다. 옛노래 전통가요와 이미자 선생님의 노래를 연필로 가사를 적어가면서 따라 부르던 그 순간이 가장 행복했습니다.
지금까지는 필자의 1977년이었고 희망을 안겨준 1977년의 전통가요는, 이미자 선생님〈모정〉(이채주/박춘석), 김국환〈꽃순이를 아시나요〉(김중순/김희갑), 나훈아〈애정이 꽃피던 시절〉(박성규 작사·작곡), 백남숙〈연분홍 사랑〉(박춘석 작사·작곡), 윤수일〈사랑만은 않겠어요〉(윤수일 작사·작곡), 혜은이〈당신만을 사랑해〉(길옥윤 작사·작곡),〈진짜 진짜 좋아해〉(문여송/길옥윤) 등이 있고,
이 해에는 4월 14일 부산↔제주간 카페리 취항, 7월 1일 의료보험제 실시, 8월 20일 원자력발전소 고리1호기 송전, 9월 3일 제 1회 MBC대학가요제 개최, 9월 15일 고상돈 에베레스트 정복(세계 8번째 국가), 10월 6일 ‘육림의 날’ 제정, 10월 18일 KBS-TV ‘전설의 고향’ 방송, 11월 11일 이리역 폭발 사고,
태어난 인물은 3월 11일 가수 조성모, 7월 10일 가수 박주희, 9월 11일 가수 장민호 등입니다. 작고하신 인물은 2월 4일 양주동 박사, 6월 16일 핵물리학자 이휘소 박사, 8월 16일 미국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 11월 23일 영화배우 이예춘(배우 이덕화 아버지), 12월 25일 영국배우 챨리 채플린 등입니다.
–〈모정〉– 이채주 작사, 박춘석 작곡, 이미자 선생님(1977년 지구레코드사)
1절. 낯선 타국 바다 건너 열세살 어린 네가 / 오직 한번 꿈에 본 듯 다녀간 이날까지
기다리던 스무해 모진 목숨은 백발이 되었네 / 하늘 끝 저 멀리에 불러봐도 / 구슬픈
메아리에 들리는 너의 이름 / 철새도 봄이면 돌아오는데 떠나버린 내 아들은 소식도 없네
(대사 고은정) 철 없는 너를 이국땅 낯선 곳에 피눈물로 보내놓고, 만고 고생 다 시킨 못난 어미를 용서해라, 어린 네가 뼈아프게 번돈 푼푼이 모아, 이 어미 쓰라고 보내 주면서, 눈물에 얼룩진 편지에다 어머님 오래오래 사시라고 간곡히도 이르더니, 강물 같은 세월은 흘러만 가는데 보고 싶은 내 자식은 어이되어 오지를 않나, 어제도 오늘도 너 기다리다 병든 몸 지팡이에 온 힘을 다해 언덕 위에 올라가, 아랫마을 정거장에 내리는 그림자를 지켜보고 섰는데, 너는 왜 돌아오지 않느냐 강이야! 강이야!
2절. 불효자식 기다리다 늙으신 어머니여 / 오매불망 쌓인 뜻을 이제야 풀려는데 / 자식 걱정 한 평생 그리움 안고 별나라 가셨네 / 죄많은 뉘우침을 천만번 굽으소서 / 무정한 긴긴 세월 가슴이 메입니다 / 생전에 못다한 자식의 도리 어머님 영전에서 흐느낍니다
〈모정〉은 1977년 이미자 선생님께서 부른 노래로 지구레코드사를 통해 발매했습니다.
1975년 9월 13일 조총련계 재일교포 모국 방문단 700여명이 첫 입국해 2주일 일정으로 국내 산업시설 시찰과 고향을 방문해 성묘를 하였습니다. 24일 장충단 국립극장에서 열린 ‘서울시민 환영대회’에서 김희갑이〈불효자는 웁니다〉를 부르자 극장 안은 온통 눈물바다를 이루었습니다. 이 시기의 다른 가요는 이미자 선생님 1975년〈타국에서〉(정두수/박춘석), 1976년〈타국 나그네〉(박춘석 작사·작곡), 1977년〈타국〉과 1976년 문주란〈눈물의 북송선〉(박춘석 작사·작곡), 홍세민〈모국 방문〉(박춘석 작사·작곡), 김상진〈모국 방문〉(신지훈/신성국), 그 전엔 1968년 이미자 선생님〈파도넘어 내고향〉(정두수/박춘석), 1970년 MBC다큐 주제가〈재일교포〉(이경재/박춘석) 등이 있습니다.
필자는 2017년 5월 15일 방송된 KBS1「가정의 달 특별기획 ‘이미자 빅쇼’」녹화에 ‘엘레지여왕 이미자 팬클럽’(회장 가수 나미주) 회원들과 함께 초청을 받아 KBS홀에서 관람했습니다. 이미자 선생님의 〈모정〉1절이 끝나자 성우 고은정이 무대에 올라와 그 고운 목소리로 나레이션하는 것을 봤는데, 방청객들은 한결같이 손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2019년 12월 28일 방송된 KBS2「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 이미자편」16일 녹화에 초청받아 갔을 때도 이미자 선생님께서〈모정〉을 부르자 눈물을 닦더군요.
2017년 6월 12일 브런치스토리 ‘도시락’님의 글 ‘뜻밖의 노래 – 노래는 어느 때고 내 가슴으로 온다. 이미자-모정’「5월 15일 밤늦게 TV를 트니 낯익은 가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수 ‘이미자’, 그러고 보니 ‘이미자’란 이름을 한 번도 모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이미 난 항상 가수 ‘이미자’를 알고 있었다. 노래 잘하는 가수 엄마가 좋아하는 가수, 내가 좋아할 노래는 별로 없을 것 같은 가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목소리가 좋은 대단한 가수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습관적으로 TV틀기 정도의 행동으로 우연히 본 프로였을 뿐이었는데, 난 그만 울음보를 터트리고 말았다. 내가 중간부터 듣기 시작한 노래 제목은 ‘모정’이었다. 새로울 것도 없는, 그동안 무수히 들어왔을 노래일텐데… 그날 그 노래는 내 가슴속에서 새롭게 터져버렸다. 구구절절 가사를 보니 ‘엄마와 오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 아들 멀리 보내놓고, 그 보고픔과 그리움에 평생 가슴에 구멍이 났을 엄마와 자식 걱정으로 늙어가는 엄마에게 얼굴 한 번 보일 수 없는 불효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아들의 미어지는 마음이 온전히 느껴져 감정을 추스를 수 없었다. 아들을 먼저 보내고 그러한 삶을 살았을 우리 엄마는 얼마나 혼자 많이 울었을까? 하늘나라에서 우리 오빠는 또 얼마나 슬픈 눈으로 엄마를 보았을까? 마치 엄마가 오빠에게, 오빠가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같아서, 안타까운 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내 마음은 감정을 잃어버렸다. 다음날 검색을 해 보니 발표된 지 40년도 더 된 노래였다. 무슨 이유로 어린 아들을 타국에 보냈나 했더니 징용으로 끌려갔던 거였다. 슬픈 ‘모정’을 떠올리면서 몇 번을 더 들어보았다.」
–〈애정이 꽃피던 시절〉– 박성규 작사·작곡, 나훈아(1977년 오아시스레코드사 MV)
1절. 첫사랑 만나던 그 날 얼굴을 붉히면서 / 철없이 매달리며 춤추던 사랑의 시절 /
활짝 핀 백합처럼 우리 사랑 꽃 필때 / 아하 아아 아아아 아 떠나버린 첫사랑
생각이 납니다 / 애정이 꽃피던 시절
2절. 첫사랑 만나던 그 날 행복을 꿈꾸면서 / 철없이 매달리며 춤추던 사랑의 시절 /
곱게 핀 장미처럼 우리 사랑 꽃 필때 / 아하 아아 아아아 아 잃어버린 첫사랑
생각이 납니다 / 애정이 꽃피던 시절
〈애정이 꽃피던 시절〉1977년 나훈아가 부른 노래로 1월 31일 오아시스레코드사에서 발매한 ‘라훈아, 애정이 꽃피던 시절 / 정’ 앨범에 실려 있는 타이틀곡입니다. 음반에는 Side A면.〈애정이 꽃피던 시절〉,〈모정〉,〈그날을 위해〉,〈노래하는 곳에〉,〈울어라 기타줄〉,〈신라의 달밤〉,〈복지만리〉 Side B 〈정〉,〈물방아 도는 내력〉,〈나 외롭지 않네〉,〈해뜰 날〉,〈짝사랑〉,〈사랑의 송가〉,〈선창〉등 총 14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앨범에는 박성규 작사·작곡〈애정이 꽃피던 시절〉〈모정〉2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타가수가 부른 노래를 리바이벌 해 음반에 담았다고 하는데, 원곡은 3년 전인 1974년 방주연이 이별의 아쉬움을 가사를 쓰고, 박성규가 곡을 붙혀서 1974년 11월 오아시스레코드사를 통해 발표한〈생각해 보세요〉입니다. 방주연(1951년 본명 방일매, 경북 상주)의 첫사랑인 작곡가 박성규는 방주연을 너무나 좋아해 가사없이 멜로디만 지어서 그녀에게 주자 방주연이 가사를 써 노래를 불렀던 것입니다. 혼인을 전제로 한 ‘사랑의 감정’은 있었지만 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그들의 사랑은 이루지 못했습니다. 방주연과 헤어져 마음 아픈 나날을 보내던 박성규는 첫사랑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가사에 담아 같은 소속사 오아시스 레코드사의 절친한 친구였던 가수 나훈아를 통해 자신의 심정을 대신 노래하게 했던 것입니다. 애인이 없었던 필자의 ‘애정이 꽃피던 시절’은 1985년 7월 26일 금요일 그날부터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주연〈생각해 보세요〉를 올려드립니다.
–〈생각해 보세요〉– 방주연 작사, 박성규 작곡, 방주연(1974년 오아시스레코드사)
1절. 배꽃이 떨어지던 날 미련을 감추면서 / 돌아선 내 마음을 당신은 아시나요 /
긴 긴 세월 한결같이 당신을 위하여 / 아우 우우 아아아 아아 살아왔던 내 정성을 /
조용히 머리 숙여 생각해 보세요
2절. 배꽃이 떨어지던 날 아쉬움 감추면서 / 돌아선 내 마음을 당신은 아시나요 /
가시밭길 험한 파도 당신을 위하여 / 아우 우우 아아아 아아 이겨왔던 내 정성을 /
조용히 머리 숙여 생각해 보세요
〈생각해 보세요〉1974년 방주연이 부른 노래로 11월 오아시스레코드사에서 발매한 ‘방주연 독집, 생각해 보세요 / 환상’ 앨범에 실려 있는 타이틀 곡입니다. 음반에는 Side A면. 방주연 독집〈생각해 보세요〉,〈해변의 여인〉,〈내마음 나도 몰라〉,〈토요일 밤에〉,〈비둘기 집〉,〈아침이슬〉, Side B면.〈환상〉,〈연화〉,〈손목은 왜 잡아요〉,〈풀꽃반지〉,〈애원〉,〈고별〉 12곡이 수록돼 있습니다. 〈연화〉는 1973년 9월 23일∼1974년 5월 3일까지 밤 9시 35분∼10시까지 192회 방영된 TBC-TV 일일연속사극 주제가입니다.
2018년 11월 29일 ‘인생다큐 마이웨이’에서 밝힌 방주연 회고를 발췌하면,「인기 가수의 길로 들어서려는 순간 아버님의 반대에 부딪혀 방에서 일주일간 단식 투쟁을 했다. 아버님은 “술, 담배를 배우면 안되고, 무대에서 춤을 추거나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안된다.”고 해서 전부 롱드레스다. 그래서 나는 빠른 곡이 거의 없다. 〈생각해 보세요〉방송을 막 하고 있을 때 주간지에 작곡가 누구와 동거 생활을 한다는 기사가 대서특필 났다. 기가 막혔고, 가수 생활을 접어야 할 위기까지 처했다. 처녀와 총각이 좋은 감정으로 기분좋게 연애할 수는 있는데, 동거생활을 한다고 대서특필되니 집에서 난리가 났다.」
“풋풋한 첫사랑과 헤어지신 분들은 얼굴을 붉히면서 만났던 그 먼 세월 속의 아름다운 그녀는 지금 어디에 활짝 핀 백합 여인으로 잘 지내고 있을까 생각하면서 그리워하고 있으신가요? 첫사랑이 떠오르면 〈생각해 보세요〉,〈애정이 꽃피던 시절〉 들어보세요.”
–〈꼭 한번만은〉– 전우 작사, 이복윤 작곡, 이미자 선생님(1977년 지구레코드사)
1절. 장미는 고와도 가시가 많다는 걸 잊어서는 안되요 / 한번 찔리면 상처도 아프지만
마음이 더 아파요 / 꼭 한 번만은 나도 사랑을 할래요 / 그러니까 장미의 마음 그
마음만은 잊지 말아주어요 / 장미는 고와도 가시가 많다는 걸 잊어서는 안되요
2절. 꼭 한 번만은 나도 사랑을 할래요 / 그러니까 장미의 마음 그 마음만은 잊지
말아주어요 / 장미는 고와도 가시가 많다는 걸 잊어서는 안되요
〈꼭 한번만은〉1977년 이미자 선생님께서 부르신 노래로 1월 10일 지구레코드사에서 발매한 ‘이복윤 작곡집, 이미자 스테레오 일대작 제8집, 망향의 동산 / 당신의 말’ 앨범에 실려 있는 곡입니다. 음반에는 Side 1면 〈망향의 동산〉(전우),〈진주 이슬〉(하중희),〈나의 그림자〉(전우),〈조약돌〉(하중희),〈꼭 한번만은〉(전우), Side 2면 〈당신의 말〉(하중희),〈사랑했나봐〉(전우),〈마음의 거울〉(전우),〈외로운 날〉(하중희),〈청포도〉(하중희) 등 10 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 )안은 작사가의 이름입니다.
“장미는 아름답지만 가시가 있다.”는 말이 있지만, “5월의 여왕, 다가오는 5월은 장미의 계절! 빨갛고, 노랗고, 파랗고, 하얀 여러해살이 나무의 꽃 ‘장미’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다음엔 1978년〈꽃밭에서〉,〈실버들〉,1979년〈연안부두〉,〈코스모스 필 때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