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111. 1980년〈잊기로 했네〉〈창밖의 여자〉(2023.05.08.)
오늘은 1980년도입니다.
1980년의 전통가요는 이미자 선생님 〈당신은 모르리〉(박춘석 작사·작곡), 조용필〈잊기로 했네〉(정두수/김영광),〈창밖에 여자〉(배명숙/조용필)이 있고,
이 해에는 1월 30일 부산대교 개통,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5월 24일 필자의 40년 인생 직장 발령, 7월 7일 서울 ‘미스 유니버스 대회’ 개최, 8월 2일 컬러TV 시판, 8월 11일 수영선수 조오련 대한해협 횡단 성공, 8월 31일 바웬사 ‘폴란드 자유노조’ 설립, 9월 5일 대학 졸업정원제 채택, 9월 11일 새마을지도자 중앙협의회 창립, 10월 3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개통, 11월 9일 KBS ‘전국노래자랑’ 첫 방송, 11월 6일 바둑기사 조치훈 일본 명인위 획득, 11월 14일 언론통폐합 발표, 11월 30일 TBC 동양방송, 동아방송 고별 방송, 12월 1일 KBS-1TV 컬러 첫 방송, KBS-2TV 탄생, 12월 19일 연합통신 창립, 12월 22일 KBS-2TV, MBC-TV 컬러 방송 개시,
태어난 인물은 1월 11일 가수 이지혜, 2월 7일 가수 이정현, 2월 16일 가수 장윤정, 3월 29일 배우 김태희, 4월 30일 가수 조은새, 8월 16일 가수 황보, 11월 19일 가수 소냐, 작고하신 인물은 3월 31일 미국 육상선수 제시 오언스, 4월 15일 철학자 사르트르, 4월 29일 영화감독 알프래드 히치콕, 11월 7일 작곡가 이흥렬, 12월 8일 비틀즈 멤버 존 레논 등이 있습니다.
–〈잊기로 했네〉– 정두수 작사, 김영광 작곡, 조용필(1980년 지구레코드사)
1절. 나 그대 알 수가 없네 나 그대 믿을 수 없네 / 나 그대 알 수가 없어 나 그대
잊기로 했네 / 좋았다가 싫어하니 나는 싫어하다 좋아하니 나는 / 그 마음을 어떻게
해서 믿나 나 이제는 단념할 거야
2절. 나 그대 알 수가 없네 나 그대 믿을 수 없네 / 나 그대 알 수가 없어 나 그대
잊기로 했네 / 좋았다가 싫어하니 나는 싫어하다 좋아하니 나는 / 그 마음을 어떻게
해서 믿나 나 이제는 단념할 거야
우리나라 최초의 연예전문기자 정홍택님은 미국 뉴욕에 거주할 때 ‘카네기홀’을 보면서 우리나라 가수의 공연을 꿈꾸며 기획하고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설득한 끝에 가까스로 승낙을 받고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 선생님과 가수 패티김을 초청하려 했으나, 가수들의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공연이 힘들 것 같아 맨하턴에 소재한 단골식당인 해장국 집을 운영하던 조용필의 누님과 매형과의 개인적인 친분 관계 등이 작용해 조용필을 선택했습니다.
1980년 6월 우리나라 가수 최초로 ‘카네기홀’ 무대에서 조용필이 공연을 하게 되자 뉴욕과 뉴저지를 비롯 인근 필라델피아, 워싱턴DC, 보스턴 등지에서 온 교민들이 ‘카네기홀’을 가득채웠고,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된 공연은 감격과 흥분의 도가니 속에 성황리에 끝마쳤습니다.
그리고 그해 12월 지구레코드사에서 카네기홀 기념공연 음반 성격인 조용필 제2집 앨범을 내면서 정두수 작사, 김영광 작곡〈잊기로 했네〉,〈뜻밖의 이별〉2곡도 수록하였으며, 조용필은 무대에 설 때마다 이 노래를 열창했다고 합니다.
–〈창밖에 여자〉– 배명숙 작사, 조용필 작곡, 조용필(1980년 지구레코드사)
1절. 창가에 서면 눈물처럼 떠 오르는 그대의 흰 손 / 돌아서 눈 감으면 강물이어라
한 줄기 바람 되어 거리에 서면 / 그대는 가로등이 되어 내 곁에 머무네 /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 가 /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 가 / 차라리 차라리
그대의 흰 손으로 나를 잠들게 하라
2절.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 가 /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 가 / 차라리 차라리
그대의 흰 손으로 나를 잠들게 하라
1968년 미8군 무대를 시작으로 기나긴 무명생활 끝에 1975년〈돌아와요 부산항에〉의 히트로 가수로서의 입지를 다지던 조용필에게 뜻하지 않은 암울한 시간이 찾아왔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전국의 사찰을 다니면서 목소리를 단련했습니다. 필자가 듣기로는 양산 통도사 인근 영축산 폭포에서 연습하는 소리에 인근 주민들이 불편해 했다는데…
1979년 말 동아방송 안평선 PD가 연락해와 곧 시작할 라디오극 ‘창밖의 여자’의 주제가를 만들고 불러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 차라리 차라리 그대의 흰 손으로/ 나를 잠들게 하라.’ 드라마 작가인 배명숙씨가 건네준 노랫말은 조용필의 가슴을 뛰게 했고, 꼬박 5일간 한 끼도 먹지 않은 채 작곡에만 전념했습니다. 선잠이 들었다가 깨어났을 때 머리 속에 맴돌던 악상이 술술 풀려나와 곡을 완성해서 악보를 들고 동아방송 녹음실로 뛰어가 혼신의 힘을 다해 녹음을 했는데, 녹음실 밖에서 듣고 있던 안평선 PD와 배명숙 작가가 노래를 듣다가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피를 토하듯 이어지는 조용필의 한(恨)섞인 노래는 듣는 이를 전율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던 것입니다.
이해 3월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을 결성해 지구레코드사를 통해〈창밖의 여자〉를 타이틀곡으로 〈단발머리〉,〈한오백년〉,〈고추잠자리〉,〈미워 미워 미워〉 등이 수록된 음반이 발매되자 우리나라 단일 음반 사상 최초로 100만 장 이상 팔린 앨범이 됐습니다.
조용필은〈창밖의 여자〉로 9월 TBC(동양방송) 가요대상 최우수 남자가수상, 최우수 가요상, 주제가 작곡상 수상을 수상했고, 세종문화회관 별관에서 추석 리사이틀 공연을 했으며, 11월 서울 국제 가요제에서 금상과〈한 오백년〉으로 열창상을 수상했습니다.
12월에는 MBC 10대 가수 가요제에서 가수왕상과 최고인기 가요상, 작곡상(조용필)을 수상해 ‘가왕’ 탄생의 서막을 알렸습니다. 조용필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연한 영화 ‘그 사랑 한이 되어’의 출연료는 3천만원, 감독 이형표. 유지인(혜련), 박근형(동협)과 함께 주인공 용필역으로 출연 1981년 2월 5일 서울의「중앙극장」에서 개봉됐습니다.
5월 8일 ‘어버이의 날’을 맞아 우리들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올려드립니다.
–〈어머님〉– 김중순 작사, 고봉산 작곡, 남진(1969년 지구레코드사)
1절. 어머님 오늘 하루를 어떻게 지내셨어요 / 백날을 하루 같이 이 못난 자식 위해 /
손발이 금이 가고 잔주름이 굵어지신 어머님 / 몸만은 떠나 있어도 어머님을 잊으
오리까 / 오래 오래 사세요 편히 한 번 모시리라
2절. 어머님 어젯밤 꿈에 너무나 늙으셨어요 / 그 정성 눈물 속에 세월이 흘렀건만 /
웃음을 모르시고 검은 머리 희어지신 어머님 / 몸만은 떠나 있어도 잊으리까 잊으
오리까 / 오래 오래 사세요 편히 한 번 모시리라
〈어머님〉1969년 남진이 부른노래로 지구레코드사에서 발매한 ‘고봉산 작곡집, 실연초 / 어머님’ 앨범 B면 타이틀곡입니다. 1965년〈서울 푸레이보이〉〈연애 0번지〉앨범을 발표했지만 처절하게 실패하고 고향 목포로 내려가자 아들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어머님 말씀을 듣고 다시 상경〈울려고 내가왔나〉를 히트시키며 가수, 배우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1968년 해병대에 입대해 월남에 파병되는 등 어머님 속을 무던히 썩였지만 어머니는 아들이 좋아하는 ‘파무침’을 꾸준히 보내시는 등 늦둥이에게 정성을 다하셨던 것입니다. 그가 어머님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과 그리운 마음을 담아 발표한〈어머님〉, 1985년 시작된 가요무대 등에서〈어머님〉을 자주 불렀지만 1993년 어머니(장기순님)께서 작고하신 이후로는 어머님에 대한 죄스러움으로 한번도 부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빠의 청춘〉– 반야월 작사, 손목인 작곡, 오기택(1964년 신세기레코드사)
1절. 이 세상에 부모 마음 다같은 마음 / 아들 딸이 잘되라고 행복하라고 /
마음으로 빌어주는 박영감인데 / 노랭이라 비웃으며 욕하지 마라 / 나에게도
아직까지 청춘은 있다 /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 / 부라보 부라보 아빠의 인생
2절. 세상 구경 서울 구경 참 좋다마는 / 돈 있어야 제일이지 없으면 산통 /
마음 착한 며느리를 내 몰라보고 / 황소고집 부리다가 큰코 다쳤네 / 나에게도
아직까지 꿈이야 있다 /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 / 부라보 부라보 아빠의 인생
〈아빠의 청춘〉1964년 오기택에 부른 노래로 1965년 7월 신세기레코드사에서 발매한 ‘영화주제가 눈물의 영도다리’ 앨범에 실려 있는 곡으로 노래가 히트하자, 영화가 제작되어 1966년 7월 서울의「아세아극장」에서 개봉됐습니다. 정승문 감독. 배우 김승호, 태현실, 조미령, 김석훈, 도금봉, 이대엽, 김신재, 김웅, 지계순, 문미봉 등이 출연했습니다.
다음엔 1981년〈어느 소녀의 사랑이야기〉〈일편단심 민들레야〉〈촛불〉을 올립니다.
*상기 컬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