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208. 김상희〈처음 데이트〉,〈빨간 선인장〉(2025.03.24.)
다가오는 29일은 가수 김상희의 83번째 생신입니다.
50년은 젊어 보이는 고운 모습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필자가 생각하는 잉꼬부부의 상징 김상희, 유훈근 부부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면서〈처음 데이트〉〈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빨간 선인장〉〈즐거운 아리랑〉〈당신을 알고부터〉5곡의 글을 올리겠습니다.
김상희 본명은 최순강(崔純江) 그대로 직역하면 ‘최고로 순수한 강’입니다. 1943년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서 태어나 풍문여자고등학교를 전교 1등으로 졸업하고 법관이 되기를 원하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고려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한 1961년 현재의 KBS 전신인 ‘서울 중앙방송국 신인가수 선발대회’에서 1등을 차지해 1962년〈삼오야 밝은 달〉로 데뷔했지만 가족과 학교에서 원치 않는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졸업 때까지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했습니다.
1965년 발표한〈대머리 총각〉이 빅 히트하며 인기가수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듬해 1966년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에서 주인공 애랑역의 초연 패티김에 이어 2대 주인공을 맡아서 뮤지컬배우로 활동했고, 학사 가수 1호와 여성 MC 1호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처음 데이트〉– 손석우 작사·작곡, 김상희(1964년 뷔너스레코드사)
1절. 가슴이 두근두근 했어 첨으로 둘이 앉고 보니 / 마음과는 달리 하고 싶은 말도
채 못하고 차만 들었어 / 침묵이 고이 흘러갔어 그이도 별로 말이 없이 / 나는 사뭇
뮤직 듣는 척을 했지 사실인즉 듣지 않았어 / 난생 처음 가진 데이트 어쩔줄 몰라서
쩔쩔매었지 / 그렇지만 싫진 않았어 그이의 눈빛도 그랬어 / 시간은 쉬지 않고 갔어
아쉬움 모르는 체 말이야 / 굳나잇하며 그가 손을 찾았을 때 / 내미는 게 고작이었어
2절. 난생 처음 가진 데이트 어쩔 줄 몰라서 쩔쩔매었지 / 그렇지만 싫진 않았어
그이의 눈빛도 그랬어 / 시간은 쉬지 않고 갔어 아쉬움 모르는 체 말이야 /
굳나잇하며 그가 손을 찾았을 때 / 내미는 게 고작이었어 / 내미는 게 고작이었어 /
내 미는게 고작이었어
〈처음 데이트〉1964년 김상희가 부른 노래로서 뷔너스레코드사에서 발매한 ‘명랑가족(최수진과 블루벨즈) /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이베트 지로)’ 앨범에 실려 있는 곡입니다.
우리나라 ‘연예기자 1호’인 정홍택님이 2009년 한국일보에 연재한 ‘정홍택의 지금은 말할 수 있다’에서 발췌한 김상희와 신랑 유훈근의 PD 사랑 이야기「1966년 어느 날 KBS PD를 하고 있는 후배 유훈근이 나를 찾아와 김상희를 정식으로 소개 시켜달라고 했다. 나는 “방송국 PD인 자네가 직접 연락을 하지 왜 나한테 소개를 부탁하느냐”고 물으니 “형님이 이야기를 해야 더욱 신빙성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 둘을 만나게 해 주었고, 그들은 그 후 자주 만나더니 부부가 되었다. 그런데 결혼식하기 전날 해프닝이 있었다. 그날 저녁 종로 청진동에서 살고 계시는 김상희 어머니가 나한테 전화를 했다. 당장 빨리 집으로 오라는 것이다. “무슨 일인데요?” “급히 좀 와라, 큰일났다. 훈근이 친구들이 함을 지고왔는데 집앞에서 도무지 들어오지 않고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다.” 도착해 보니 아닌 게 아니라 난리 법석이었다. 20여명이 함을 지고 와서는 길에 드러누워서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정도는 나한테 누워서 떡먹기다. 그중 서너명은 내 후배들이었기에 간단하게 해결하고 함을 무사히 집안으로 모셨다.」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 하중희 작사, 김강섭 작곡, 김상희(1967년 지구레코드사)
1절.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 기다리는
마음같이 초조하여라 / 단풍 같은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 찬 바람 미워서 꽃 속에 숨었나 /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2절.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 찬바람 미워서 꽃 속에 숨었나 /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 걸어갑니다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1967년 김상희가 부른 노래로서 지구레코드사에서 발매한 ‘김강섭 작곡집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 / 달이 뜰때와 별이 뜰 때’ 음반에 실려 있는 타이틀 곡입니다. 음반에는 SIDE A면, 김상희〈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KBS-TV 주제가)〈다리〉〈신혼 부부〉김택모〈한 번만 만나 볼까〉〈가랑잎 처럼〉〈목마른 그리움〉SIDE B면. 이미자 선생님〈달이 뜰때와 별이 뜰때〉〈청춘극장〉(KBS-TV 주제가)〈탄금대〉최양숙〈못잊을 그대〉〈나를 잊지 마세요〉〈꽃사슴의 눈매〉등 12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제1호 학사가수 출신인 김상희는〈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을 발표하던 해인 1967년 MBC 10대가수 가요제에서 10대가수로 선정됐고, 1993년 400회를 맞이한 KBS1-TV ‘가요무대’에서 조사한 ‘중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명가요 톱10에 뽑혔으며, 한국갤럽이 2015년 9월 8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1명에게 설문조사 한 ‘가을’ 하면 생각나는 노래에서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빨간 선인장〉– 윤혁민 작사, 김강섭 작곡, 김상희(1969년 오아시스레코드사)
1절. 마른 잎이 굴러도 찬 바람이 불어와도 / 내 가슴은 언제나 따스한 님의 입김 /
앙상한 가지마다 눈보라가 몰아쳐도 / 내 가슴은 언제나 따스한 님의 음성 /
혼자서 가는 길이 외롭고 괴로워도 / 눈물에 젖은 길이 자꾸만 흐려져도 /
앙상한 가지마다 눈보라가 몰아쳐도 / 빨간 선인장은 봄을 기다립니다
2절. 혼자서 가는 길이 외롭고 괴로워도 / 눈물에 젖은 길이 자꾸만 흐려져도 /
앙상한 가지마다 눈보라가 몰아쳐도 / 빨간 선인장은 봄을 기다립니다
〈빨간 선인장〉1969년 김상희의 노래로 오아시스레코드사에서 발매한 ‘빨간 선인장 / 사랑은 기러기’ 앨범에 수록된 타이틀곡입니다. 음반 SIDE 1. 김상희〈빨간 선인장〉〈언제예〉〈이별은 서러워〉〈여대생 사장〉〈엉뚱한 생각마세요〉〈사랑이 눈 뜰 때〉SIDE 2. 나훈아〈사랑은 기러기〉이윤숙〈사랑의 화원〉남진〈하이킹의 노래〉리나박〈서산에 지는 달아〉이정민〈타향처녀〉박재란〈소쩍새 우는 마을〉등이 수록됐습니다.
1968년 윤혁민(윤성민)이 집필한 KBS-TV 드라마 ‘빨간 선인장’은 월남전쟁 소재의 멜로드라마로「사랑하는 문오장과 영화배우 전계현은 아들 김정훈을 낳았지만, 오장이 월남으로 가게 되면서 아들마저 시댁에 빼앗기고져 혼자 살아가는 전계현을 젊은 남자 박재섭과 최불암이 서로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불암이 그녀에게 아들이 있다는 것을 폭로하지만 재섭은 그녀의 모정에 감동해 아들을 찾는 일에 도움을 준다. 마침내 오장이 월남에서 돌아와서 전계현과 합치고, 아들 정훈도 데려와 잘 살아간다.」해피엔딩!!!!!! 연속극에 얽힌 에피소드 한토막「1968년 7월 주월 한국군사령부가 방송작가들을 초청하자 조남사, 김석야, 윤혁민 등 7명이 월남전 시찰을 마치고 귀국해 윤혁민이 ‘빨간 선인장’을 집필해 방송에 내보내려고 했으나 당시 치안국 문화반의 방송담당자가 “왜 하필이면 빨간 선인장이냐”고 문제를 제기해 빨간 글자를 빼고서 ‘선인장’으로 방송했습니다. 윤혁민이 나중에 치안국의 문화반장이 자신의 친구임을 알고 술자리에서 따져 물었더니 “신문을 보니 네가 쓰더라구! 부임초 직원들 긴장도 좀 시킬겸 해서 작가가 사상이 좀 이상한거 아니냐 했더니 방송 나갈 때 제목이 바뀌었더라” 여하튼 윤혁민은〈빨간 선인장〉〈파초의 꿈〉〈꽃동네 새동네〉저작권료가 생활에 보탬이 됐다합니다.
–〈즐거운 아리랑〉– 하중희 작사, 김강섭 작곡, 김상희(1975년 오아시스레코드사)
1절. 랄랄랄랄 라랄라 꽃이 피는 아리 아리랑 / 랄랄랄랄 라랄라 노래하는 아리 아리랑
/ 랄랄랄랄 라랄라 꽃이 피는 아리 아리랑 / 랄랄랄랄 라랄라 노래하는 아리 아리랑 /
산에 사는 새야 쌍쌍이 보기 좋아 / 고개 넘어 나도 사랑을 찾아가네 / 길은 멀어도
즐거운 마음 눈에 보이네 그리운 얼굴 / 푸른 산처럼 우리 사랑은 언제나 즐거워 /
울면서 넘던 아리랑 고개 웃으며 넘는다 / 랄랄랄랄 라랄라 꽃이 피는 아리 아리랑 /
랄랄랄랄 라랄라 노래하는 아리 아리랑
2절. 산에 사는 새야 쌍쌍이 보기 좋아 / 고개 넘어 나도 사랑을 찾아가네 /
길은 멀어도 즐거운 마음 눈에 보이네 그리운 얼굴 / 푸른 산처럼 우리 사랑은
언제나 즐거워 / 울면서 넘는 아리랑 고개 웃으며 넘는다 /
랄랄랄랄 라랄라 꽃이 피는 아리 아리랑 / 랄랄랄랄 라랄라 노래하는 아리 아리랑 /
랄랄랄랄 라랄라 꽃이 피는 아리 아리랑 / 랄랄랄랄 라랄라 노래하는 아리 아리랑 /
아리 / 아리랑
〈즐거운 아리랑〉1975년 김상희가 부른 노래로 “슬픈 곡조의 아리랑을 떠나 즐겁고 경쾌한 아리랑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발표해 1976년 동경국제가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곡으로서 매우 경쾌하고 흥겹게 부를 수 있는 인생의 엔돌핀 같은 노래입니다.
☞ 김강섭은 1932년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나 1950년대 김광수 악단과 김호길 악단에서 연주활동을 하다가 1964년부터 1998년까지 KBS 관현악단장을 역임하였습니다. 대중가요는 이미자 선생님〈달이 뜰때와 별이 뜰때〉〈송이낭자〉〈숙부인〉〈제3의 운명〉〈청춘극장〉〈탄금대〉김상희〈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빨간 선인장〉〈즐거운 아리랑〉문정선〈나의 노래〉김상국〈불나비 사랑〉이용복〈그 얼굴에 햇살이〉등이 있고, 군가〈너와 나〉〈백마야 가자〉〈팔각모 사나이〉〈팔도 사나이〉가 있습니다.
–〈당신을 알고부터〉– 고향 작사, 남국인 작곡, 김상희(1969년 오아시스레코드사)
1절. 당신을 알고부터 사랑을 배웠어요 / 사랑을 알고부터 눈물도 배웠어요 /
그러나 당신은 나를 버리고 / 한마디 말도 없이 가버렸어요 /
아아 아아 세월이 흘러가도 / 잊을 수 없어요 당신을
2절. 당신을 알고부터 사랑을 배웠어요 / 사랑을 알고부터 눈물도 배웠어요 /
보고파 보고파요 당신의 얼굴 / 달콤한 그 눈동자 뜨거운 입술 /
아아 아아 그리움 미움되도 / 잊을 수 없어요 당신을
〈당신을 알고부터〉1969년 김상희가 부른 노래로서 4월 19일 오아시스레코드사에서 발매한 ‘당신을 알고부터 / 안녕(한수련)’ 앨범의 타이틀곡입니다. 음반에는 Side A면. 김상희〈당신을 알고부터〉나훈아〈긴 세월〉강소희〈무정〉원중〈타향 사나이〉김하정〈내목숨 다하도록〉이제영〈나홀로 목메어〉Side B면. 한수련〈안녕〉원중〈흐느끼는 눈동자〉강소희〈못잊어 기다리는데〉나훈아〈내 사랑〉김하정〈누구 때문에〉남정렬〈산장의 여수〉가 수록돼 있습니다. 한수련〈안녕〉은 1971년 배호가 재취입했습니다.
1968년 유훈근 PD와 혼인했으니 노래 속에 연애할 때의 분위기가 물씬나는 것 같아요. 이해는 ‘가수 납세 1위’까지 차지해 부와 명예, 사랑을 얻었던 참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2011년 5월 KBS1-TV ‘가요무대’ 춘천의 김〇주님 신청사연은 “대학시절 남자친구가 즐겨 부르던 노래는 이제 제 애창곡입니다. 아련한 그 시절을 추억하며 듣고 싶습니다.”
필자는 어부인을 만나기 전까지 여자친구나 애인이 없었습니다. 혼자 있을 때 가끔 이 노래를 불러봤습니다. 사랑할 나눌 여인을 그리며 “당신을 알고부터 사랑을 배웠어요.”
28일은 ‘트로트4대천황’ 송대관 형님의 49제날이라 생전의 모습 두곡을 올리겠습니다.
다음엔 4월 3일 태어나신 박경원님과 송민도님의 전통가요에 대한 글을 올리겠습니다.
기사작성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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