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풍식 / 극동대학교 항공정비학과 교수·대학원 항공우주공학과 주임교수
대한민국의 현대적 항공산업은 1948년 조선항공공사에서 DC-3 여객기 3대를 도입해 본격적인 항공운송사업을 시작하면서 출발하였다. 그로부터 70여 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는 FSC 2개, LCC 10개 등 총 12개 항공사를 비롯해 소형항공운송사업, 항공기사용사업, 헬기 운용기관 등을 모두 포함하여 총 878대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기준 세계항공운송 순위에서도 8위를 차지하는 등 짧은 기간에 비약적인 항공산업 발전을 이뤘다.
* FSC : Ful Service Carrier(풀 서비스 항공사), LCC : Low Cost Carrier (저비용항공사)
반면, 항공운송분야의 성장과 달리 항공정비산업(MRO, 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은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아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국적항공사의 해외 정비 지출은 약 2조원에 달하며, 해외 정비 의존율은 FSC 59%, LCC 71.1%에 이른다. 또한 최근 5년간 군용기 해외 정비 지출도 약 2조 5천억원(44.4%)에 달해 국가 전체적으로 항공 MRO 기반이 취약한 상황이다.
이러한 해외 의존 구조는 국내 FSC 항공사들이 운항·정비를 단일체계에서 처리해 온 운영구조로 인해 MRO 기술 확보와 인프라 확충에 한계가 있고, LCC 역시 비용 절감을 위해 초기부터 해외 정비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상황은 악화되었다.
그 결과 항공운송산업 중심의 편중된 정책 구조는 해외 정비 의존도를 더 높였고, 항공정비산업의 자립 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항공정비산업의 해외 의존이 지속되는 것은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국가 항공운송산업의 경쟁력 전반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다.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해서는 중정비와 엔진·부품정비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며, 국내 정비 인프라가 취약할 경우 정비지연과 품질관리 한계로 인한 항공기 안전위험 리스크가 상존할 수 있다.
해외 정비 의존은 항공정비 기술 생태계의 성장을 저해하여 MRO 전문인력의 지속 양성과 기술 축적을 어렵게 만든다. 정비기술이 국내에 충분히 내재화되지 않으면 향후 첨단항공기 도입과 항공교통량 증가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발생해 국가 항공안전과 산업 경쟁력 전반이 약화될 수 있다.
또한, 항공정비산업은 고부가가치 기반의 기술집약적 산업임에도 국내 종합MRO체계가 미흡해 중장기적으로 막대한 항공기 정비비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이는 항공운송산업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국가경제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특히 AAM·UAM 등 미래 항공모빌리티 산업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항공안전·감항기술 기준을 갖춘 정비체계 마련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국내 종합MRO 기반의 취약성은 더 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미래형 항공기까지 해외 정비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된다면 우리나라 항공산업 전반의 지속적 발전과 국제경쟁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항공정비산업은 항공운송산업의 부속 기능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이자 공익산업으로 재정의하고, K-항공종합MRO의 자립화와 육성을 위한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 단기간의 개별사업 지원이나 단편적 지원만으로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
항공정비산업을 국가 전략산업 및 공익산업으로 지정하고 국내 종합MRO 허브공항 구축, 국제MRO인증 지원체계, MRO전문인력 양성체계, 종합MRO업체-항공사 협력(Alliance) 등 중장기 로드맵을 갖춘 국가 지원 법제(가칭 K-항공종합MRO 진흥법)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국내 항공정비 MRO는 제한된 국내 시장과 불안정한 제도 환경 속에서 여전히 어려운 운영 여건에 놓여 있다. 반면 싱가포르는 SIAEC와 ST Aerospace가 국가적 전략 지원 아래 글로벌 MRO 강자로 성장한 대표 사례다. 한국도 법·제도적 기반과 체계적인 지원이 갖춰질 경우 국내 MRO가 아시아 MRO 시장을 선도할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안정적인 항공종합MRO 기반을 확보하는 것은 항공안전과 항공산업 경쟁력의 핵심이며, 미래 AAM·UAM 등 차세대 항공시장을 대비한 국가 항공력의 토대이기도 하다. K-항공종합MRO 자립화 체계를 구축할 때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미래도 함께 열린다.
기사작성 민풍식 / 극동대학교 항공정비학과 교수·대학원 항공우주공학과 주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