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284. 황정자〈살랑춘풍〉〈물깃는 처녀〉〈오동동 타령〉〈노랫가락 차차차〉(2026.09.07.)
오늘은 15번째 절기인 백로(白露)입니다.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때 쯤이면 밤에는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 등에 이슬이 맺혀서 가을 기운이 완연히 나타납니다. 무떠위가 지나가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옷깃 등을 스치는 시기이니 건강에 유의하세요.
오늘은 필자가 우리나라 대중가요계에서 신민요의 최고봉(最高峰) 국민가수 황정자의 〈살랑춘풍〉〈물긷는 처녀〉〈오동동 타령〉〈노랫가락 차차차〉〈선부의 아내〉5곡에 대한 글을 올리겠습니다.
황정자 대표곡〈처녀 뱃사공〉은 2021년 10월 25일 독자논단 NO 34.〈봄바람 님바람〉은 2022년 3월 31일 NO 55. 편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황정자는 1927년 서울 냉천동에서 출생해 여덟살 때부터 이동 순회극단의 막간가수로 활동을 시작해 깜찍하고 또랑또랑한 발음과 애교로 천재소녀라 불렀습니다. 장구와 꽹과리를 치면서 신민요풍의 노래를 불러 관중들의 환호에 극장이 떠나갈 듯한 인기를 누렸고, 열세살이던 1940년에〈살랑 춘풍〉〈약산 진달래〉등으로 데뷔를 하였습니다. 1969년 의정부 극장무대에서 공연 도중 쓰러져 영원한 별이되었습니다.〈아마다미야〉 가수 이남순의 회상, “황정자는 빼어난 미모에 머리가 영특하여 암기력이 대단히 뛰어났고 대인 관계가 좋았으며, 시원시원한 성격에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황정자 부음을 전한 당시 신문 기사 내용에서 발췌하면, ‘남편과 두아들 못잊은채 눈 못감고 떠난 황정자씨’「〈오동동타령〉으로 유명한 왕년의 민요가수 황정자(黃貞子)씨가 지난 27일 0시 41세의 짧은 인생을 살고 유명을 달리했는데 끝내 잃어버린 두아들을 찾지 못해 차마 눈을 감지 못했다.
해방후 가요무대를 휩쓸던 황씨는 (중략) 열 살 때부터 민요를 부른 황씨의 노래는 일제때 나라를 잃고 망명한 우리 동포들의 눈물을 자아내었다. 그녀는 48년 서울의 가요무대에서 정식으로 데뷔한 이래 ‘조선’ ‘황금좌’ ‘성보’ ‘KPK’ ‘국도쇼’ 등 각 단체에 출연했고〈오동동타령〉을 비롯해〈살랑춘풍〉〈비오는 양산도〉〈신이별가〉〈노들강변 600년〉등 히트·송을 남겨 이화자, 황금심과 더불어 ‘3대 민요가수’로 꼽혔었다.
그러나 10년 전 남편과 생이별 하면서부터 심한 정신적 타격으로 기억상실증이 일기 시작, 7년전 의정부 어느극장에서 쓰러진 이래 가요계를 떠났다. 3년 전 대전의 모요양원에 입원했다는 소문이 들리더니 어느새 서울에 와서 서대문구 현저동에 있는 그녀의 언니집에서 쓸쓸히 눈을 감은 것이다. 3월 1일 장지로 떠나는 그녀의 마지막 길에도 남편 김씨와 장성했을 두아들의 모습은 없었다.」
–〈살랑춘풍〉– 조명암 작사, 김해송 작곡, 황정자(1949년 럭키레코드사)
1절. 살랑살랑 살랑살랑 향기 실은 봄바람아 / 꿈을 꾸는 님 가슴에 내 말 좀
전해 주려므나 / 꽃을 안고 한숨 쉬며 님 그리워 못 산다고 / 오오 오오 오오오오 /
내 마음을 내 하소를 전해 전해 주려므나 (응야)
2절. 살랑살랑 살랑살랑 사령같은 봄바람아 / 검은 눈섭 내리감은 님의 얼굴
아롱아롱 / 일각대문 기대서서 님 그리워 못 산다고 / 오오 오오 오오오오 /
내 마음을 내 허소를 전해 전해 주려므나 (응야)
3절. 살랑살랑 살랑살랑 사랑 실은 봄바람아 / 분홍댕기 치마폭에 봄바람이
스쳐가면 / 천리원정 떠나간 님 그리워서 못 산다고 / 오오 오오 오오오오 /
내 마음을 내 하소를 전해 전해 주려므나 (응야)
〈살랑춘풍〉조명암 작사, 김해송 작곡, 이화자 노래로 1940년 2월 오케레코드사에서 김정구〈유쾌한 봄소식〉(조명암/채월탄)과 함께 음반에 실어서 발매한 곡입니다. 해방후 조명암이 월북해서 1949년 김해송이 가사 일부를 개사해서 신민요가수 황정자가 리메이크로 불렀던 노래를 1950년 5월 작곡가 박시춘이 대표로 있는 럭키레코드사를 통해서 현인〈흘러간 로맨스〉와 두곡을 음반에 실어서 발매한 신민요(新民謠)입니다.
개사 1절. “애 말으논 내 하소를”→ “내 마음을 내 가슴을” 2절. “장난꾼이”→ “사령같은” “날여 감은 님의 눈물 띄여 다오”→ “내려 감은 님의 얼굴 아롱아롱” “사랑한단 말 만으론 미들 바이 망연 타고” “일각대문 기대서서 님 그리워 못산다고” “타는 가슴” “내 마음을” 3절. “사령같은”→ “사랑 실은” “롤가 말가 망설이는 님의 품에 부러 다오”→ “분홍댕기 치마폭에 봄바람이 스쳐가면” “일각 대문 기대서서 님 오기만 바란다오”→ “천리원정 떠나간 님 그리워서 못산다고” “변함없는 내 마음을”→ “내마음을 내하소를”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봄만 되면 남녀노소 특히, 숫처녀와 숫총각들 마음은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사랑의 감정이 불쑥불쑥 솟아 오르는 것 같습니다. 필자가 손꼽는 황정자의 3대 명곡은〈처녀 뱃사공〉〈봄 바람 님 바람〉〈오동동타령〉입니다.
〈살랑춘풍〉1940년 이화자가 부른 곡이긴 하지만 황정자가 부르는 노래도 좋습니다.
–〈물깃는 처녀〉– 탁소연 작사, 나화랑 작곡, 황정자(1956년 킹스타레코드사)
1절. 한번쯤 웃었다고 동네방네 말썽을 마오 / 우물터에 빠진댕기 주워 주길래 웃었지요
/ 에헤여 데헤요 우물터 아낙네는 말도나 많아 / 고마워 웃은 게 죄란 말이요
2절. 눈 한번 흘겼다고 힐쭉힐쭉 비웃지 마오 / 그 총각의 물장난이 밉살 맞길래 흘겼지요
/ 에헤여 데헤요 우물터 아낙네는 말도나 많아 / 얄미워 흘긴 게 죄란 말이요
3절. 새벽물 길었다고 수군숙덕 뒷공론 마오 / 총각보기 부끄러워 살짝 가만이 길었지요
/ 에헤여 데헤요 우물터 아낙네는 말도나 많아 / 울거나 웃거나 죄란 말이요
〈물깃는 처녀〉황정자가 1956년 부른 노래로 도미〈이럭저럭 인생〉과 함께 킹스타레코드사에서 발매한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곡입니다. 우물가는 사랑이 꽃피는 곳인가.
–〈오동동 타령〉– 야인초 작사, 한복남 작곡, 황정자(1955년 도미도레코드사)
1절. 오동추야 달이 밝어 오동동이냐 / 동동주 술 타령이 오동동이냐 /
아니요 아니요 궂은 비 오는 밤 낙수물 소리 / 오동동 오동동 그침이 없이 /
독수공방 타는 간장 오동동이요
2절. 동동 뜨는 뱃머리가 오동동이냐 / 사공의 뱃노래가 아 오동동이냐 /
아니요 아니요 멋쟁이 기생들 장구 소리가 / 오동동 오동동 밤을 새우는 /
한량님들 밤 놀음이 오동동이요
3절. 백팔염주 경불 소리 오동동이냐 / 똑닥공 목탁 소리 오동동이냐 /
아니요 아니요 속이고 떠나가신 야속한 님을 / 오동동 오동동 북을 울리며 /
정한수에 공들이는 오동동이요
〈오동동 타령〉1955년 국민가수 황정자가 부른 노래로 1956년 도미도레코드사에서 발매한 ‘엽전 열닷냥(한복남) / 오동동 타령’ SP 음반에 실려 있는 곡입니다.〈오동동타령〉은 작사가 야인초(1919년∼1999년 본명 김봉철)가 마산 오동동에서 한잔 술을 하면서 달빛에 떨어지는 오동잎을 보고 시심이 발동해 즉흥적으로 가사를 만들었습니다.
1955년 초겨울 어느날 아침. 밥을 짓던 한복남 부인이 “웬 사람이 당신을 찾는다”고 해 나가보니 한 노숙자가 있었다. 주머니에서 지폐 1장을 꺼내 주니, 노숙자는 “간밤에 술을 너무 먹어 이렇지, 나 그런 사람 아니오”라며 거부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를 꺼내 보여주자 한복남이 즉흥적으로 노래를 불러보니, 그는 “빨리 방에 들어가 악보를 만들자”고 했다. 이 노숙자가 작사가 야인초였다. 그날 아침밥은 해장술 반주를 곁들인 둘의 초면 인사 자리가 됐다. 한복남의 추천으로 황정자가 곡을 취입했습니다. 황정자가〈오동동 타령〉으로 받은 계약금은 쌀 1가마니와 연탄 100장이었다고 합니다.
–〈노랫가락 차차차〉– 김영일 작사, 김성근 작곡, 황정자(1962년 아세아레코드사)
1절.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은 못노나니 / 화무십일홍이요 달도 차면은 기우나니라 / 인생은 일장춘몽이니 아니 노지는 못하니라)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은
못 노나니 /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은 기우나니라 /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 / 화란춘성 만화방창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 차차차 차차차
2절. 가세 가세 산천 경개로 늙기나 전에 구경가세 / 인생은 일장에 춘몽 둥글둥글
살아 나가자 /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 / 춘풍화류 호시절에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 차차차 차차차
3절.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아까운 청춘 늙어가니 / 춤추던 호랑나비도 낙화 지면
아니 온다네 /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 / 때는 좋다 벗님네야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 차차차 차차차.
〈노랫가락 차차차〉1962년 국민가수 황정자가 부른 노래로 1963년 아세아레코드사에서 발매한 ‘노랫가락 챠챠챠 / 서울아 잘 있거라’ 앨범에 실려 있는 타이틀곡입니다. 음반에는 SIDE 1면엔. 황정자〈노랫가락 챠챠챠〉〈아리스리 낭랑〉〈지구는 돈다〉〈정다운 챠챠챠〉〈녹두밭 사랑〉〈아리랑 부기우기〉SIDE 2면에는, 손인호〈서울아 잘 있거라〉〈대동강아 잘 있느냐〉〈최종열차〉〈내가 바보야〉〈흑산도의 꿈〉〈한많은 인생무대〉12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노랫가락〉은 경기지방 무속인들이 부르던 노랫가락을 1940년 이화자〈노래가락〉이었으며, 완전히 대중적인 신민요로 정작 시킨 곡이 황정자〈노랫가락 차차차〉였습니다.
당시 진로소주 광고〈차차차송〉으로 더 친숙해졌습니다. 1970년 국민운동의 일환으로 송춘희가 부른〈노랫가락 차차차〉도 있습니다.「1절. 가세 가세 일터로 가세 늙기 전에 일하러 가세 / 일 안하면 후회하라는 새마을에 앞장서 가세 / 열심히 열심히 일하세 힘차게 힘차게 일하세 / 일하기에 때는 좋아 부지런히 일 많이 하세 / 차차차 차차차. 2절. 가세 가세 배우러 가세 아는 것이 힘 배워야 하네 / 젊어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지면은 후회하리라 / 열심히 열심히 배우세 부지런히 부지런히 배우세 / 아는 것이 없으며는 세상살이 힘드리라 / 차차차 차차차 3절.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젊었을 때 일많이 하고 / 일않해서 저축 못하면 늙어지면 후회하리라 /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 / 목표 세워 저축하니 일 안하고 못사리라 / 차차차 차차차」노래도 바람따라 세월따라 변해가는 세상일세.」
–〈선부의 아내〉– 추미림 작사, 박시춘 작곡, 황정자(1963년 신세기레코드사)
1절. 칠백리 낙동강변 황혼 빛은 깊은데 / 포구의 아내들의 울음 소리 구슬퍼 /
어이해 정든 낭군 뗏목 우에 실어서 / 낙동강 물굽이에 띄여 보내었든가
2절. 콩기름 등잔불에 저녁상을 받고서 / 무릎에 어린 자식 재롱 피는 그 양을 /
떠나신 낭군 앞에 보여드릴 희망에 / 터지는 가슴속에 피 눈물이 흐른다
〈선부의 아내〉원곡은 1940년 7월 오케레코드사에서 남인수〈망향의 뻰치〉와 함께 수록해 발매한 이난영〈선부의 안해〉로 김용호 작사, 박시춘 작곡의 곡입니다. 1963년 추미림(반야월)이 압록강(鴨綠江)을 낙동강(洛東江)으로 개사해 황정자가 신세기레코드사에서 발매한 ‘박시춘 메로듸 NO.4 흘러간 노래 추억을 더듬어서 선부의 아내’ 앨범에 수록한 곡입니다. 음반에는 SIDE 1면. 황금심〈미녀도〉도미〈바로 그날 밤〉황정자〈선부의 아내〉심연옥〈쓸쓸한 여관방〉SIDE 2면. 황정자〈항구의 얼굴〉박재홍〈마음의 고향〉황금심〈님 전상서〉도미〈백제의 밤〉등 8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다음엔 윤항기 생신을 맞아〈별이 빛나는 밤에〉〈장밋빛 스카프〉등 글을 올리겠습니다.
기사작성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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