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자동차만 있으면 뭐해~! 충전소가 없는데…”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과 동떨어진 구리시 행정
사업자의 기득권 논리에 시민들의 선택권, 편의성은 뒷전
정부는 지난 1월 17일, 국가 에너지 기본정책 방향으로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뒤이어 산업부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 시행을 위한 첫 특례 대상 사업으로 도심 수소차 충전소를 선정했다. 그에 따라 상업지구인 여의도 국회에 도심형 수소충전소를 설치키로 했다.
이후 “인천, LPG·수소 병행 복합충전소 5월 첫 영업”, “경남도 수소차 보급· 복합 충전소 구축 확대”, “평택시, 경기도내 최초 LPG·수소 복합충전소 건립”…등등 각 지자체들은 앞을 다투듯 LPG·수소 복합충전소 설치 계획안을 내놓고 있다. 또한 “최대 3600만원, 수소전기차 살 때 보조금 받으세요.” 등의 행정공고를 통해 수소차 보조금 신청도 받고 있다.
하지만 위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행보와 달리 구리시는 수소충전소까지 싸잡아 주민 약 98%가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인근에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가 있는데 무슨 또 충전소냐는 논리다. 누가 보더라도 이는 다분히 기득권 보호 차원의 사업자 논리인 듯하다.
또다른 주요 반대 이유로 안전성 문제가 거론된다. LPG 충전소에 덧붙여 이번에는 수소폭탄을 연상시키는 수소충전소가 웬 말이냐는 것이다. 주무 부서에서조차 절대 다수의 주민 반대를 명분으로 설득은커녕 주무과장은 골치 아프다는 듯이 장기 연가를 다녀왔다고도 한다.
물론 주민들의 의견은 어떤 이유로든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때론 주민들의 절대 다수가 반대하더라도 무릇 공직자들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 시대조류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최근 그 중심에 수소차가 서있다. 또한 수소충전 인프라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한다는 정부의 목표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한편 산업부도 신기술, 신사업에 과감한 규제를 철폐하자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한 바 있다. 그 첫 적용대상이 수소충전소이기도 하다. 상업지구내 도심 한 복판에도 수소충전소를 허용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미 일본은 도쿄타워 근처에, 파리는 에펠탑 근처에 수소충전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 위험성도 기존 주유소나 LPG 충전소보다 낮다는 것도 입증되었다.
가장 중요한 안전 문제는 이미 실증적으로 검증된 셈이다. 시민들의 선택권과 편의성 확대는 사업자의 기득권보다 절대 우선시되어야 한다. 또한 수소차는 환경오염 물질 ‘제로’의 친환경 연료전지를 기반으로 오히려 미세먼지 절감을 통해 구리시 환경정화에도 도움이 된다.
더욱이 기존 LPG 충전소와 수소충전소를 병행 설치함으로써 사업자에게는 경제성을, 시민들에게는 선택권과 편의성을 높여주게 된다. 누구에게나 기회도 공평하게 주어진다. 복합 충전소를 병행 운영할 수 있는 사업자는 누구나 신규 사업의 기회도 갖게 된다. 더욱이 수소충전소가 없는 지자체에는 수소차 보조금 신청도 우선순위에서 밀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구리시는 국비, 도비 지원을 받아 시민들에게 수소차 보조금 지원을 장려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가로막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더욱이 기존 갈매동에 LPG 충전소가 있는데 위험한 충전소가 들어서는 것에 반대한다는 논리도 현장을 둘러보면 금세 설득력이 약해진다. 현행 갈매동 내 LPG 충전소는 자동차용보다 훨씬 인화성이 큰 프로판가스용 취급 비중이 더 크다고 한다. 게다가 보금자리 아파트단지 바로 코앞에 위치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위험하다면 오히려 철수를 주장하는 것이 마땅할 것 아닌가.
따라서 구리시는 LPG·수소 복합충전소 병행 설치에 관한 배치계획을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차세대 에너지산업을 주도하면서 도시재생 이미지를 선점하겠다는 “적극 행정, 열린 행정”을 펼칠 때다. 안승남 시장과 관련 공직자들의 정책적 의지와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
글쓴이 : 김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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