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가평군 북면에 거주하는 백운호(89) 애국지사,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가 중 현재 유일한 생존자로 광복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가평군과 경기북부보훈지청은 최근 백운호 애국지사 자택을 찾아 대통령 명의 위문품을 전달하고 다음달 6일에는 “독립유공자의 집” 명패도 달아드릴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백운호 지사는 일제 태평양 전쟁말기 독립정신을 고취하는 벽보를 붙이는 등 활동하다 12세 나이에 일본경찰에 체포돼 고초를 겪는 등 조국 독립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15일 제74주년 광복절 중앙기념식장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독립유공자 표창대상자 178명 중, 생존 애국지사는 백 선생 1명이다.
이번 대통령 표창은 최근 관련 기준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안 가족들의 권유로 지난해 신청해 올해 받게 됐다.
광복 후 백 지사는 6·25 전쟁에 참전해 11사단에서 2등 상사로 복무했다. 우체국 공무원으로 일하며 1977년 독립유공자 신청을 하려 했지만, 수감기간(6개월)이 짧아 당시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백 지사는 “일본과 맞설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국력이 강해진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며 “다시는 우리 민족이 과거와 같은 비극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더 일본에 끌려 다니지 말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후세에 조언했다.
백 지사는 일제말기 경기도 이천시에서 소학교를 다니며 동네 선배였던 박영순(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 지사가 결성한 ‘황취소년단’에서 활동했다.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이들은 이천과 서울을 오가며 버스와 전봇대 등에 ‘일제는 곧 패망하니 협조하지 말자’는 내용의 벽보를 붙였다. 격문을 우편으로 전국 각지 군수에게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은 결국 덜미를 잡혀 그해 3월 ‘사회질서와 안전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단원 전원이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된 소년들이 너무 어려 의아했던 일본 경찰은 성인 독립운동가들이 배후라고 확신하고 가혹한 취조를 받았다.
당시 백 지사는 나이가 어려 처벌 대상도 아니었지만, 배후 세력에 대해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6개월이나 이천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있었다. 주동자인 박영순 지사는 단기 2년, 장기 3년 형을 받았다.
군 관계자는 “독립운동가들의 헌신 덕분에 광복 이후 후손들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었다”라면서 “그 분들의 나라사랑 정신과 독립정신을 드높이고 생존 애국지사들이 존경을 받으며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사작성 백정우 국장(295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