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의 명연설은 문재인 대통령이 5.1경기장에서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우리 민족은 오천 년을 함께 살고 칠십 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합니다.”라고 말한 연설일 것이다.
또한 하이라이트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부부가 함께 백두산을 등정해 천지에서 손을 잡고 들어올린 순간으로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모든 것을 대변해준 멋진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두 정상이 천지에 오른 이유는 백두산이 민족의 시원지(始原地)로 영산(靈山)·성산(聖山)으로 불리며 그 일대가 고조선ㆍ고구려ㆍ발해의 강역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그런지 백두산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백두(白頭)산은 정상이 1년에 8개월간 눈에 덮여 있고 회백색의 화산석으로 인해 사시사철 희게 보이기 때문에 흰 白자가 들어간 이름으로 불렸으며, 중국은 창바이산(長白山)이라고 부른다. <산해경>에 불함(不咸)산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나타났으며, 〈삼국유사〉기이편에 기록된 태백(太白)산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문헌상으로 백두산이 처음 나타난 기록은 〈고려사〉 성종 10년(991)조이며, <조선왕조실록>에서는 주로 백두산이라 칭했는데 장백산과 백산이라는 명칭도 가끔 보인다. 우리 민족이 백두산을 민족의 성산으로 본격적으로 숭상하게 된 것은 고려 태조 왕건의 선대를 기록한 <고려세계>에서 6대조 호경이 백두산에서 내려왔다는 설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환웅이 개천한 백산과 흑수 사이
지금부터 우리 민족의 원래 시원지가 어디였는지 추적해보도록 하겠다. <삼성기전 상>에는 “환웅(桓雄)씨가 일어나 천신의 뜻을 받들어 백산(白山)과 흑수(黑水) 사이에 내려와 신시(神市)에 도읍을 세우고 나라를 배달(倍達)이라 불렀다.”라는 기록이, <삼성기전 하>에는 “환웅이 3천의 무리를 이끌고 태백산(太白山) 꼭대기에 있는 신단수(神檀樹) 밑에 내려오시니 이곳을 신시라 하고 이 분이 환웅천왕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시대를 신시 또는 환웅시대라 하며 1대 환웅을 환웅천왕 또는 거발환 환웅이라 하며, 역년 1,565년을 18분의 환웅이 나누어 다스렸다는 사실에서 환웅이란 배달국 최고통치자의 직함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치우천왕(14대 자오지 환웅) 때 도읍을 신시에서 청구로 옮겼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당시 중국에서는 우리 배달족을 구리(九黎)라 불렀다.
위 <삼성기전> 상ㆍ하의 기록이 서로 약간 다르기는 하나, 백산(=태백산)과 흑수 사이에 도읍지 신시가 세워졌다는 말이다. 이 태백산을 단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강원도 태백산이나 섬서성 서안 서쪽 태백산으로 보기도 하는데, 대부분 국민들은 우리 민족의 시원지와 강역이 만주였으므로 흑수는 흑룡강(黑龍江)이고 백산은 백두산(白頭山)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과연 그런지 <중국고대지명대사전>에서 백산을 검색하면 ① 길림성 장백산(백두산)으로 <금사세기>에 “여진 땅에 혼동강(混同江)과 장백산이 있다.” 혼동강은 역시 흑룡강이며, 소위 백산·흑수이다. ② 강소성 강령현 동쪽 30리, ③ 절강성 우원현 남쪽 58리, ④ 절강성 임해현 동북 250리 등 4군데로 나타난다.
<중국고대지명대사전>에서 태백산을 검색하면 아래와 같이 검색되는데, 양쪽 모두에서 검색된 길림성 장백산(백두산)이 신시로 가장 유력하며 중국 상고사와 관련 있을만한 하남성 석천현과 섬서성 미현에 있는 태백산도 일단 후보지로 올려놓아 보겠다.
① 길림성 장백산(백두산)으로 <위서물길전>에 “나라 남쪽에 도태산이 있는데, 위나라에서 태황(太皇)이라고 말한다.” 북사에서는 총태산이라고 지었고, 화하족들이 말하는 태황이다. ② 하남성 석천현(河南淅川) 동남쪽 80리, ③ 절강성 승현 서쪽 70리, ④ 감숙성 경양현 북쪽 150리, 흑수하의 발원지와
⑤ 섬서성 미현(眉县) 남쪽에 있으며 태일(太一/太壹)이라고 한다. <수경주> 태백산은 장안에서 300리를 가는데 그 높이는 알 수 없다. 민속에 전하기를 무공 태백태일은 1,300리를 간다. 산에는 대태백 이태백 삼태백의 3개의 못이 있고, 매일 가물어 진나라 사람들이 비를 내려달라고 빌었고, 태백은 서쪽 신의 이름이다. 등 5군데로 나타난다.
다음으로 흑수(黑水)를 <중국고대지명대사전>으로 검색하면,
① 지금의 흑룡강,
② 산서성 수양(壽陽)현 흑수촌에서 발원해 현 남쪽 50리까지 흘러 수(壽)수와 합쳐져 동와(洞渦)수로 들어가는 강
③ 산서성 이성(异城)현 북쪽 오령(烏岭)산에서 발원해 서류해 회수(澮水)로 들어갔다가 현 남쪽 50리까지 흘러 동와수로 들어가는 강
④ 지금의 마동천(麻洞)천 또는 암하(岩河)라는 거리천(庫利川)으로 섬서성 감천(甘泉)현 동쪽에서 나와 동남류해 의천(宜川)현을 지나 황하로 들어가는 강.
⑤ 크고 작은 2개의 흑수가 있다. 감숙성 해원(海原)현 남쪽에서 나와 동류해 팽회도(须灭都)하·초(硝)하·해자(海子)하와 합쳐져 고원(固原)현 북쪽까지 흘러 청수(清水)하로 들어가는 강.
⑥ 감숙성 문(文)현 서북 교외와 사천성 송반현 경계에 있는 강
⑦ 지금의 남광(南廣)수가 <한서지리지> 한나라 때 부(符)현에 있는 흑수였다. 사천성 중경시 서북쪽에 흑수가 있다. ⑧ 내몽고 귀수(歸綏)현에 있는 흑하 등 8군데가 나타난다.
석탄광이 있으면 근처 강물도 검어져 흑수라 부르듯이, 역시 여러 흑수가 대륙에 산재해 있다. 위 백산ㆍ태백산의 결과와 흑수(黑水)의 교집합을 고르면 약 6군데로 좁힐 수 있으며, 그 중에서 산 정상에 천지(天地)로 불릴만한 연못이 있는 조건을 갖춘 백산(태백산)은 아래 3군데로 집약된다.
1) 현재 만주에 있는 흑룡강(흑수)과 백두산 천지
2) 섬서성 감천현에서 발원한 흑수와 미현의 태백산 천지
3) 산서성 수양현에서 발원한 흑수와 말갈의 백산 천지
(※ 위 <중국고대지명대사전>의 검색결과에 없으나, 역사기록에 있는 백산)
이 중에서 과연 우리 민족의 시원지는 어디일까?
다음연재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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