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로트, 세월따라 사연따라’ NO 6. 이미자 선생님의〈흑산도 아가씨〉(2021.04.12.)
1966년 영화 ‘워커힐에서 만납시다’ 출연장면
〈흑산도 아가씨〉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 1967년 이미자 선생님이 발표하신 노래입니다.
1965년 봄, 작사가 정두수와 작곡가 박춘석는 충무로 건너 인현동 가수 신카나리아가 운영하던 가요계 인사들의 단골집 카나리아 다방에서 만나「흑산도 어린이들의 서울 수학여행」제하의 신문기사를 보게 됩니다. 흑산심리초등학교 학생들의 서울 수학여행과 관련된 기사였습니다.
2013년 발매된 작사가 정두수 선생님의 ‘노래따라 삼천리’에서 내용을 요약해 보면,「‘흑산도 어린이들의 꿈, 이뤄지다.’ ‘영부인 도움으로 해군 함정에 실려와 서울 구경도 하고, 청와대를 방문해 학용품도 받다.’ 방학을 이용해 서울로 수학여행을 오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거센 풍랑이 이들을 가로막았다. 나중에 이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들은 청와대 영부인이 나서 해군본부에 부탁해 흑산도 어린이들의 작은 소원이 이뤄졌다는 미담 기사였다.」 그 당시 흑산도에는 접안시설이 없어 부모들이 학생들을 고깃배에 태워서 이동한 후 아이들을 군함에 태웠다고 합니다.
이에 영감을 얻은 정두수는 자신이 어릴 적 자랐던 고향 하동과 중고생 때 봤던 부산 광안리 바닷가와 섬에 가 본 경험을 살려 흑산도의 ‘검은 섬’ 이미지와 그리움에 애타는 ‘여인의 한’을 보태어 노랫말을 만들었습니다. 「남 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 물결은 천번 만번 밀려오는데 못 견디게 그리운 / 아득한 저 육지를 /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 흑산도 아가씨」
박춘석씨는〈흑산도 아가씨〉를 피아노 앞에서 밤을 지새우며 작곡하던 중 작업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연신 줄담배를 피웠고, 재떨이 대신 피아노 건반에 담배를 버려 두었다. 그것도 여러개비를… 그러자 노래말의 흑산도 아가씨처럼 하얀 건반도 검게 타고, 오선지와 박춘석씨 가슴도 검게 타버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때부터 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 이미자 노래트리오 시대의 서막이 열리게 됩니다. 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 이미자 선생님 대표적 노래는,
1967년〈흑산도 아가씨〉를 비롯해, 〈그리움은 가슴마다〉〈성황당 아씨〉〈엘레지의 여왕〉
1968년〈서귀포 바닷가〉〈그리운 남쪽하늘〉〈아네모네〉〈진주빛 눈물〉〈황혼의 부르스〉1969년〈한번준 마음인데〉〈황진이의 첫사랑〉 1970년〈그늘진 얼굴〉〈대답해 주세요〉1971년〈네온의 부르스〉〈못잊을 당신〉 1972년〈꽃잎은 외로워도〉〈삼백리 한려수도〉
〈고향의 꿈〉〈김여사〉〈섬에 피는 꽃〉〈정든 님 실은 배〉 1973년〈석양, 배호 추모곡〉
1974년〈정든 섬〉〈정착지〉 1975년〈가을초〉〈무정〉〈타국에서〉 1982년〈그 옛날〉
1984년〈고독한 마음〉1990년〈기다려야 할 사람〉 2000년〈서울 손님〉등이 있습니다.
〈흑산도 아가씨〉녹음에 얽힌 에피소드를 이미자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밝힌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부산 공연을 갔다가 시간을 아끼느라 야간 침대차를 타고 돌아오는데 덜커덕거리는 침대열차에 누워 잠을 설치고 서울역에 내리자마자 스튜디오로 끌려갔어요. 아무리 피곤하다, 목이 잠겼다고 해도 소용 없어요. 스튜디오에 가니 한형모 감독님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영화 ‘흑산도 아가씨’의 촬영을 끝내고 편집도 다 됐는데, 주제가 삽입이 안돼서 영화를 완성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예요. 작곡가 박춘석 선생님도 나와 계셨는데 그 자리에서 박선생님과 피아노에 맞추어 몇 번 불러보고 곧 바로 녹음을 했어요. 당시 저는 하루도 목이 틔어 있는 날이 없었는데, 그 바람에 맑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쉰 소리가 나오는 것이 싫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지요. 〈흑산도 아가씨〉도 맨 끝 소절에서 거친 소리가 나오는데 잠시도 쉴 틈 없이 방송과 녹음, 공연을 다니며 목소리가 쉬어 있는데다가 밤차를 타고 오느라 피로가 겹쳐 그랬던 거예요.”
– 흑산도 아가씨 – 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1966년, 음반 발표 1967년)
1.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 물결은 천번 만번 밀려 오는데
못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 흑산도 아가씨
2. 한없이 외로운 달빛을 안고 / 흘러온 나그넨가 귀향 살인가
애타도록 보고픈 머나먼 그 서울을 / 그리다가 검게 타 버린
검게 타 버린 / 흑산도 아가씨
1969년 11월 8일 개봉된 권혁진 감독, 윤정희, 남진, 유미, 이예춘 출연 영화 ‘흑산도 아가씨’는 이미자 선생님의 노래를 모티브로 촬영된 영화로 줄거리는,「뭍으로 유학을 갔던 효성 지극한 흑산도 처녀 소영(윤정희)은 여름방학을 맞아 대학교 친구인 유미(유미)와 함께 고향 흑산도로 내려간다. 그 곳에서 가난과 딸의 학비 때문에 섬에서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인 발동선을 장만하지 못해 시름에 잠겨있는 아버지(이예춘) 모습을 보고, 서울로 돌아온 소영은 아버지에게 발동선을 장만해 드리기 위해 호스티스 생활을 시작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크게 낙담을 하고, 모든 것을 알게 된 친구 유미는 소영의 효성에 감동하여 아버지에게 발동선을 대신 마련해 주고 소영을 호스티스 생활에서 구해낸다.」는 지란지교의 휴먼 영화입니다.
영화는 흥행에 실패하고 현재 영화 필름도 존재하고 있지 않지만, 이미자 선생님의〈흑산도 아가씨〉노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전 국민들의 애창곡이 되어 널리 불려지고 있습니다.
당시 흑산도가 미국 보다도 멀리 느껴지던 시절, 수많은 영화에 겹치기 출연하던 여배우들이(보통 하루 5편 영화를 촬영했다는 시절) 흑산도 현지촬영에 부담을 느껴 출연을 거절했는데,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던 윤정희가 출연을 결심하여 만들진 영화로 이에 감동을 받은 권혁진 감독은 차기작이었던 ‘기러기 아빠’의 주인공을 윤정희에게 맡겨서 이에 보답했다고 합니다.
1세대 트로이카 여배우(김지미, 남정임)였던 윤정희님의 빠른 건강 회복을 기원드리겠습니다.
1966년 아세아극장(동아극장, 종로 세운상가)에서 개봉되어 5만명의 관객을 모은 한형모 감독, 남정임, 서영춘, 트위스트김 출연 영화 ‘워크힐에서 만납시다’에서 이미자 선생님이 출연하여〈흑산도 아가씨〉를 부르는 장면(동영상 참조)이 있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그(서영춘)는 한국전쟁 때 잃은 딸(남정임)을 찾기 위해 서울로 가던 중, 기차에서 우연히 삼룡(트위스트김)이란 사람을 알게 된다. 서울이 초행길인 그는 삼룡에게 서울 길 안내를 부탁합니다.
낯설고 물설은 서울에서 딸을 찾아 다니던 두 사람은 어느 날 우연히 워커힐에 갔다가 그 곳에서 인기가수가 되어 노래를 부르고 있는 딸을 만나 감격의 해후를 한다.」 영화에서 워커힐 쇼무대에 출연했던 가수는 이미자 선생님과 현미, 한명숙, 이금희, 박재란, 김상국, 정원(개그맨 김대희 외삼촌), 위키리, 아리랑시스터즈, 쟈니브라더스, 키보이스(윤항기) 등이 있습니다.
대중가요 노래비가 처음 세워진 것은 1969년 목포에 세워진 이난영의〈목포의 눈물〉입니다.
〈흑산도 아가씨〉노래비는 1997년 전남 신안군 흑산면 상라봉 정상에 세워졌고, 2012년 9월 이미자 선생님이 참석한 가운데 흑산도 중앙방파제에〈흑산도 아가씨〉동상이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1967년〈흑산도 아가씨〉음반이 발매된 후 45년만인 2012년 9월 15일 흑산도 주민이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렸던 이미자 선생님의 흑산도 공연이 예리항 특설무대에서 진행되었고, 10월 2일 MBC-TV를 통해 추석 특집으로 방영이 됐습니다. 이미자 선생님은 “흑산도에서의 공연을 너무나도 하고 싶었지만 그 때마다 일정이 겹치거나 풍랑주의보가 내려 기회를 놓쳤다.”며 “45년 만에 흑산도를 방문하여 뜻깊은 공연을 하게 되어 기쁘고 고맙다.”고 했습니다.
이미자 선생님이 스스로 선정한 3대 명곡〈동백아가씨〉〈섬마을 선생님〉〈기러기 아빠〉를5대 명곡으로 정한다면 〈흑산도 아가씨〉〈여자의 일생〉이 아닐까 하고 독자는 생각합니다.
흑산도(黑山島), 산과 바닷물이 푸르다 못해 검다 해서 흑산도라 불리는 섬, 우리나라 행정구역상 최서남단 해역에 위치한 섬(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으로 목포에서 92.7㎞ 떨어져 있고, 면적 19.7㎢, 해안선 길이 41.8㎞, 다산 정약용의 둘째형님 정약전이 신유박해로 15년간 유배생활을 하면서 155종의 물고기와 해산물 등을 총정리한 ‘자산어보(玆山魚譜)가 탄생한 섬이고, 조선말 유학자인 면암 최익현의 유배지, 홍어가 특산물인 흑산도(2020년말 인구수 3,986명).
독자가 2013년 4월 24일 홍도를 떠나 흑산도 예리항에 도착해 여객선에서 내리면서 동네 형님들을 만났다. 친구들끼리 흑산도 여행왔다가 홍도로 떠난다는 것이었다. 세상 참… 점심 후일행은(16명) 흑산도 구비구비 12굽이고갯길을 따라 상라봉(해발 227m) 정상〈흑산도 아가씨〉노래비와 정약전 유배지, 중앙방파제에 있는〈흑산도 아가씨〉동상 등을 답사하고 저녁식사로 식당에 흑산도 홍어 한마리를 주문해서 홍어회와 홍어탕을 먹고 있는데, 뒷편에서 식사하시는 아저씨 2분과 아주머니 1분이 밑반찬에 소주를 드시고 계셔서 홍어회와 홍어애 한 접시를 안주하라고 드리니까 괜찮다며 사양해 “깡소주 드시면 안된다.”며 다시 권했습니다. 세분 중 한 분이 고맙다고 받으시면서 자신은 홍어잡이배 선주라고 하며 흑산도에서 홍어 안주를 얻어 먹어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라며 “내일 새벽에 KBS 6시 내고향 촬영이 있다.”고 했다.
자신들의 안주가 나오자 한 접시 주며 흑산도 자주 오시라며 함께 유쾌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흑산도와 홍도가 배경인 대중가요는〈흑산도 아가씨〉뿐만 아니라 1966년 이미자 선생님의〈한많은 흑산도〉 1973년〈홍도 아가씨〉(고향=남국인 작사 남국인 작곡, 1975년 홍도처녀), 1965년 손인호〈흑산도의 꿈〉(김영일 작사, 김성근 작곡), 1966년 송춘희〈홍도 섬색시〉(손로원 작사, 이인권 작곡), 1967년 민옥희의〈눈물의 흑산도 처녀〉(주성민 작곡)이 있다. 2013년 홍도 고〇〇 유람선 선장님 민박집 식당에서〈홍도 아가씨〉를 들려주면서 이 노래 아시냐고 물으니 모르겠다고 하면서, 고선장은 장모님께 “장모님 이 노래 아세요?” 장모님 “흑산도 아가씨지” 그때까지도 홍도 주민들도〈흑산도 아가씨〉만 알았지〈홍도 아가씨〉는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유람선을 운행할 때〈홍도 아가씨〉를 틀어준다 했는데 어찌됐는지…
지난 7일 경기도의원 구리시 제1선거구 보궐선거는 작년 6월 8일 故 서형열 도의원님의 영면으로 치러진 선거였습니다. 생존해 계실 때 독자와 가끔 술자리를 했었는데 술이 적당히 얼큰해 지면 독자에게 “그 노래 한 번 불러 봐” 하시면 독자는 바로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부르면 서형열 의원님이 받아서 ‘물결은 천번 만번 밀려오는데’ 하면서 함께 2절까지 부르곤 했습니다.
서형열 형님! 그립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독자의 휴대전화 컬러링에서 울려퍼지는〈흑산도 아가씨〉는 첫번째 취입했던 곡입니다.
☞ 이미자 선생님의 구리시 방문 공연 현황
- 년 : 이미자 효 콘서트(5월 10일 15시, 18시 구리실내체육관)
- 년 : 이미자 효 콘서트(2월 20일 14시, 17시 구리실내체육관)
- 년 : 이미자 효 콘서트(3월 16일 15시, 18시 구리실내체육관)
- 년 : 이미자 효 콘서트(4월 13일 14시, 17시 구리아트홀 코스모스 대극장)
※ 2019년 구리시 공연은 독자가 구리아트홀 관장 재직시 기획공연으로 추진했는데,
2018년 12월 4일 저녁 이미자 선생님과 통화해 공연을 부탁 드렸는데, 관람석 600석은 너무 적다하시면서도 기획사에 연락하겠다고 하셨고, 실무진과 공연 협의 때에도 기획사로 하여금구리시에서 요구하는데로 진행하라고 하셔서 저렴한 가격으로 시민들께 공연을 제공했습니다.
다음에는 이미자 선생님의〈님이라 부르리까〉에 대한 글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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