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서 삶이 절박한 사람들! 돈이 많아서 인생이 재미없는 사람들이 함께 모였다.
벼랑 끝에 서있는 사람들은 마지막 희망을 품는 게임 속으로 들어가고, 벼랑을 만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가면을 쓰고 즐거움을 탐닉한다. 요즘 오징어 게임이란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강타하고 있다. 아직도 못 보신 분들이 많으실 것이다. 넷플릭스 영화라 생소할 것이다.
우리네 어릴 적 즐겨했던 게임을 소환하다 보니 기성세대들에겐 추억을 되새김질 해주고 있었으며, 디지털에 익숙한 요즘 세대들에겐 전혀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로컬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세상이 되어버린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의 문화가 세계에 소개되고 함께 즐기는 K-영화가 되어가지만 왠지 모를 설움과 슬픔이 존재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
벼랑 끝에 선 수많은 군상들이 비슷한 츄리닝을 입은 몰개성의 사회 속에서 내가 아닌 번호로 불리는 현실은 결국 돈의 사회 속에 파편화된 개인의 외로움을 일깨우고 있다. 외로움 속에서 살고자 게임에 들어서는 것은 현실의 모습을 반영할 뿐이다. 각자 희망 고문을 하면서 아침에 일터로 나가고 저녁에 소주 한잔으로 하루 스트레스를 풀어나가는 우리네 삶이 결국은 개성이 있으면 안 되는, 개성을 거세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자각과 함께 거세된 개성에 의한 스트레스를 풀고 자 노력하는 모습이 결국은 살고자 벼랑 끝에 선 우리네 모습과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즐기는 게임이지만 게임에 진다는 것은 결코 죽임을 암시하는 무시무시한 현실을 다시 한 번 체득하는 시간임에 족하다. 끊임없이 선택되어진 시간 속에서 우리는 죽임을 당하는 현실임을 자각하게 만들어 준다. 씁쓸하지만 오징어 게임 속에서 말하는 여러 가지 게임이 패러디되고 있음은 또다시 우리네 삶이 소비되는 현실에 던져진 반복된 삶의 연속이어서 슬프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랑 줄다리기가 우리 사회를 해부케 해주는 감독의 혜안과 통찰력의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시각적 효과와 함께 청각을 자극하는 노래도 또한 왠지 모를 미로 속으로 빠져 들게 해주기도 한다.
한류 문화의 확산을 즐기기 전에 우리의 삶이 그만큼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는 그리고 점점 끝도 모를 밑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짓누르고 있음이다. 희망 고문도 인내의 한계에 다다랐다. “아직도 인간을 믿나”는 게임 설계자의 질문이 냉혹한 화살이 되어 가슴팍에 꽂히지만 그럼에도 인간을 믿는 마음이 희망 고문보다는 우리의 인내력을 키워주는 화수분쯤은 되리라 생각한다.
모처럼 시간을 가지고 본 영화 치고 오랫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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