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46. 연예인 가족 백설희〈가는 봄 오는 봄〉(2022.01.17.)
다가오는 29일은〈봄날은 간다〉의 백설희 선생님께서 탄생하신 지 9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백설희(白雪姬 1927년〜2010년) 본명은 김희숙(金姬淑). 서울에서 태어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화려한 연예인 가족의 어머니였습니다.
배우자는 영화배우 황해(1920년〜2005년 본명 전홍구, 강원도 고성 출생) 둘째아들이 가수·배우·작사가·작곡가 전영록(1954년생 서울)이고, 넷째아들이 가수·배우·작사가인 전진영(1964년생)이며, 손녀가 전영록의 딸인 걸그룹 ‘티아라’ 전보람(1986년생)과 ‘디유닛’ 전우람(1987년생), 며느리였던 영화배우 이미영(1961년생) 등 정말 화려한 가족인 것입니다.
1943년 ‘조선악극단’에서 운영하던 음악무용연구소에 들어갔다 조선악극단 단원이 되었고, 이후 김해송·이난영 부부가 운영하던 ‘KPK악단’을 거쳐 ‘샛별악극단’에 입단했습니다. 예명 ‘백설희’는 ‘KPK’ 악단장이던 김해송이 ‘에베레스트 산의 눈이 낮이나 밤이나, 그리고 여름이나 겨울이나 녹지 않고 눈부신 자태를 드러내듯이 연예인으로서 높은 곳에서 언제나 식지 않는 열정으로 빛나라’는 뜻으로 지어주었다고 합니다. 1949년 뮤지컬 ‘카르멘 환상곡’에서는 주연배우를 맡기도 했고, 1950년〈꾀꼬리 강산〉을 타이틀곡으로 앨범을 발매했으나, 한국전쟁으로 인해서 빛을 보지 못하였고, 한국전쟁 당시에는 여러 곳의 전선을 돌면서 국군장병들 위문공연을 다닌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 국가유공자로 선정 되었습니다. 1953년 작곡가 박시춘을 만나〈봄날은 간다〉 등 6곡이 담겨진 음반을 유니버샬레코드사의 첫 앨범으로 발매되어 대중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1996년 ‘KBS 가요대상 공로상’, 2010년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공로상’ 등을 수상했고,〈봄날은 간다〉는 2004년 우리나라 ‘유명 시인 100명이 뽑은 최고의 애창곡’으로 선정됐습니다. 그 밖에〈물새우는 강언덕〉, 〈칼멘야곡〉, 〈샌프란시스코〉, 〈아메리카 차이나타운〉, 〈코리아 룸바〉, 〈하늘의 황금마차〉, 〈꽃파는 백설희〉, 〈가거라 슬픔이여〉, 〈딸 칠형제〉, 〈청포도 피는 밤〉, 〈밀양에 우는 여인〉, 〈여수항 아가씨〉, 〈마산 아가씨〉 그리고〈가는 봄 오는 봄〉이 있으며, 2019년 6월 21일 우정사업본부에서는 가수 현인과 함께 백설희의 ‘현대 한국 인물(가수)’ 우표를 발행하였습니다.
광복과 한국전쟁, 조국 근대화의 굴곡진 삶을 살아오신 국민들의 애환을 달래주셨던 백설희는 2010년 5월 5일 작고해 경기 광주 오포읍 삼성공원에 영면하셨습니다.
오늘은 백설희〈봄날은 간다〉, 〈가는 봄 오는 봄〉, 이미자 선생님 〈그리움은 가슴마다〉, 〈애수일기〉, 〈압록강 칠백리〉 글을 올리겠습니다.
–〈봄날은 간다〉–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 백설희(1953년 유니버샬레코드사)
1절. 연분홍 치마가 봄 바람에 휘날리더라 /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 알뜰한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2절. 새파란 꽃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3절.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산제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백설희가 1953년 부른 노래로 1954년 9월 남인수 〈고향은 내 사랑〉과 함께 유니버샬레코드사를 통해서 발매된 곡입니다.
한국전쟁 시절에 발표된 너무 밝은 노래는 더욱 슬픈 봄날의 역설적인 노랫말로 전쟁에 시달린 대중들에게 한(恨) 맺힌 내면의 풍경을 보여주면서, 공감을 얻어 큰 인기를 받은 곡입니다. 또한 백설희의 낭랑하면서도 체념에 찬 듯이 부르는 음색도 알뜰한 그 맹세가 실없는 기약이 된 슬픔이 한과 정조가 돼 심금을 울렸습니다. 2004년 시(詩)전문 문예계간지(文藝季刊紙)『시인세계』(발행인 김종해) 봄호(春)에서 발표된 우리나라 현역 시인 100명을 대상으로 두달동안 실시한 ‘시인들이 좋아하는 대중가요 노랫말’ 여론 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던 노래가 백설희〈봄날은 간다〉였습니다. 2위 조용필〈킬로만자로의 표범〉(양인자/김희갑), 3위 박태춘〈북한강에서〉 (정태춘/정태춘) , 4위 양희은〈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양희은/이병우) , 5위 양희은〈한계령〉(하덕규/하덕규) , 6위 양희은〈아침 이슬〉(김민기/김민기), 7위 시인과촌장〈가시나무〉(하덕규/하덕규) , 8위 임희숙〈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백창구/백창우) , 9위 조용필〈그 겨울의 찻집〉(양인자/김희갑), 10위 이애리수〈황성옛터〉(왕평/전수린)이 차지했습니다. 그밖에 이난영〈목포의 눈물〉(문일석/손목인), 송창식〈푸르른 날〉(서정주/송창식), 윤심덕〈사의 찬미〉(김우진/외국곡) 등입니다.
이 노래에 얽힌 사연은, 「한국전쟁 때 부산에서 피란살이를 하던 작사가 손로원이 살던 용두산 판자집에 불이나면서 흰 저고리에 연분홍 치마를 곱게 차려입고 수줍게 웃으면서 찍은 어머님 사진이 불에 탔는데, 통한의 심정으로 어머니를 그리며 노랫말을 썼습니다.」
박시춘이 곡을 만들고, 백설희가 불렀습니다. ‘가요산맥 작사가 정두수’(1937년〜2016년)께서 1991년 8월 30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발췌한 사연은,「1945년 화사한 봄날. 금강산 차가운 계곡물이 흐르는 철원의 어느 곳에 상복을 입은 손로원이 어머니 묘소에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무성한 나무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그는 연희전문 문과를 나온 부잣집 아들로 전국을 방랑하며 그림을 그리고 시를 썼다. 어머니는 남편을 여의고 홀로 키운 아들의 방랑벽이 수그러지기를 기대하면서 유언처럼 “네가 장가들 때에 시집올 때 입었던 이 연분홍 치마를 꼭 입으마” 하셨습니다. 그러나 객지를 떠돌다 어머님 임종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는 어머님 묘소에서 불효한 통한의 마음을 통곡으로 뉘우치면서 훗날 불멸의 가요〈봄날은 간다〉가 탄생합니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는 “기쁠 때 부르면 기쁜 노래가 되고 슬플 때 부르면 슬픈 노래가 되는 이 노래〈봄날은 간다〉는 오래 머물지 못하고 가는 봄의 처연함을 아름답게 묘사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곡이다.” 이제는 세월도 가고 백설희 선생께서도 하늘나라의 별이 되셨으니 노랫말 그대로 봄날은 갔습니다. 그러나 노래는 영원히 남아 있습니다. ‘늘 봄’이라는 뜻을 가진 경남 밀양 출신 작곡가 박시춘(朴是春 1913년〜1996년)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2013년 10월 28일 ‘남이섬 노래박물관’에는〈봄날은 간다〉노래비가 세워졌습니다.
보시는 영상은 1987년 가요무대 신청곡으로 “두분의 어머님께서 살아 생전에 좋아하시던 노래로 막내까지 혼인시키고 큰딸로서어머니의 유언을 모두 끝내고 나니 어머님 생각이 나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입니다.
영화. ‘봄날은 간다’ 제작 차승재, 허진호 감독, 배우 유지태, 이영애, 박인환, 신신애, 백성희, 백종학, 이문식, 박준서, 손영순, 엄효섭, 김태진 등이 출연해서 2001년 9월 28일 개봉되어 786,647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그해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드라마. ‘봄날은 간다’ 1997년 4월 21일부터 6월 3일까지 KBS2-TV 14부작 월·화드라마로 탤런트 이휘향, 이대근, 김영철, 김규리, 김호진 등이 출연해 ‘개발 바람이 불어닥친 한 마을의 과수원을 두고 이해관계로 얽힌 사람들이 벌이는 해프닝을 코믹하게 그린 드라마. 기억나세요?
–〈가는 봄 오는 봄〉– 반야월 작사, 박시춘 작곡, 백설희(1959년 미도파레코드사)
1절. 비둘기가 울던 그 밤에 눈보라가 치는 그 밤에 / 어린 몸 갈곳 없어 낯선 거리 헤매이네
꽃집마다 찾아봐도 목 메이게 불러봐도 / 차거운 별빛만이 홀로 새우네 울면서 새우네
(2절. 하늘마저 울던 그 밤에 어머님을 이별을 하고 / 원한의 십년 세월 눈물 속에 흘러갔네
나무에게 물어봐도 돌부리에 물어 봐도 / 어머님 계신 곳을 알 수 없어라 찾을 길 없어라)
3절. 그리워라 어머님이여 꿈에 젖은 그 사랑이여 / 옥이야 내 딸이여 다시 한번 안겨다오
목이 맺혀 불러보는 한이 많은 옛 노래여 / 어두운 눈물이여 멀리가거라 내일을 위하여
〈가는 봄 오는 봄〉은 백설희와 최숙자가 듀엣으로 불렀던 영화 ‘가는 봄 오는 봄’ 주제가로 백설희·최무룡의 〈살고 보세〉와 함께 미도파레코드사에서 발매한 음반에 실려 있는 곡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차관을 역임한 김장실 박사님 말씀에 의하면〈가는 봄 오는 봄〉에 담긴 사연은「6.25전쟁이 끝나자 마자 가장 불쌍한 사람들은 전쟁 미망인과 고아들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전쟁고아가 많이 발생해 거리에 나선 고아들은 쓰레기통 등을 뒤져 먹을 것을 찾았고, 또는 동냥과 구두닦이 생활로 주린 배를 채웠으며, 잠도 남의 집 처마밑이나 다리 밑에서 해결했습니다. 1956년 한국일보에서 전쟁고아돕기 모금운동을 전개하고 1961년부터 1968년까지 10만 어린이 부모찾기를 통해서 1만 1,271명의 명단을 보도해 그 중 382명이 부모를 찾기도 했습니다. 1950년대 중반에 전쟁고아를 주제로 한 대표적인 노래가 3곡 있는데, 1957년 반야월 작사, 이재호 작곡, 남인수 노래인〈어린 결심〉은 힘들지만 굳굳하게 살아가는 주제였는데, 남인수는 눈물을 주루룩 흘리면서 노래의 녹음을 했다고 합니다. 옆에 있던 강사랑 작사가는 남인수가 우는거 보니까 틀림없이 히트한다고 예언을 했다는데, 정말 히트를 했다고 합니다. 또 1958년 최치수 작사, 김성근 작곡, 김용만 노래인〈생일없는 소년〉은 전쟁고아 김성필의 수기를 바탕으로 만든 노래였는데, 굉장히도 슬픕니다. “어머님 아버님 왜 저를 버렸나요…” 그리고 1959년 반야월 작사, 박시춘 작곡, 백설희·최숙자가 부른〈가는 봄 오는 봄〉입니다.」
보시는 영상은 1986년 6월 2일 ‘가요무대’에 출연〈가는 봄 오는 봄〉을 부르시는 모습입니다.
1959년 제작된 영화 ‘가는 봄 오는 봄’은 작곡가 박시춘이 설립한 오향영화사의 3번째 영화로 부제는 ‘그리움은 가슴마다’ 권영순 감독과 배우 문정숙, 최무룡, 아역 전영선, 전계현, 이민, 허장강, 이대엽, 최지희, 주선태, 석금성, 박옥초, 고미애, 김웅, 김희갑, 구봉서 등이 출연해서 5월 7일 서울의「국도극장」에서 개봉했습니다. 타이틀 “옥아! 엄마는 여기 있다. 어느 하늘가에 해매느냐? 옥아! 엄마의 품으로 어서 돌아 오너라. 금년 17세 소녀를… ” 영화의 내용은,「엄마(문정숙)은 일제강점기 때에 학도병으로 끌려갔던 남편(이민)이 죽고, 어린 딸인 옥이(전영선)과 꽃집을 운영하며 살아가던 중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유치원에 갔던 옥이는 울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고, 엄마도 딸을 찾으러 갔으나 길이 어긋나고 말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옥이는 울면서 어머니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고 마침 지나가던 피난차량 위에 있는 엄마 모습을 보고 필사적으로 달려가자 마음씨 좋은 어떤 피난민 아저씨가 차에서 내려 딸 옥이를 안고서 차에 오릅니다. 이렇게 해서 모녀의 이별은 시작되었고, 옥이는 음악을 하는 두 청년인 기타리스트 최무룡과 아코디언 연주자 이대엽과 함께 생활을 하면서 힘겹게 살아갑니다. 옥이는 꿈에도 잊지 못할 엄마를 찾으러 꽃집마다 헤메여 보지만 찾지 못한 채 10년 세월이 흘러서 어느듯 장성한 옥이(전계현)은 가수가 되었으며, 엄마는 그 사이 재혼했습니다. 엄마는 인기가 급상승하는 딸의 노래를 듣지만 자기 딸의 노래인 줄은 몰랐습니다. 어느날 딸이 라디오 공개방송에 출연해 엄마와 헤어진 사연을 소개하던 날, 라디오를 듣고 있던 엄마는 딸과 사회자의 대화에서 꿈에서도 그리워 하던 딸 옥이임을 알고 방송국으로 달려가 감격적으로 재회한다.」
보시는 영상은 1986년 6월 2일 방송된 ‘가요무대’ 장면입니다. 김광남과 황금심도 봐주세요.
영화주제가는 백설희는 엄마로서, 최숙자는 딸로서 노래를 하는데, 영화의 뒷부분에서 모녀가 만나 부르는 3절은 최숙자가 첫째 소절, “그리워라 어머님이여 꿈에 젖은 그 사랑이여” 하고 부르면 뒤를 받아서 둘째 소절은 백설희가 “옥이야 내 딸이야 다시 한번 안겨다오”하고 부르고,
다음 셋째, 넷째 소절은 두 사람의 중창으로 이어져 “목이 맺혀 불러봐도… 내일을 위하여”로 영화의 끝을 맺습니다. 당시 영화를 보고 나오던 어머니들의 손에는 미쳐 다 닦지 못한 눈물 때문에 손수건도 거둬들이지 못한 상태로 나왔고, 부잣집 마나님이 이 노래를 배우기 위해서 가정부를 채용할 때 노래를 부르게 해 부를 줄 알면 가정부로 채용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어린 딸인 전영선은 이때의 깜찍한 연기로 1961년 ‘사랑 손님과 어머니’에서 어머니 최은희의 어린 딸 ‘옥희’역으로 출연했습니다. 성장한 딸로 출연한 전계현의 청순한 이미지는 젊은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했었고, 그후 전계현은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는 인기배우가 되었습니다.
박시춘은 이 영화에서 주제가로〈살고보세〉, 〈그리움은 가슴마다〉, 〈가는 봄 오는 봄〉 3곡을 만들었고, 그 중에서〈가는 봄 오는 봄〉이 최고로 히트를 했습니다.
이후 미도파레코드사에서 백설희와 최숙자가 듀엣으로 음반을 발매하자 엄청나게 빅히트를 했고, 1967년에는 속편격인 영화〈그리움은 가슴마다〉가 제작됐는데, 장일호 감독과 배우 윤정희, 남진, 김지미, 이대엽, 허장강, 정민 등이 출연했고, 주제가인〈잘 살아보자〉, 〈그리움은 가슴마다〉, 〈애수일기〉 중 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 이미자 선생님 노래 〈그리움은 가슴마다〉가 크게 히트를 했습니다.
–〈그리움은 가슴마다〉– 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 이미자 선생님(1967년 지구레코드사)
1절. 애타도록 보고파도 찾을 길 없네 / 오늘도 그려보는 그리운 얼굴 그리움만 쌓이는데 /
밤하늘의 잔별같은 수많은 사연 꽃은 피고지고 세월이 가도/ 그리움은 가슴마다 사무쳐 우네
2절. 꿈에서도 헤맸지만 만날 길 없네 / 바람부는 신작로에 흩어진 낙엽 서러움만 쌓이는데 /
찬이슬에 젖어드는 서글픈 가슴/ 꽃이 다시피는 새봄이 와도 그리움은 가슴마다 메아리 치네
2013년 4월 18일 정두수 선생님 생신을 맞아 남양주시 운길산역 장어집에서 점심을 대접해 드렸습니다. 그 후에도 가끔 친구인 가수 나일강과 함께 자주 찾아 뵈었는데, 이미자 선생님의 〈그리움은 가슴마다〉노랫말을 지은 일화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노래따라 삼천리’에도 실려 있지만,「1965년말, 연말 송년모임을 피해 동해안으로 가서 몇 번 갔었던 어부의 집에 거쳐하며 독서를 하거나 해변을 거닐던 중 어느날 바닷가를 호젓하게 혼자 거니는 여인을 봤고, 먼데서 봐도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이튿날도 그 다음날도 황혼녁이면 혼자 거니는 여인에게 무슨 사연이 있을거라고 생각해 집주인에게 물었더니, “대학에 다닐 때부터 겨울이면 이 곳에 놀러와 머물렀으며 3년 전에는 약혼자와 함께 다녀갔다.”고 했다. 다음날 바닷가를 가 봤지만 그 여인은 보이지 않았고 그후로 그 여인은 볼수 없었다. 공허해진 내 마음을 노래시로 썼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이미자가 부른〈못 잊을 당신〉, 〈대답해 주세요〉두곡을 더 지었다.
이미자 선생님의〈못 잊을 당신〉, 〈대답해 주세요〉에 대한 글은 기회 되면 올려드리겠습니다.
1967년 영화 ‘그리움은 가슴마다’에서 나오는 주제가를 순서대로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영화 20분 경 남진과 이대엽이 김지미가 가수로 일하는 술집에 들어오는데, 흐르는 가수 김지미가 부르는(음성은 이미자 선생님)〈애수일기「1절. 달빛 푸른 언덕 위에 갈대가 흔들거리고 / 기러기 날러가는 가을밤에는 / 첫사랑 꽃피는 가슴 공연히 쓸쓸해지네 / 그대 지금은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고 계신지 / 소리없이 떨어지는 낙엽만 쓸쓸하구나. 2절. 별빛 푸른 언덕 위에 갈대가 흔들거리고 / 오동잎 떨어지는 가을밤에는 / 그 사람 못잊는 가슴 공연히 허전해지네 / 그대 지금은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고 계신지 / 밤새도록 홀로 우는 풀벌레 구슬피 운다.」
34분 경 기차가 지나가는 장면에서 김지미가 부르는(음성은 이미자 선생님)〈압록강 칠백리〉53분 경 하숙집에서〈그리움은 가슴마다〉반주가 흐르며 이대엽이 가사를 읊고 남진이 가사를 쓰면서 노래를 만들어서 남진이 언덕 위에서 이대엽 기타 반주에 맞춰 부르는 두 번째 노래〈그리움은 가슴마다〉「1절. 애타도록 보고파도 만날 길 없네 / 오늘도 그려보는 보고픈 얼굴 그리움만 쌓이는데 / 밤하늘에 찬별같이 수많은 사연 / 꽃은 피고 지고 세월이 가도 / 그리움은 가슴마다 사무쳐 오네. / (기타 반주가 계속 흐르고 윤정희가 언덕 위로 올라 오면서 부르는) 2절. 꿈속에도 헤맸지만 찾을 길없네 / 바람부는 신작로에 흩어진 낙엽 / 서러움만 더 하는데 / 밤 이슬에 젖어드는 서글픈 가슴 / 꽃이 다시피는 세월이 와도 / 그리움은 가슴마다 메아리 치네.」
58분 경 홀에서 윤정희와 남진이 부르는 세 번째 노래〈잘 살아 보세〉일부, 1시간 경 윤정희, 남진, 이대엽이 길거리 레코드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으면서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남진 “음, 새곡이군.” 윤정희 “참 잘 부르네요.” 셋 “흐흐흐” 이미자 선생님께서 부르시는〈제주 뱃사공〉일부, 이 노래도 다음 기회에 올리겠습니다.
마침내 한국레코드사 주최 라디오 공개방송 ‘신인가수 노래자랑’에 출연한 남진과 윤정희(정옥), 이대엽은〈잘 살아 보세〉1절을 부르고, 앵콜송으로 윤정희는〈그리움은 가슴마다〉를 부르기 전에 엄마를 목마르게 찾는다며 어머니에게 이 노래를 바치겠다 하고, 이를 들은 김지미는 방송국으로 달려갑니다. 1절을 윤정희가 두손을 꼭 모아 구슬프게 부르고, 딸의 모습을 눈물로 지켜보고 있던 김지미는 1절이 끝나고 나서 “옥아! 네가 옥이지? 내딸 옥이지?” “엄 엄 어엄” “어서 말해다오. 네가 옥이라고” “어 어 엄마아아!” 이때 김지미가 무대로 뛰어오르고, 두 모녀는 서로 부등켜 앉으면 “엄마!” “어디, 얼굴 좀 보여다오. 얼마나 고생이 심했겠니, 죽으려고 했건만은” “흑” “흑” “엄마아 아아” “흐윽!” 이때 허장강이 무대에 올라 모녀의 상봉에 축하의 의미에서 공개방송을 30분간 연장을 선언하자 모녀가 함께 노래를 부르라는 택시기사 장혁의 요구와 관객들 환호와 박수가 나오고 이에 김지미가 1절을 부릅니다.(노래는 이미자 선생님) 코러스와 2절은 모녀가 함께 부르면서(남진과 이대엽은 이를 지켜보면서 눈물을 글썽인다.) 2시간의 영화는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 윤정희(尹靜姬 본명 손미자) 1944년 부산에서 태어나 광주광역시에서 성장해 전남여자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제3대학교 대학원 예술학 석사 학위를 받은 대한민국 여자 석사 배우 제1호 배우입니다. 1966년 합동영화주식회사 신인배우 오디션에 참가 1,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 1967년 대종상 등에서 신인여수상을 수상한 ‘청춘극장’으로 영화계에 데뷔해 문희, 남정임과 함께 우리나라 제1세대 여자배우 트로이카를 형성했습니다. 총 300여편의 영화에 출연해 대종상·청룡영화상·백상예술대상 등 각종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했고, 특히 2010년 영화 ‘시’(詩)에서 주인공 ‘양미자’역을 연기해 그해에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 ‘시’의 이창동 감독은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습니다. 배우 윤정희는 미모면 미모, 연기면 연기에 정말 노래도 잘 부르시는군요.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애수 일기=그대 지금은〉– 백호 작사, 박춘석 작곡, 이미자 선생님(1967년 지구레코드사)
1절. 달빛 푸른 언덕 위에 갈대가 흔들거리고 기러기 날라가는 가을 밤에는 / 첫사랑 꽃피는
가슴 공연히 쓸쓸해지네 / 그대 지금은 어느곳에서 무엇을 하고 계신지 / 소리없이 떨어지는
낙엽만 쓸쓸하구나
2절. 별빛 푸른 언덕 위에 갈대가 흔들거리고 오동잎 떨어지는 가을 밤에는 / 그 사람 못잊는
가슴 공연히 허전해지네 / 그대 지금은 어느곳에서 무엇을 하고 계신지/ 밤새도록 홀로 우는
풀벌레 구슬피 운다
〈애수 일기=그대 지금은〉이미자 선생님께서 1967년 부르신 노래로 지구레코드사에서 발매한 ‘박춘석 작곡집, 그리움은 가슴마다’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음반 Side A면. 남진〈그리움은 가슴마다〉, 이미자 선생님〈그런대로 한 세상〉, 〈애수일기〉, 봉봉사중창단〈서울의 미소〉, 정은숙〈찔레꽃 사랑〉, 〈강원도 처녀〉, Side B면. 이미자 선생님·정씨스터스〈그리움은 가슴마다〉, 이미자 선생님〈아빠 아빠 우리 아빠〉, 이종국〈잊지 못할 사람〉, 남진·정씨스터스〈잘살아 보자〉, 봉봉사중창단〈천생연분〉, 이종국〈황혼의 강 언덕〉 등 총 12곡이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압록강 칠백리〉– 백호 작사, 박춘석 작곡, 이미자 선생님(1966년 지구레코드사)
1절. 압록강 칠백리 뗏목이 흘러간다 / 봄이 오면 풀피리에 구성진 노래 / 이슬 맞은 꽃잎에
휘감긴다 / 어느 때나 또다시 돌아가리 정든 곳 압록강에 정든 곳 압록강에 / 꿈이 섧구나
2절. 압록강 칠백리 찬비가 오는구나 / 비에 젖어 날라가는 기러기 떼는 / 오늘 밤은 어디서
잠을 자나 / 꿈에서도 잊지를 못하여서 그리는 고향산천 그리는 고향산천 / 꿈이 섧구나
〈압록강 칠백리〉1960년〈단장의 미아리고개〉가수 이해연이 처음 불렀고, 1966년 이미자 선생님, 1973년 황금심, 1979년 조미미가 불렀습니다. 그리고 백호는 박춘석님의 필명입니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저절로 이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의 애절한 심정이 전해지곤 합니다. 봄이 오면 풀피리를 구성지게 부르고, 겨울비 내리는 날에는 날라가는 기러기 떼를 바라보면서 어디서 자고 고향 찾아 날라가나 상념에 잠겨 한번만이라도 가보고 싶은 고향산천을 그려보면서〈눈물 젖은 두만강〉만큼이나 고향을 그리는 심정을 담은 곡이〈압록강 칠백리〉입니다.
그밖에 압록강 소재 대중가요는 1940년 선우일선〈압록강 뱃노래〉, 이난영〈선부의 안해〉, 이화자〈애수의 압록강〉, 1941년 이해연〈뗏목 이천리〉, 1958년 황금심〈압록강아 울어다오〉, 1959년 최숙자〈눈물의 압록강〉, 1965년 남진〈압록강 푸른 물에〉, 1969년 문주란〈아리나래=압록강〉, 1994년 허범성〈압록강 철교〉, 2017년 소프라노 김순영 가곡〈압록강의 밤〉 등입니다.
백설희와 14살 아래 동생인 이미자 선생님께서는 다정한 자매 같습니다. 두분은 함께 녹음한 1968년 ‘박시춘 작곡 대관 NO.1’ ‘박시춘 작곡 대관 NO.2’ ‘다시 그리워지는 노래’ 1969년과 1976년, 1981년 ‘다시 불러 보는 옛노래’ 1976년 ‘추억의 멜로듸’ 1979년 ‘그리운 노래 12집’ 1987년 ‘다시 불러 보는 노래들 CD.1’과 ‘CD.2’ 등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그리고 백설희·황해 부부는 1966년에 ‘황·백 가요극장’ 앨범을 발매해서 잉꼬부부로서의 금실을 뽐냈습니다.(^^)
다음에는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을 맞아〈귀향〉, 〈자주 댕기〉등에 대한 글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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