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에게서 김영삼의 향기가 난다.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이시다. 안철수 윤석열의 단일화 타결이라는 새벽의 기사를 접하고 제일 먼저 생각난 말이다. 이런 극적인 시간에 김대중 대통령을 생각해낸 이도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단일화 회동을 보면서 애써 침착하고자 애썼다. 아니 분노를 가라앉히고자 노력하였다.
적대적 양당정치의 종식과 제 3의 정치를 꽃피우기 위해 광야에 서있는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대통령제 아래에서 중도는 신화”라는 칼럼이 눈길을 끈다. 승자독식 대통령제에서 그리고 결선투표제도 없고 1인 1표의 등가의 원칙이 아닌 1표라도 더 얻은 쪽에 다 가져가는 기형적인 선거제도가 존속하는 한 중도가 뿌리를 내리고 살수가 없다는 경험을 톡톡히 하였다. 수많은 정치적 자산을 가지고 돈키호테처럼 벽에 부딪쳐 온 지 10년! 역시 사람의 문제가 아닌 제도의 문제라는 사실에 도달한다. 제도는 사람의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누구도 제도의 개선이 아닌 승자독식 선거제도하에서는 예수님도 살아남지 못한다. 안철수의 도전이 아름답지만 끝은 미미해진 것은 순전히 안철수만의 문제가 아닌 제도의 개선이 되지못한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라 명토박아둔다.
그동안 안철수의 정치를 좋아하고 열광한 국민들이 적지 않다. 어렵고 힘든 가운데 진영을 떠나 안철수를 지지하신 분들에게는 황망할 따름이다. 무슨 말이라도 듣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안철수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믿는다. 개인의 정치적 소신은 너무나 중요하다. 하물며 지금 처지의 안철수의 소신은 바람 앞에 촛불처럼 위태하다. 그럼에도 국민의 염원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자기 소신을 꺾어버렸다. 자신을 상징하고 있는 적대적 양당체제의 종식이라는 가치를 정권교체의 제단 앞에 던져버리고 만 것이다. 이로써 안철수의 정치는 사라졌다. 자신의 정치를 죽이고 정권교체를 살리는 행위를 하고 말았다.
진중권은 안철수 정치가 성숙하거나 노회했다고 평가했다. 필자는 이번 기회에 안철수가 죽고 새로운 안철수가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DJP 연합의 김종필이 될지 아니면 YS의 삼당합당의 길을 갈지는 순전히 안철수의 몫이다. 인물에 있어서 이번 선거는 단연 안철수를 찍겠다는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다만 안철수를 변명하자면 선거는 인물이외에 구도와 세력이 함께 존재한다는 현실을 차마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것이며, 자기를 죽임으로써 새롭게 태어나는 방법을 선택하였음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나는 안철수가 김영삼의 길을 가길 소망한다. 혁신과 변화의 큰 바다를 만들어 중도보수의 새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 하지만 김종필의 길도 어떠한가? 두 분 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를 발전시킨 분들 아닌가 말이다.
10년간 한국정치는 안철수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었다. 물론 조연의 역사를 쓰고 있었지만 앞으로의 길은 주연의 역사가 되길 기대한다. 순전히 안철수가 감내해야할 몫이고 세력을 모우고 구도를 만들어낸다면 가능할지 싶다. 이번 대통령선거를 즈음하여 대통령 감으로 손색이 없는 모습이었다.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대승은 큰 수레를 말한다. 안철수는 큰 수레에 올라탄 것이다. 고로 나는 안철수 정치가 대승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데 방점을 찍어본다. 진흙 속에서 피어난 연꽃처럼 정치의 본령을 가고 있다고 확신 한다.
옥타비아누스가 아그리파와 연합하여 대선을 승리하고 정권교체를 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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