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55.〈봄맞이〉〈봄바람 님바람〉, 〈개나리 처녀〉(2022.03.21.)
오늘은 24절기 중 네 번째 절기인 춘분(春分)입니다. 음력 2월, 양력으로는 3월 21일 경입니다. 태양의 중심이 춘분점(點) 위에 왔을 때이며, 태양은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고 지구상에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습니다. 춘분점은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적도를 통과하는 점입니다.
춘분을 즈음해서 농가에서는 농사 준비에 바쁜 시기입니다. “2월 바람에 김치독 깨진다.” , “꽃샘 추위에 설늙은이 얼어죽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바람은 동짓달 바람처럼 매섭고 찹니다. 이 바람신(風神)이 샘이 나서 꽃을 피우지 못하게 바람을 불게 하기 때문이라고 해 ‘꽃샘’이라고 합니다. 한편, 이때에는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고 먼 길 가는 배도 타지 않습니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새 봄을 많아 대중가요도 따뜻한 사랑과 행복이 담긴 노래가 많이 불려집니다.
그래서 오늘은 “뉴스아이신문” 애독자 여러분들께서 좋아하실 봄노래 5곡을 올려드리겠습니다.
–〈봄맞이〉– 윤석중 작사, 문호월 작곡, 이난영(1934년 오케레코드사)
1절. 어름이 풀려서 물 우에 흐르니 / 흐르는 물 우에 겨울이 간다 / 어허야하 어허야하
어흐어리 노를 저어라 / 으으으음 봄맞이 가자
2절. 시냇가 수양버들 실실이 늘어져 / 흐르는 물 우에 봄 편지 쓴다 / 어허야하 어허야하
어흐어리 노를 저어라 / 으으으음 봄맞이 가자
(3절. 제비 한 쌍이 물 차고 날아와 / 어서 가 보란다 님 계신 곳에 / 어허야하 어허야하
어허어리 노를 저어라 / 으으으음 봄맞이 가자)
4절. 돌아온 강남제비 물 우에 춤추고 / 풀 우에 종달새 노래 부른다 / 어허야하 어허야하
어허어리 노를 저어라 / 으으으음 봄맞이 가자
우리들에게 아동문학가로 잘 알려진 윤석중 선생님께서 밝은 분위기 속에서 새봄을 맞이하는 즐거움과 기쁨을 잘 표현해 줘 아동문학에 평생을 바친 그의 체취를 물씬 풍겨주는 곡입니다. 특히, 순박한 가사와 이난영의 애조띤 음색의 부드러운 선율이 더해져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1934년 오케레코드사에서 발매된 원곡을 1960년 가사 중 일부를 박남포(반야월)이 개사하고 가수 이난영 오빠인 작곡가 이봉룡이 편곡해 오아시스레코드사에서 재취입했습니다. 개사부분은 1절. 어름이→ 얼음이, 2절. 냇가의→ 시냇가, 3절 삭제, 4절. 집→ 들, 어허야하→ 어허아야 아름다운 봄날인 춘분날에 이난영의 처연하고 구슬프지만 꾀꼬리 같은 목소리의〈봄맞이〉와 이난영의 두딸 김애자와 김숙자, 그리고 오빠 이봉룡의 딸인 이민자로 구성된 ‘김시스터즈’가 1960년 내한하여 서울시민회관에서 기념공연 때에 불렀던〈봄맞이〉공연 실황을 올렸습니다.
☞ 윤석중(尹石重 1911년〜2003년) 서울 출생. 1924년『신소년』잡지에 동시 ‘봄’과 1925년『어린이』잡지에 ‘오뚜기’를 발표해 문단에 등단했고, 1930년 양정고등보통학교 졸업 후 1933년『어린이』주간, 1936년『소년』주간, 조선일보 편집고문, 소년조선일보 고문을 역임했으며, 1953년 ‘새싹회’를 창립하는 등 일생을 우리나라 아동문학 발전에 기여를 했습니다. 대표작은 ‘낮에 나온 반달’, ‘퐁당 퐁당’ , ‘도리도리 짝짝꿍’ 등 동시와 1932년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요집인『윤석중 동요집』과 동시집인 1933년『잃어버린 댕기』, 1940년『어깨동무』1948년『굴렁쇠』, 동화집 1966년『바람과 연』, 1977년『열 손가락 이야기』등이 있습니다.
–〈봄아가씨〉– 남풍월 작사, 문호월 작곡, 이난영(1935년 오케레코드사)
1절. 봄아가씨 웃음에 꽃이 피고 / 봄아가씨 가슴에 달이 지네 / 버들피리 소리만
삐삐리 삐리 삐삐리 삐리리리 / 봄아가씨 가슴은 싱둥 생둥 싱둥
2절. 왜 왔느냐 이 봄아 원수의 봄 / 피지마라 저 꽃아 밉상의 꽃 / 시냇물 소리만
졸조졸 조졸 졸조로 졸졸졸 / 봄아가씨 가슴은 갈팡 질팡 갈팡
3절. 봄아가씨 당기는 다홍당기 / 봄아가씨 아양은 꽃빛 아양 / 진달래 노래만
삐삐리 삐리 삐삐리 삐리리리 / 봄아가씨 가슴은 하늘 하늘 하늘
1935년 9월 오케레코드사에서는 이난영의 불멸의 히트곡인〈목포의 눈물〉을 발매합니다. 그 음반에 실린〈봄아가씨〉는 초대 오케레코드사 문예부장을 지낸 작사가 남풍월(본명 승응순, 타명 금릉인)님이 노랫말을 쓰고, 오케레코드사 전속 작곡가인 문호월님이 곡을 붙였습니다. 당시〈목포의 눈물〉에 가려 큰 인기는 얻지 못했지만 오케레코드사 반주단 ‘패미리뮤직’의 반주소리가 더욱 노래를 빛나게 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8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만물이 소생하고 꽃이 피고, 새 우는 새 봄이 되면 한번쯤 나즉막이 불러보고 싶은 국민애창곡입니다. 특히 2016년 개봉된 영화 ‘해어화’에서는 이난영 선생님 이야기가 많이 다루어 졌는데, 배우 한효주(소율)과 천우희(연희)가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봄을 즐기는 골목길에서 활짝 웃으며 뛰어가는 장면에서 함께 부르는〈봄아가씨〉는 영화의 압권이 아니었나 필자는 생각을 합니다. 이난영 선생님 역할로 나온 배우 차지연의〈목포의 눈물〉도 아주 좋았습니다. 오늘은 이난영 선생님〈봄아가씨〉와 2016년 3월 14일 가요무대에서 하춘화, 김용임이 부른 곡을 올렸습니다.
☞ 이난영(李蘭影 1916년~1965년) 본명은 이옥례(李玉禮)로 전라남도 목포 출생. 1934년〈불사조〉로 데뷔해 작곡가 박시춘, 작사가 반야월과 함께 우리나라 대중가요계의 3보(寶)라 불립니다. 1936년 작곡가 김해송과 혼인했고, 김해송이 납북된 후 아들과 딸, 조카를 혹독하게 연습시켜 미국에도 진출한 김시스터즈와 김보이즈로 성공시킨 목포의 낳은 가장 훌륭한 가수였으며, 1965년 대중가요 최초로〈목포의 눈물〉노래비가 세워졌습니다. 필자가 선정한 이난영 3대 명곡은 1935년〈목포의 눈물〉, 1937년〈해조곡〉, 1942년〈목포는 항구다〉입니다.
–〈봄 바람 님 바람〉– 고명기 작사, 한복남 작곡, 황정자(1958년 도미도레코드사)
1절. 꽃바구니 대굴 대굴 금잔디에 굴려놓고 / 풀피리를 불어봐도 시원치는 않더라
나는 몰라 웬일인지 정녕코 나는 몰라 / 봄바람 님의 바람 살랑 품에 스며드네
2절 삼단같이 치렁치렁 동백 기름 검은 머리 / 천리 춘색 봄 바람에 속타는 줄 모르니
꿈도 많고 한도 많은 열여덟 봄아가씨 / 봄바람 님의 바람 살랑 품에 스며드네
3절. 아지랑이 가물가물 낮꿈 꾸는 한나절에 / 칠보단장 꾸민 얼굴 어느 뉘게 보이리
안절부절 못하고서 뒷문만 들락날락 / 봄바람 님의 바람 살랑 품에 스며드네
가수 황정자는 1927년 서울 냉천동에서 출생해 8살 때부터 이동 순회극단 막간가수로 활동을 시작해 깜찍하고 또랑또랑한 발음과 애교로 천재소녀라 불렸습니다. 장구와 꽹과리를 치면서 신민요풍의 노래를 불러 관중들의 환호에 극장이 떠나갈 듯한 인기를 누렸고, 14살인 1940년〈살랑 춘풍〉,〈약산 진달래〉등으로 데뷔를 했습니다. 그 후 황금좌, KPK 악극단, 성보악극단, 국도쇼 등에서 황정자는 중심 가수로 활동을 했습니다. 1951년〈삼다도 소식〉을 발표했으나 이 노래는 1960년 황금심이 재취입해 더 히트를 했었죠.
1954년〈노랫가락 차차차〉,1955년〈오동동 타령〉1956년〈비오는 양산도〉,1958년〈봄 바람 님 바람〉,1959년〈처녀 뱃사공〉을 취입해 최고의 인기가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최고의 신민요가수로 명성을 날리던 그녀에게 가족과 생이별이라는 시련과 불행이 찾아오면서 건강이 악화되어 의정부극장에서 공연 도중 갑자기 쓰러져서 홀로 투병 생활을 하다가 1969년 홀연히 밤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가수 송춘희님이 2014년 가요무대에서 부르신 〈봄 바람 님 바람〉을 올려드렸습니다.
–〈개나리 처녀〉– 천지엽 작사, 김화영 작곡, 최숙자(1957년 신성레코드사)
1절. 개나리 우물가에 사랑찾는 개나리 처녀 / 종달새가 울어울어 이팔청춘 봄이 가네
어허야 얼씨구 타는 가슴 요놈의 봄 바람아 / 늘어진 버들가지 잡고서 탄식해도
낭군님 아니 오고 서산에 해 지네
2절. 개나리 우물가에 사랑찾는 개나리 처녀 / 소쩍새가 울어울어 내 얼굴에 주름지네
어허야 얼씨구 무정쿠나 지는 해 말좀 해라 / 성황당 고개마루 소모는 저 목동아
지는 해 멀다 말고 내 품에 쉬려마
또 한해의 봄이 시작됩니다. 봄! 봄! 봄이로구나 봄! 봄! 김유정의 ‘봄봄’을 또 읽어보고 싶습니다. 세월은 어김없이 또 지나가노니 필자도 벌써 62번째의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봄에는 만물이 소생하고, 또한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며, 새로운 희망의 삶을 또다시 시작하게 하는 계절입니다. 봄에 피는 개나리는 밝고 화사하며 따뜻한 느낌을 주면서 우리들은 개나리를 보며 행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할 때 한 동료 여직원의 애창곡이〈개나리 처녀〉였는데, 노래방이 국민들의 발걸음을 이끌던 1990년대 초부터 부르던 노래는 오로지 한 곡〈개나리 처녀〉뿐이었습니다.
〈개나리 처녀〉는 가수 최숙자님이 16세되던 1957년에 신성레코드사에서〈낙동강 달밤〉,〈사공의 아내〉,〈양품점 아가씨〉,〈첫사랑 부르스〉와 함께 취입한 노래입니다. 「서산(西山)에 해가 지도록 안타까이 낭군을 기다렸건만 님은 소식조차 없어 가슴 조이는 아낙네를 그린 한국적인 정서에 어울리는 노랫말과 구수한 민요조의 멜로디가 잘 조화되어 선우일선, 이화자, 황금심, 황정자 이래 대표적 민요풍 가수 ‘최숙자’를 탄생시켰습니다.」 최숙자는 꽃다운 이팔청춘 처녀의 순수하고 풋풋한 마음을 한 편의 시를 읽듯이 노래를 불렀으며, 이미자 선생님께서는 1982년에 부르셨습니다. 그 밖에 1960년 정화순, 1968년 박일남, 1972년 은방울자매, 1976년 금과은·구영미, 1977년 코메디언 배연정, 1978년 조미미·조진경, 1979년 봉은주, 1981년 숙자매, 1982년 김연자·지은희, 1983년 명진희, 1984년 주현미, 1985년 이혜영, 1990년 신바람 이박사, 그리고 2020년 가장 핫한 가수 송가인도 불렀습니다.
☞ 최숙자(崔淑子 1941년〜2012년) 1964년〈동백아가씨〉취입을 제안받았지만 높은 게런티로 이미자 선생님이 불러 최고의 곡이 되었고, 1978년 듀엣으로〈수안보 처녀〉를 취입했습니다.
–〈청춘의 꿈〉– 김용대 작사·작곡, 김용대(1947년, 1960년 김용만 아세아레코드사)
1절.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 / 언제나 즐거운 노래를 부릅시다/ 진달래가 쌩긋 웃는 봄봄
/ 청춘은 싱글벙글 윙크하는 봄봄봄 봄봄봄봄/ 가슴은 두근두근 춤을 추는 봄이요 / 산들산들
봄바람이 춤을 추는 봄봄 / 시냇가의 버들피리는 비리비리 비삐삐 / 라라랄라 라라랄라
라라랄랄 라라라라라 / 라라라 라라라 라라랄라 닐리리 봄봄 /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
2절. 청춘은 향기요 봄은 새나라 / 언제나 명랑한 노래를 부릅시다/ 개나리가 방긋 웃는 봄봄
/ 청춘은 소근소근 속삭이는 봄봄봄 봄봄봄봄 / 종달새 지지배배 희망의 봄이요 / 산들산들
봄바람이 춤을 추는 봄봄 / 시냇가의 버들피리는 비리비리 비삐삐 / 라라랄라 라라랄라
라라랄랄 라라라라라 / 라라라 라라라 라라랄라 닐리리 봄봄 /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
우리 민족의 정서는 한(限)과 흥(興)이라고 합니다. 그 흥과 한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이 노래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통가요는 눈물과 이별, 설움 등이 있는 가슴 저미는 가사들이 주(主)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방이 되면서 점차 새 희망을 노래하는 대중가요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이때 봄 날 같은 청춘을 노래한 대표적인 대중가요가 김용대의〈청춘의 꿈〉으로 4분의 2박자 폴카리듬의 경쾌한 봄노래〈청춘의 꿈〉은 지금까지도 새 봄이 찾아오면 가장 먼저 불리워 지고 있는 노래입니다.
〈청춘의 꿈〉노랫말을 짓고 멜로디를 붙여 노래까지 부른 싱어송라이트 김용대(1926년〜1967년)는 만능엔터테이너로 일컬어졌던 만능 재주꾼이었다고 합니다. 훤칠한 키에 서구적인 미남으로서 동료가수들과 염문도 많이 있었고, 노래도 아주 잘 불렀으나 음반취입은 못해 남은 음반은 없다고 합니다. 우리가 듣는 음반은〈꽃중의 꽃〉가수 원방현(1928년〜2001년)과 1960년 김용만이 취입한 음반뿐이어서 현재 김용만이 원곡가수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김용대의 본명은 김용팔. 울산광역시 출신으로 10대 때부터 악극단 황금좌에서 지방공연을 다닌 막간가수였지만 1947년〈청춘의 꿈〉을 불러 유일하게 우리들이 지금까지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1970년 김시스터즈가 미국에서 불러 큰 인기를 받은〈김치 깍두기〉를 김용대가 1963년에 부른 원창가수이라는 것은 전혀 몰랐던 사실입니다. 또한 요들송을 도입해 1962년〈청춘 실은 꽃마차〉를 작곡해서 부르기도 했던 싱어송라이트 김용대는 1967년 춘천에서 공연 도중에 쓰러져 42세로 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되었습니다. 2020년 1월 6일 가요무대에서 방영된 신세대 가수 16명이 부른〈청춘의 꿈〉을 올리겠습니다.
다음에는 영원한 소녀가수 김상희〈대머리 총각〉〈경상도 청년〉에 대한 글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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