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74. 1934년〈처녀총각〉, 〈노들강변〉, 〈봄마지〉(2022.08.22.)
지난 17일 작사가 고(故) 정두수님 부인 이영화 여사님께서 소천하셔서 무척 슬프네요.
오늘은 1934년도입니다. 전통가요는 유도순 작사, 김준영 작곡, 강홍식〈처녀 총각〉, 신불출 작사, 문호월 작곡, 박부용의 〈노들강변〉, 윤석중 작사, 문호월 작곡, 이난영의 〈봄마지〉, 범오 작사, 김준영 작곡, 전옥의 〈실연의 노래〉, 김능인 작사, 손목인 작곡, 고복수의 〈타향살이〉가 있습니다. 이 해에는 8월 21일 한강인도교 기공식이 있었고, 탄생한 인물은 3월 9일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 8월 1일 배우 남궁원, 9월 20일 배우 소피아 로렌, 9월 28일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 11월 16일 배우 이순재, 12월 8일 영화감독 임권택, 작고한 인물은 7월 4일 마리 퀴리, 12월 24일 시인 김소월이 있습니다.
오늘은〈처녀 총각〉, 〈노들강변〉, 〈봄마지〉3곡에 대해 간추린 글을 올리겠습니다.(^^)
–〈처녀총각〉– 유도순(=범오) 작사, 김준영 작곡, 강홍식(1934년 콜럼비아레코드사)
1절. 봄은 왔네 봄이 와 숫처녀의 가슴에도 / 나물 캐러 간다고 아장아장 들로 가네
산들산들 부는 바람 아리랑타령이 절로 난다 / 으으으응 으으으으응 으으으으응응응
2절. 호미 들고 밭 가는 저 총각의 가슴에도 / 봄은 찾아왔다고 피는 끓어 울렁울렁
콧노래도 구성지다 멋드러지게 들려오네 / 으으으응 으으으으응 으으으으응응응
3절. 봄아가씨 긴 한숨 꽃바구니 내던지고 / 버들 가질 꺾더니 양지쪽에 반만 누워
장도 든 손 싹둑싹둑 피리 만들어 부는구나 / 으으으응 으으으으응 으으으으응응응
4절. 노래 실은 봄바람 은은하게 불어오네 / 늙은 총각 기막혀 호미자루 내던지고
피리 소리 맞춰 가며 신세타령을 하는구나 / 으으으응 으으으으응 으으으으응응응
〈처녀총각〉은 1934년 강홍식이 부른 노래로 그해 2월 전옥〈실연의 노래〉(범오/김준영)과 함께 콜럼비아레코드사를 통해 음반을 발매한 창작 신민요 곡입니다. 당시의 우리나라 정취를 잘 표현한 곡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는데, 지금까지도 새봄이 오면 전국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국민 애창곡입니다. 1943년 일본에서도 일본어로 번안된 음반이 발매되었습니다.
특히, 1959년 서울대 음대 재학 중 독일로 유학한 당대의 유명 성악가 최정환(독일명 LILIFA)이〈Wind Bei Nacht〉(밤에 속삭이는 바람)으로 경쾌하게 편곡하고 독일어 번안곡으로 발표 유럽에도 알려진 유명한 한국 노래였다고 합니다.
〈홍도야 울지마라〉의 작곡가 김준영은 1934년 당시 ‘단성사 극단’의 음악담당으로 근무했는데, 어느날 극단 연극사 소속으로 단성사에서 공연을 하던 잔뜩 찌푸린 어느날, 강홍식과 국일관 뒤 여관방에 들어 앉아 어울려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한잔 두잔 권커니 받거니 하다 취기가 오른 강홍식이 저절로〈흥타령〉을 부르자 얼큰하게 주홍이 오른 김준영은 음악적 영감이 발동하여 즉석에서 오선지에〈처녀 총각〉을 그려내었습니다. 음반이 콜럼비아레코드사에서 발매되자 경쾌한 멜로디에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흥겨운 리듬감에다가 화창한 봄기운까지 감돌게하니 불티나게 10만장이 넘게 팔려나갔습니다. 그 수입으로 김준영은 평생의 소원이었던 고가의 피아노를 구입할 수 있었고, 강홍식도 낙산에 양옥집을 마련했다 합니다. 강홍식(1902년∽1971년)과 전옥(1911년∽1969년)은 우리나라 최초의 연예인 부부로서 배우인 딸 강효실(1932년∽1996년)은 1954년 배우 최무룡(1928년∽1999년)과 혼인해 1962년 영화배우 최민수를 낳은 연예인가족입니다.
–〈노들강변〉– 신불출 작사, 문호월 작곡, 박부용(1934년 오케레코드사)
1절. 노들강변 봄버들 휘휘 늘어진 가지에다가 / 무정세월 한 허리를 칭칭 동여메여나
볼까 / 에헤요 봄버들도 못 믿으리로다 / 푸르른 저기 저 물만 흘러 흘러 가노나
2절. 노들강변 백사장 모래마다 밟은 자죽 / 만고풍상 비바람에 몇 번이나 지여 갔나
에헤요 백사장도 못 믿으리로다 / 푸르른 저기 저 물만 흘러 흘러서 가노나
3절. 노들강변 푸른 물 네가 무슨 망령으로 / 재자가인 아까운 몸 몇몇이나 데려갔나
에헤요 네가 진정 마음을 돌려서 / 이 세상 쌓인 한이나 두둥 싣고서 가거라
〈노들강변〉은 1934년 신민요 명창 박부용이 부른 노래로〈신원애곡〉과 함께 1월 오케레코드사에서 발매한 음반에 실려있는 곡입니다. 박부용은 12살이던 1913년 기적에 오른 한성권번 출신 기생이었습니다. 한국가요사에서 신민요라는 용어가 사용된 효시로 꼽히는〈노들강변〉에 대한 당시 논평 “작곡의 괴재(瑰才) 문호월이 만든 노래로서〈아리랑〉, 〈도라지〉, 〈천안삼거리〉, 〈양산도〉와 함께 5대 민요 중 하나이다.” 〈노들강변〉에서 노들은 ‘노돌(老乭)’로「백로(鷺)가 놀던 징검돌(梁)」에서 변화된 말로 서울 노량진을 가리키는 말인데, 현재는 ‘샛강’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당시 한강에는 뱃놀이가 번창이던 시절로 오케레코드사 이철(1903년∼1944년 본명 이억길, 충남 공주 출생) 사장은 소속 문예부장 김능인(1911년∼1937년 본명 승응순, 황해도 금천 출생)과 전속작곡가 문호월(1908년∽1952년 본명 문윤옥, 경남 진주 출생)에게 전국의 민요 수집 발굴을 주문했고,
어느날 문호월은 만담가 신불출(1907년∽1969년 본명 신흥식, 서울 출생)과 함께 친구의 병문안을 다녀오던 길에 노량진 나룻터를 지나다 뱃사공의 구성진 노랫가락이 들려오자 발걸음을 멈추고 감상하던 중 한강의 푸른 물결과 봄버들이 하늘하늘거리는 목가적인 풍경에 흠뻑 젖어들어 문득 악상이 떠오르자 강가 선술집으로 들어가 노랫말을 짓고, 악보를 만들어 신민요가수 박부용에게 취입시켜 오케레코드사 창립 1주년 기념 특별신보로 발매하자마자 전국 방방곡곡으로 노래가 울려 퍼져 나갔습니다. 〈노들강변〉 노래비는 1982년 문호월이 어린시절을 보낸 김천 남산공원에 세워졌습니다.
박부용은 1901년 창원에서 태어나 서울로 이주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자 집안이 가세가 기울어 12살 때에 서울 광교조합 기생이 되어서 노래와 고전무용을 익혔습니다. 1918년 ‘조선미인도감’ 소개글「단정한 용모에 성품은 온유하다. 어여쁜 귀밑머리는 한 덩이 새털구름이 봄 산을 휘돌아 감도는 듯한데, 발그레한 두 볼은 방금 물위에 피어난 한 송이 부용화를 떠올리게 하는구나.」 1933년 오케레코드사에 발탁 1935년까지 활동〈창부타령〉, 〈한강수타령〉등을 취입했습니다. 당시 서울 4대 권번은 ‘한성권번’, ‘대정권번’, ‘한화권번’ , ‘경화권번’이었고, 기생출신 가수는 왕수복, 박부용, 김복희, 김연월, 김운선, 김인숙, 김춘홍, 박채선, 선우일선, 왕초선, 이류색, 이은파, 이화자 등이 있었습니다.
–〈봄마지〉– 윤석중 작사, 문호월 작곡, 이난영(1934년 오케레코드사)
1절. 얼음이 풀려서 물 우에 흐르니 / 흐르는 물 우에 겨울이 간다 / 어허야하
더허어야 어허으리 노를 저어라 / 으으으음 봄맞이 가자
2절. 냇가에 수양버들 실실이 늘어져 / 흐르는 물 우에 봄 편지 쓴다 / 어허야하
더허어야 어허으리 돛을 감어라 / 으으으음 봄맞이 가자
3절. 제비 한쌍이 물 차고 날아와 / 어서 가 보란다 님 계신 곳에 / 어허야하
더허어야 어허으리 노를 다려라 / 으으으음 봄맞이 가자
(4절. 돌아온 강남제비 물 위에 춤추고 / 집 위에 종달새 노래 부른다 / 어허야하
더허어야 어허으리 노를 저어라 / 으으음음 봄맞이 가자)
〈봄마지〉는 1934년 이난영이 부른 노래로 오케레코드사 2월 신보로 음반이 발매된 곡입니다. 1935년『삼천리』11월호 -이난영이 부른〈봄맞이〉를 작곡하면서- 문호월 “봄마지를 윤석중씨에게서 볼 때 그 노래가 참 좋습디다.
그래서 그것을 봄의 기분으로 노래하며 소생에 동산이 되려고하여 한껏 흥에 겨울 때 마침 이난영을 불러 연습시켜보니 목소리가 마질듯해서 아주 봄동산에 파무친 기분으로 듣고 또 그 묘곡(妙曲)을 생각하면서 흥분된 때 그냥 작곡한 것이 오히려 이틀 사흘가면서 작곡한 것보다 인기를 끌었구먼요. 윤석중이 지은 봄마지는 그야말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밑에서 푸룻푸룻 돋아 오르는 작은 꽃 종달이 우는 봄동산을 그린 것으로 묵은 근심 다 사라지고 감미 경쾌한 멜로디를 그냥 넣은 것인데 이난영의 노래는 어리고 연합니다. 그리고 영리한 맺힌 노래로서 마치 옥구슬(玉珠)을 굴리는 듯 자연스러운 미음옥성(美音玉聲)이외다. 미칠 듯 취할 듯 청춘에 봄마지를 과연 이난영이 아니고는 그러케 기뿌게 못 넣을 것이다.”
1960년 문화영화 ‘무궁화 다시피네’에 출연해 봄맞이를 부르는 김시스터즈(이난영의 두 살터울 오빠인 작곡가 이봉룡의 딸 이민자와, 김해송·이난영의 딸인 김애자·김숙자)
다음에는 1935년∼1936년〈사막의 한〉〈짝사랑〉〈조선팔경가〉글을 올리겠습니다.
*상기 컬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