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76. 1937년〈고향은 부른다〉, 〈해조곡〉(2022.09.05.)
다가오는 10일은 민족 고유의 명절인 추석 한가위!
모두 행복한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1937년으로 이 해에 발표된 전통가요로는 이난영 〈고향은 부른다〉(박영호/김송규) 〈해조곡〉(이부풍/손목인), 김정구·장세정 〈백만원이 생긴다면〉(남초영/양상포), 장세정〈아시나요〉(손목인/손목인), 김정구〈항구의 선술집〉(박영호/박시춘), 남인수〈애수의 소야곡〉(이부풍/박시춘, 34회차 참고 독자논단, “고인돌의 트로트, 세월따라 사연따라” | 뉴스아이신문 (news-i.net)), 장세정 데뷔곡〈연락선은 떠난다〉(박영호/김송규, 65회차 참고 독자논단, “고인돌의 트로트 세월따라,사연따라” | 뉴스아이신문 (news-i.net)) 등입니다. 해당 컬럼을 읽으시려면 34회차, 65회차 독자논단 글자를 눌러 보세요.
이 해에는 1월 31일 대구비행장 설치, 3월 31일 소설가 김말봉 장편「찔레꽃」조선일보 연재, 4월 15일 천주교 전주교구·광주교구 설치, 6월 5일 청진방송국 개국, 7월말 조선어학회「표준말 모음」발간, 11월「덕수궁 미술관」개관, 11월 5일「조선중앙일보」폐간, 11월 26일 동해북부선 간성 ↔ 양양구간 개통, 12월 소련 소수민족 강제이주, 12월 13일∼1938년 2월 ‘난징 대학살’ 등이 있었습니다.
탄생한 인물로는 3월 10일 탤런트 송재호, 5월 8일 영화배우 신성일, 5월 29일 일본 가수·배우 미소라 히바리, 7월 25일 교육인 홍성대, 8월 16일 탤런트 민지환, 10월 20일 탤런트 김상순, 12월 5일 탤런트 김영옥 등이 있으며,
작고한 인물은 3월 29일 소설가 김유정(29살), 4월 17일 시인 이상(27살), 8월 9일 영화감독 나운규(35살) 등입니다.
–〈고향은 부른다〉– 박영호 작사, 김송규 작곡, 이난영·이봉룡(1937년 오케레코드사)
1절. (봉룡) 녹두새 날아드는 수수피는 내 고향 / 꿈길에 찾어드는 아롱아롱 고향길 /
차라리 잊을거나 차라리 잊을거나 / 아아아 아 고향은 부른다
2절. (난영) 떠도는 신세라서 오나가나 내 고향 / 아득한 하늘가엔 가물가물 타관길 /
차라리 헤맬거나 차라리 헤맬거나 / 아아아 아 고향은 부른다
3절. (합창) 타관길 고향길이 엇갈리는 꿈 속에 / 아뿔사 깨고보니 빗소리만 외롭다 /
차라리 마실거나 차라리 마실거나 / 아아아 아 고향은 부른다
〈고향은 부른다〉는 2살 터울의 오빠인 이봉룡(1914년∼1987년)과 이난영(1916년∼1965년 본명 이옥례)가 함께 부른 노래로 1937년 4월 오케레코드사를 통해서 발매한 ‘올팡 갈팡/고향은 부른다’ 음반에 실려 있는 곡입니다. 〈고향은 부른다〉는 작곡가인 이봉룡과 가수인 이난영 남매가 듀엣으로 부른 유일한 노래로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 속에서 고향인 목포시 양동의 집을 떠나 삼촌집에서의 더부살이와 제주도 일본인 가정에서의 식모살이, 유랑극단의 무명 막간가수를 하면서 여동생은 가수가 되고, 오빠는 작곡가가 되어서 남부럽지 않은 행복한 삶을 살아갔지만 언제 어디서나 어린시절 자란 고향인 목포의 집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며 부른 노래가〈고향은 부른다〉였을 것입니다.
〈올팡 갈팡〉은 남편인 가수 겸 작곡가인 김해송(1911년∼미상 金海松, 평안남도 개천 출생)과 듀엣으로 부른 곡으로 그의 본명은 김송규입니다. 그는 1935년 오케레코드사에 입사해 가수로서 예명인 김해송, 작곡가로서는 본명인 김송규로 활동을 시작해 미국의 재즈(Jazz)를 우리말로 옮겨 부르기도 했으며, 1936년 이난영과 혼인했습니다. 1945년 12월 이난영과 함께 K.P.K 악단을 조직 운영해 대중가요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김해송이 작곡한 대표적인 대중가요는 1937년 장세정〈연락선은 떠난다〉, 1938년 박향림 〈오빠는 풍각쟁이〉, 1939년 이난영에게 혼인 선물로 작곡한 우리나라 최초의 재즈곡 〈다방의 푸른 꿈〉, 장세정〈항구의 무명초〉, 박향림〈코스모스 탄식〉, 1940년 장세정〈울어라 문풍지〉, 이화자〈화류춘몽〉, 1941년 고운봉 〈선창〉, 장세정〈역마차〉, 1948년 장세정 〈울어라 은방울〉 등 190여 곡이 있으며, 1950년 납북되던 중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후 이난영은 혼자서 힘겹게 김브라더스, 김시스터즈를 키웠습니다.
–〈백만원이 생긴다면〉– 남초영 작사, 양상포 작곡, 김정구·장세정(1937년 오케레코드사)
1절. 만약에 백만원이 생긴다며는 / 금비녀 보석반지 하나살테야 음 / 그리고 비행기도
한 대 사야지 / 하늘 공중 높이 떠 빙글빙글 돌아서 / 아서라 백만원에 꿈을 꾸다가 /
청춘의 인함박을 뒤집어 쓰겠소
2절. 만약에 백만원이 생긴다며는 / 그란드 피아노도 한대 살테야 음 / 요것이 욕심이란
부한당이야 / 안 사주면 난 싫어 울기는 또 왜울어 / 이것 참 야단났군 백만원 꿈에 /
부부간 가정대전 폭발이 되겠소
3절. 만약에 백만원이 생긴다며는 / 인조견 치마적삼 해입을테야 음 / 남은 건 막걸리나
죄다 삽시다 / 그건 사서 뭘해요 두고 먹지 무얼해 / 아서라 헛소리에 헛꿈 꾸다가 / 보리밥 비지찌개 다 식어 버렸네
〈백만원이 생긴다면〉은 1937년 김정구 장세정이 부른 노래로 12월 오케레코드사에서 발매한 ‘백만원이 생긴다면/해조곡’에 실려 있는 노래입니다. 작곡가 양상포의 본명은 손득열 타명은 손목인(1913년∼1999년 경남 진주 출생)입니다. 이 해 12월 이난영의〈해조곡〉과 함께 발매되자 일확천금의 행복한 상상을 하다가 결국 현실로 돌아오는 코믹한 가사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당시 서울 집 한채 값이 500원 정도였다니, 100만원은 현재 가치로는 약 1조원이 넘는 금액이니 입에 딱 벌어집니다. 960년대 작사가 반야월이 시대에 맞게 가사를 바꿔 김정구·박달자, 김용만·차은희, 고봉산·아리랑시스터즈가 불렀습니다.
「1절. 만약에 백만원이 생긴다면은 / 백금에 보석반지 하나 살테야 흥 / 그리고 테레비도 한대 사 놓지 그것 참 좋아요 / 너무 좋아 말어라 아서라 백만원에 헛꿈 꾸다가 / 다 썩은 레디오도 하품을 하겠네. 2절. 만약에 백만원이 생긴다면은 / 그랜드 피아노도 한대 살테야 흥 / 그리고 자가용도 한대 사놓지 아이 참 좋아라 / 너무 돌지 말아라 이것 참 야단났네 / 백만원 꿈에 엉터리 토정비결 믿은게 바보야. 3절. 만약에 백만원이 생긴다면은 / 타이루 양옥집을 높이질테야 흥 / 그리고 로케트로 달나라 가지 아이 참 무서워 / 누가 태워 준다냐 아서라 백만원에 잠꼬대 말고 / 광나루 공영주택 수속을 해보자.」 1963년 서울의 아파트가격은 평당 5만원 내외였다고 합니다.
–〈해조곡〉– 이노홍 작사, 양상포 작곡, 이난영(1937년 오케레코드사)
1절. 갈매기 바다 우에 울지말아요 / 물항라 저고리에 눈물 젖는데 / 저 멀리 수평선에
흰 돛대 하나 / 오늘도 아아아아 가신 님은 아니 오시네
2절. 쌍고동 목이 메게 울지말아요 / 굽도리 선창가에 안개 젖는데 / 저 멀리 가물가물
등대불 하나 / 오늘도 아아아아 동백꽃만 물에 떠가네
3절. 바람아 갈바람아 불지말아요 / 얼룩진 낭자 마음 애만 타는데 / 저 멀리 사공님의
뱃노래 소리 / 오늘도 아아아아 우리 님은 안오시려나
작사가 이노홍(1916년∼1982년)의 본명은 박노홍, 타명은 이부풍입니다. 〈해조곡〉은 말 그대로 ‘바다새의 노래’라는 뜻입니다. 고향인 목포를 그리워하는 이난영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는〈해조곡〉은 이난영 특유의 정감 넘치는 목소리와 애절한 선율이 어우러져 당시 윤백남의 동명소설 ‘해조곡’의 인기와 맞물려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곡으로 노랫말은 아득한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떠나간 님을 간절하게 그리워하는 한 여인의 삶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려져 있는 내용이지만, 그 내면에는 강제로 징용에 끌려간 님을 그리워하는 반일 감정이 담겨있는 노래로 서정적인 가사와 슬픈 곡조는 일제의 탄압에 지친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해 준 노래였습니다. 이노홍은 경찰서에 연행되어 일제에 저항하는 노래가 아니냐며 조사를 받는 고초를 겪었습니다.
–〈아시나요〉– 손목인 작사·작곡, 장세정(1937년 오케레코드사)
1절. 아 흑갑사 댕기는 부른다 어서와요 어서와요 / 아시나요 열일곱 수줍은 댕기를
2절. 아 우물진 두 뺨은 웃는다 싱긋생긋 생긋싱긋 / 아시나요 열일곱 수줍은 두 뺨을
3절. 아 연분홍 순정은 부른다 울렁 울렁 울렁 울렁 / 아시나요 열일곱 수줍은 순정을
☞ 흑갑사 댕기, 일명 큰 댕기는 예장용으로 黑甲紗에 은박으로 문양을 박은 도투락댕기
1937년 8월 장세정은 손목인이 유일하게 작사하고 작곡한 〈아시나요〉를 발표합니다. 장세정은 1921년생으로 이난영 보다는 5살 아래로 같은 오케레코드사 소속이었는데, 악단이 전국 공연을 떠나 평양에 도착했을 때 출산 조리 중이던 이난영 대신 무대에 올라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이후 두 가수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걸그룹 저고리시스터즈를 구성 조선악극단의 호화로운 흥행을 주름잡았습니다. 목포 태생 이난영은「조선의 가희(歌姬)」로 불렸고, 평양 태생인 장세정은「평양의 가희」로 불렸습니다.
다음에는 1938년〈눈물 젖은 두만강〉, 〈장전 바닷가〉, 〈나는 열일곱살이예요〉편입니다.
*상기 컬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