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전화와 공무원의 전화
10.29 참사의 애도기간이 끝이 났다. 젊은 친구들이 속절없이 죽어갔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끊이지 않는 대형 사고가 또 터졌다. 하나씩 진상이 알려지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책임자에 대한 처벌로 중요하지만 이번엔 제대로 조사해보자. 선진국대열에 오르기엔 아직 한잠 모자란다.
필자는 처음에는 이번 사고를 믿기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 무슨 외국의 가짜뉴스려니 했었다. 사고가 사실로 들어나면서 시민들의 안전 불감증을 탓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시민들의 전화가 사고 이전에 주무관청으로 신고전화를 많이 했다는 사실을 알고 역시 우리나라 시민이라는 생각을 했다. 대한민국의 시민은 역시 사고현장에서도 빛을 발했다. 우리나라 공무원은 그냥 시민들이 요구한 사항만 제대로 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역시 백성(民)이 제일이다. 정부 당국자의 관료들은 그냥 백성의 전화만 제대로 받고 이에 준하는 매뉴얼을 짜면 된다. 무슨 재난매뉴얼이니 법을 만들기도 해야지만 우선 백성의 목소리를 경청하면 된다. 경청도 안하면서 법 타령 한다 거나 부처소관이 아니라는 행정편의만 앵무새처럼 되새김한다면 제 3의 참사도 또 발생할 수가 있다.
북한의 폭격이 한창일 때 북한 미사일 한발이 우리 영토 내에 떨어진 적이 있었다. 공습경보가 울리고 대피명령이 떨어졌는데 공무원이 군민보다 먼저 대피했다는 소식이다. 역시 백성을 핫바지로 보는 자세와 태도가 엿보인다. 윗선의 전화와 백성의 전화 중 현재 당국자들은 윗선의 전화에 먼저 움직임을 증명하고 있다. 관료가 백성을 무시하고 먼저 대피하는 모습이 온당하단 말인가?
백성의 전화에 먼저 반응하고 응대하고, 전쟁 시 약자부터 안전하게 대피하는 모습이 관료의 책임 윤리임을 먼저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복잡한 세상에서 윗선이 제기하는 아름다운 질서는 환상일 뿐이다. 고난하고 힘들지만 백성의 민원전화에 제대로만 작동하고 미비한 법 체계를 손질한다면 10.29참사로부터 얻는 소중한 교훈이 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과연 우리는 무슨 교훈을 얻었는지 자문해보자. 이번 10.29 참사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성찰해야만 한다. 정치가들이 아닌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결론을 도출해낼 때까지 자중하고 반성하라고 싶다. 큰 틀에서 백성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책임은 행정부 뿐 아니라 입법부도 있음을 명토박아둔다. 사건의 진상을 명백히 밝히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구나 재난 시 백성의 전화를 깔아뭉개고 적들의 공습경보엔 저 먼저 살겠다고 반응하는 부끄러운 일은 여기서 끝을 내야한다. 그 다음엔 법 정비이고 공론화이다. 마지막으로 책임자 문책으로 정국을 수습하면 되지 않겠냐 싶다.
젊은이들의 죽음 앞에 한없이 작아진다. 재난과 안전을 향한 우리들의 대오각성도 이참에는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도발책동에도 경각심을 유지해야지만 사회적인 재난에도 슬기롭게 대응할 수 있는 훈련과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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