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86. 1954년〈남원의 애수〉,〈고향의 그림자〉(2022.11.14.)
오늘은 1954년입니다.
1954년의 전통가요로는, 금사향〈홍콩 아가씨〉(손로원/이재호, 15회), 김용만〈남원의 애수〉(김부해/김화영), 남인수〈고향의 그림자〉(손로원/강남민=박시춘)〈고향은 내사랑〉(호동아=유호/박시춘), 백설희반야월/이재호 편곡), 유춘산〈향기 품은 군사우편〉(박금호/나화랑, 17회 참고), 허민〈백마강〉(손로원/한복남, 37회)와〈페르샤 왕자〉(손로원/한복남, 66회) 등이 있습니다.
이 해에는 1월 1일 미국 NBC 컬러TV 방송 시작, 1월 18일 독도 ‘한국령’ 영토 표지 설치, 1월 30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설치, 3월 21일 국군 제 1 군사령부 발족, 4월 3일 한국산업은행 발족, 4월 20일 한국외국어대학 설립, 5월 1일 독도 의용수비대 파견,
5월 20일 제3대 국회의원 선거, 6월 9일 한국일보 창간, 6월 16일 스위스 월드컵(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첫 출전), 7월 17일 대한민국 학술원, 예술원 개원, 8월 15일 경부선 통일호 개통(9시간 30분), 10월 24일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발족, 11월 29일 사사오입 개헌, 12월 15일 민영방송 CBS 개국 등이 있었고, 태어난 인물은 1월 21일 MC 정소녀, 1월 30일 가수 유현상, 2월 22일 가수 김창완, 3월 26일 가수 전영록, 4월 1일 영화감독 이창동, 4월 19일 가수 한경애, 4월 27일 가수 구창모, 5월 22일 개그맨 이홍렬, 5월 31일 가수 박일준, 6월 5일 배우 정윤희, 7월 17일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9월 4일 가수 전인권,
9월 15일 가수 혜은이, 10월 10일 가수 정태춘, 12월 3일 탤런트 양희경 등이 있습니다. 특히, 이 해에는 3월 7일과 14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스위스 세계축구선수권 예선전’에서 일본을 5-1, 2-2로 물리치고 최초의 한일전 승리와 최초로 월드컵에 진출했습니다.
〈아메리카 차이나타운〉,〈나는 울었네〉,〈야래향〉등에 대한 글들은 차후에 싣겠으며, 오늘은〈남원의 애수〉,〈고향의 그림자〉,〈고향은 내사랑〉,〈찔레꽃 피면〉 4곡입니다.
–〈남원의 애수〉– 김부해 작사, 김화영 작곡, 김용만(1954년 아리랑레코드사)
1절. 한양천리 떠나간들 너를 어이 잊을쏘냐 / 성황당 고개마루 나귀마저 울고 넘네
춘향아 울지마라 달래였건만 / 대장부 가슴 속을 울리는 님이여 / 아아아아 어느 때
어느 날짜 / 함께 즐겨 웃어 보나
2절. 알상급제 과거보는 한양이라 주막집에 / 희미한 등잔불이 도포자락 적시었네 /
급제한 이도령은 즐거웠건만 / 옥중에 춘향이가 그리는 님이여 / 아아아아 어느 때
어느 날짜 그대품에 안기려나
3절. 님께 향한 일편단심 채찍 아래 굽힐쏘냐 / 옥중의 열녀 춘향 이도령이 돌아왔네
춘향아 울지 마라 얼싸 안고서 / 그리던 천사만사 즐기는 님이여 / 아아아아 흘러간
꿈이련가 / 청실홍실 춤을 추네
〈남원의 애수〉는 1954년 김용만이 부른 데뷔곡으로 아리랑레코드사를 통해 발표한 곡입니다. 「춘향전」은 우리나라 고전 가운데서도 백미로 꼽히는 소설이고, (성)춘향과 이도령(몽룡)의 이별의 한(恨)을 노래한〈남원의 애수〉는 춘향의 고장 남원을 전국에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2005년 5월 광한루 우측에 위치한 남원관광단지에 노래비가 세워졌습니다.
작곡가 김부해(1918년∼1988년)이 전라북도 남원지방 특별순회공연 때 그곳에서 여관집 아주머니가 들려준 춘향의 사랑이야기가 새삼스러워 수첩에 적어두었다. 어느 날 서울 신당동 막걸리 집에서 선배 작곡가 김화영(1908년∼1987년)에게 주었는데 김화영은 그 노랫말을 보고서는 즉흥적으로 악상이 떠올라 곡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처음 제목은 〈춘향아 울지마라〉였는데 후에 〈남원의 애수〉로 바뀌었습니다. 가수 김용만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어느 날 친구가 일하는 악기점을 찾았는데 그 곳에서 우연히 작곡가 김화영을 만났고, 그 만남을 계기로 하여〈남원의 애수〉를 데뷔곡으로 부르게 되어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의 상흔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던 국민들은〈남원의 애수〉를 부르면서 위로를 얻고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춘향아! 울지마라…” “홍도야 울지 마라 오빠가 있다.” 둘 다 부르고 나면 속이 후련합니다.
소설「성춘향」의 연인 이몽룡은 실존인물이었다고 합니다. 남원부사를 지낸 성안의의 아들로 경상북도 봉화군에서 태어난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청백리(淸白吏)였던 성이성(成以性 1595년∼1664년)으로 춘향전의 이몽룡은 원래 성몽룡이었는데, 남원부사로 부임한 아버지를 따라갔다가 만난 기생과의 일화가 춘향전으로 희곡과 만담으로 시중에 떠돌자 조정에서 불미하다고 금지시키자 성몽룡의 성씨를 이씨로 바꾸고, 기생 춘향에게는 성씨 성을 붙혀줬다고 합니다.
그는 호서·호남 암행어사로서 부패한 지방 수령들을 봉고파직(封庫罷職) 시켰다 합니다. 고향 봉화에 그의 사당「계서당」이 있습니다. 그 밖에 남원 노래는, 판소리〈춘향전〉과 1935년 영화 ‘춘향전’ 주제가 김복희〈그리운 광한루〉(김팔연/홍난파), 1948년 옥두옥 박재홍〈눈물의 오리정〉(김소석/박시춘), 옥두옥〈남원 소식〉(김건/박시춘), 1956년 백년설〈암행어사 이도령〉(이향노/나화랑), 1960년 손인호〈남원땅에 잠들었네〉(차경철/한복남), 1961년 황정자〈남원의 봄사건〉(야인초/한복남), 1964년 허환〈남원길 이도령〉(이철수/허환), 1965년 김용만〈오리정 이별가〉그리고 연도 미정의 오경환〈남원암행기〉(야인초/이정화) 등이 있습니다.
-〈고향의 그림자〉- 손로원 작사, 강남민(박시춘) 작곡, 남인수(1954년 유니버샬레코드사)
1절. 찾어갈 곳은 못되더라 내 고향 / 버리고 떠난 고향이길래 / 수박등 흐려진 선창가
전봇대에 기대서서 울 적에 / 똑딱선 푸로펠라 소리가 이 밤도 처량하게 들린다 /
물위에 복사꽃 그림자같이 / 내 고향 꿈은 어린다
2절. 찾어갈 곳은 못되더라 내 고향 / 첫사랑 버린 고향이길래 / 초생달 외로이 떠있는
영도다리 난간 잡고 울 적에 / 술취한 마도로스 담뱃불 연기가 내 가슴에 날린다 /
연분홍 비단실 꽃구름같이 / 내 고향 꿈이 커진다
3절. 찾어갈 곳은 못되더라 내 고향 / 마즈막 울던 고향이길래 / 이슬비 나리는 낮설은
지붕밑을 헤매돌며 울 적에 / 저 멀리 날러가는 갈매기 불러도 대답 없이 갔느냐 /
새파란 별빛이 떠도는 곳에 / 내 고향 꿈만 서럽다
〈고향의 그림자〉는 1954년 남인수가 부른 노래로 백설희〈봄날은 간다〉와 함께 유니버샬레코드사에서 발표한 곡입니다. 전쟁 후 피폐한 삶속에서 가족을 위해, 먹고 살기 위해 고향을 버리고, 첫사랑도 버리고 떠나왔지만 생활은 나아지지 않고 비나리는 선창가에서 서글픈 신세를 한탄하며 고향을 그리워 했으리라. 그 시대의 서민들의 삶을 잘 표현한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시인 김남주(1946년∼1994년)이 생존해 있을 때 이 노래를 너무 좋아해 즐겨 불렀는데, 낮은 목소리로 구슬프게 부르는 노래엔 가슴 아픈 슬픔이 묻어 있었다고 합니다. 사후에 후배들이 술자리에서 이 노래를 부르면서 시인을 그리워했다고 합니다. 「칼의 노래」소설가인 김훈은 노래에서 영감을 얻어 단편 ‘고향의 그림자’를 썼다고 합니다. 필자의 둘째 외삼촌 애창곡이기도 합니다.
–〈고향은 내사랑〉– 호동아(유호) 작사, 박시춘 작곡, 남인수(1954년 유니버샬레코드사)
1절. 찔레꽃이 피어있네 고향에 묵은 꿈속의 날 / 잘있소 잘가오 눈물로 헤어지던 날
그대는 대답 없고 구슬픈 산울림만 울려주니 / 그때 피었던 찔레꽃이 피어있네.
2절. 해당화가 피어있네 추억에 젖은 어린시절 / 꼭오지 꼭오마 손가락 헤여본 시절
그대는 가고 없고 외로운 새소리만 들려오니 / 그때 피었던 해당화가 피어있네.
〈고향은 내사랑〉은 1954년 남인수가 부른 노래로 유니버샬레코드사를 통해 발표한 곡입니다. 1918년 진주에서 태어난 가요황제 남인수는 어린시절 가수가 되기위해 고향을 떠나 17살 때 시에론레코드사를 찾아가 가수의 길로 접어들어 1936년〈눈물의 해협〉으로 데뷔해 1938년〈애수의 소야곡〉으로 일약 가요스타가 되어 전국을 유랑하면서 가수생활을 하던 도중 한시라도 잊을 수 없었던 고향 진주가 그리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발표한 노래가〈고향의 그림자〉〈고향은 내사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1955년 고향 진주 공연을 위해 가던 열차안에서 작곡가 손석우에게 부탁해 밤새껏 만든 곡을 진주공연에서 불렀던 노래가〈내 고향 진주〉였습니다.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극작가 유호(1921년〜2019년, 본명 유해준)은 광복과 함께 경성중앙방송(KBS) 전속작가로 근무하다〈신라의 달밤,〉〈삼다도 소식〉,〈이별의 부산정거장〉등을 작사했지만 떠나온 고향 해주를 그리워하며 꿈에서도 찾은 고향, 시절이 지나도 갈 수 없는 고향과의 이별이 회한으로 밀려와 어린 시절에 본 고향의 찔레꽃을 생각하며 노랫말을 지었을 것입니다.
필자는 연분홍 찔레꽃을 무척 좋아합니다. 노래도 참 좋아하고 있는데, 1942년 백난아〈찔레꽃〉1972년 이미자 선생님〈찔레꽃 피면〉1969년 은방울자매 〈찔레꽃 남풍〉1972년 이연실〈찔레꽃=가을밤〉1995년 장사익〈찔레꽃〉 등을 즐겨 듣고 있습니다.
–〈찔레꽃 피면〉– 백조 작사, 유현파 작곡, 이미자 선생님(1972년 지구레코드사)
1절. 연분홍 찔레꽃이 곱게나 피면 / 보조개도 귀여운 산골 아가씨 / 찔레꽃 언덕에서
맺은 첫사랑 / 포근한 꽃잎처럼 다정한 정든 임따라 / 시집가는 날 찔레꽃 피면
2절. 해맑은 찔레꽃이 곱게나 피면 / 조약돌을 헤어보는 산골아가씨 / 찔레꽃 언덕에서
맺은 첫사랑 / 꽃가마 앞세우고 찾아올 임 기다리는 / 그날 되겠지 찔레꽃 피면
〈찔레꽃 피면〉1972년 이미자 선생님께서 부르신 노래로 지구레코드사에서 발매한 ‘유현파 작곡집, 한탄강 달밤 / 고향 아가씨 / 첫사랑 추억’ 앨범에 실려있는 곡입니다. 음반에는 Side A면. 이미자 선생님〈고향 아가씨〉,〈찔레꽃 피면〉이훈〈한탄강 달밤〉,〈고향 엘레지〉,정인호〈고독〉Side B면. 은하성〈가로등〉,〈겨울 나그네〉,〈추억〉,이훈 〈첫사랑 추억〉,정인호 〈슬픈 침묵〉,경음악〈고독에 탱고〉 12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다른 대중가요 양희은〈찔레꽃 피면〉은 1985년 9월 서라벌레코드사에서 발매했습니다. 1972년 이연실(1950년 군산)〈찔레꽃〉은 신세기레코드사에서 발매한 ‘비의 나그네 / 아가씨들아’ 앨범에 실려 있는 곡으로 원곡은 미국 가곡의 아버지 스테판 포스터(1826년∼1864년)〈Massa’s in De Cold, Cold Ground〉를 1920년 윤복진(1907년∼1991년 대구)가 개사하고 박태준이 작곡한 동요〈기러기〉를 이태선(1913년∼2002년 평양)〈가을밤〉으로 불렀고, 이연실이 1930년『신소년』에 발표된 이원수 동시「찔레꽃」을 참고해 개사했습니다.
이연실은 홍익대 재학 중 작사가 전우의 권유로 1971년〈새색시 시집가네〉로 데뷔했고, 다른 히트곡은 1981년〈목로주점〉(작사·작곡) 등이 있습니다. 〈찔레꽃〉 「1절.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2절.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 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3절. 엄마 엄마 나 죽거던 앞 산에다 묻지 말고 뒷산에도 묻지 말고 양지 좋은 곳 묻어주 / 비오면 덮어주고 눈오면 쓸어주 내 친구가 나 찾아도 엄마 엄마 울지마. 4절. 울 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럭 기럭 기러기 날아갑니다 / 가도 가도 끝없는 넓은 하늘을 / 엄마 엄마 찾으며 날아갑니다. 5절. 가을 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시골집 뒷산 길이 어두워질 때 /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다음에는 1955년〈청춘고백〉,〈아리랑 목동〉,〈추억의 소야곡〉 등 4곡을 올리겠습니다.
*상기 컬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