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92. 1960년〈첫사랑〉,〈카츄샤의 노래〉(2022.12.26.)
어제는 “Merry, Christmas!”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였습니다. 애독자님들께서도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되셨을 줄 믿습니다. “송구영신”(送舊迎新) 올해는 역사의 뒤안길로 저물어 가지만, 2023년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에는 첫 날부터 주일이라 즐겁고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오늘은 1960년도입니다.
이 해는 대한민국의 격동의 해였습니다. 4.19혁명이 일어나는 여파로 영화사업에 뛰어 들었던 가수 고복수와 작곡가 박시춘에게도 힘든 때였습니다.
1960년 전통가요는 이미자 선생님〈님이라 부르리까〉(김운하/나화랑),〈여수 부르스〉(야인초/김성근),〈첫사랑〉(반야월/나화랑) ,남인수〈달리는 완행 열차〉(향노/이봉룡),〈무너진 사랑탑〉(반야월/나화랑),〈울리는 경부선〉(반야월/나화랑) ,박재란〈푸른날개〉(전성수/전오승) ,손시향〈이별의 종착역〉(손석우 작사·작곡) ,송민도〈카츄샤의 노래〉(유호/이인권) ,윤일로〈기분파 인생〉(강남풍/김부해),〈내가 울던 파리〉(손로원/하기송) 등입니다.
이 해에는 2월 28일 대구 학생의거, 3월 15일 부정선거, 4월 19일 4.19혁명, 4월 26일 이승만 대통령 하야, 8월 8일 제2공화국 출범, 8월 12일 제4대 대통령 윤보선, 국무총리 장면 취임, 9월 10일 로마올림픽 마라톤 에티오피아 비킬라 아베베 2시간15분16초 세계기록 우승, 9월 14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결성, 10월 12일 효창운동장 개장, 12월 30일 대통령 관저 경무대(景武臺)→ 청와대(靑瓦臺)로 개명, 탄생한 인물은 1월 16일 가수 장혜리, 1월 24일 배우 임예진, 1월 30일 가수 신계행, 2월 11일 탤런트 전광렬, 3월 25일 가수 최성수, 4월 2일 배우 이미숙, 4월 11일 가수 김종찬,
4월 24일 배우 원미경, 4월 25일 가수 방미, 5월 10일 탤런트 권기선, 6월 22일 탤런트 윤철홍, 8월 6일 가수 진성, 8월 8일 가수 임병수, 8월 14일 탤런트 송옥숙, 9월 9일 탤런트 천호진, 9월 21일 코메디언 이경규, 10월 1일 탤런트 경인선, 10월 10일 가수 이진관, 11월 2일 산악인 엄홍길, 11월 30일 탤런트 최란 등이 있고, 작고한 인물은 1월 4일 소설가 알베르 카뮈, 2월 15일 독립운동가 조병옥, 10월 16일 작곡가 현제명 등입니다.
–〈첫사랑〉– 반야월 작사, 나화랑 작곡, 이미자 선생님(1960년 킹스타레코드사)
1절. 봄이 오면 마음속에 꽃이 피어도 / 수집고 부끄러워 말을 못해요 / 열여덟살
풋 가슴에 스며드는 산들바람 / 첫사랑의 문을 여는 고운 님 소식인가 / 휘늘어진
수양버들 그늘숲에는 / 꾀꼬리의 노랫소리 정다웁지요
2절. 봄이 오면 가슴속에 새가 울어도 / 파랑새 하소연을 누가 아나요 / 달이 뜨는
우물가에 들려오는 피리소리 / 정을 실어 보내주신 그리운 님 노래인가 / 장미향기
번져나는 이 한 밤에 / 호랑나비 내 가슴에 꿈을 꾸지요
〈첫사랑〉은 1960년 이미자 선생님께서 부르신 노래로 킹레코드사에서 발매한 ‘우리 둘은 젊은이’ 앨범에 실려 있는 곡입니다. 음반 Side A면. 남일해〈우리 둘은 젊은이〉,이미자 선생님〈와싱톤 부르스〉,〈사랑의 등불〉,〈첫사랑〉, Side B면은, 남일해〈인생 부르스〉,〈귀여운 꽃〉,〈사랑의 푸른날개〉,〈달밤의 자장가〉등 8곡이 실려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간직했을 첫사랑의 추억! 필자에게는 첫사랑이 끝사랑이지만 그래도 꿈을 꾼다면 풋풋하고 생동감 있던 시절이 아련하게 떠오르니 살아있는 증거일 것입니다.
1958년〈도라지 부르스〉,〈무명초〉등 4곡을 발표한 후 1959년〈열아홉 순정〉으로 정식 가수로 데뷔해 유니버샬레코드사에서 킹레코드사로 옮겨〈첫사랑〉을 발표했고, 1963년〈수집은 첫사랑〉,1966년〈보고 싶은 첫사랑〉,1967년〈임금님의 첫사랑〉,1969년〈못다한 첫사랑〉,〈가버린 첫사랑〉,〈첫사랑 2〉,〈황진이의 첫사랑〉를 발표했습니다.
–〈이별의 종착역〉– 손석우 작사·작곡, 손시향(1960년 내쇼날레코드사)
1절.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외로운 이 나그네길 / 으음 안개 깊은 새벽 나는 떠나간다
이별의 종착역 / 사람들은 오가는데 그이만은 왜 못오나 / 으음 흐린 달빛 아래 나는
눈물진다 이별의 종착역 / 아아 언제나 이 가슴에 덮인 안개 활짝 개고 / 아아 언제나
이 가슴에 밝은 해가 떠오르나 /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고달픈 이 나그네길 / 으음
비바람이 분다 눈보라가 친다 이별의 종착역 (휘파람 반주∼∼∼)
2절. 아아 언제나 이 가슴에 덮인 안개 활짝 개고 / 아아 언제나 이 가슴에 밝은 해가
떠오르나 /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고달픈 이 나그네길 / 으음 비바람이 분다 눈보라가
친다 이별의 종착역
〈이별의 종착역〉1960년 손시향이 부른 노래로 내쇼날레코드사를 통해 발표한 곡입니다. 김현식(1958년∼1990년)이 불러 1991년 유작 앨범에 실리자 다시 히트한 곡입니다.
당시 노래가 히트하자 동명의 영화가 제작돼 1960년 6월 17일 서울「명보극장」에서 개봉되어 눈길을 끌었지만, 흥행에는 많은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박영환 감독, 최무룡, 조미령, 김승호가 주연배우로 나온 한국판 ‘애수’에서〈이별의 종착역〉주제가는 흘러나옵니다.
줄거리는,「어릴 때 한국전쟁으로 부모님를 잃고 고아원에서 자란 그는(최무룡) 장성해서 어느덧 군입대를 한다. 그의 애인(조미령)은 자신을 돌봐준 고아원 보모였다. 고아원에 있으면서 연인 사이로 발전해 서로 좋아하게 된 것이다. 어느 날 그녀에게 전사통지서가 날아오고, 그의 사망소식에 실망한 그녀는 군의관을 알게되어 혼인을 한다. 그러나 전사했다는 그는 포로수용소에 갇혀있다가 구사일생으로 도망쳐 살아 돌아온다. 신혼여행을 가려던 그녀와 남편은 갑자기 나타난 그를 보고 깜짝 놀라지만 남편은 목숨을 걸고 달려온 그에게 기차표를 건넨다.」 현재 영화필름은 없습니다.
가수 손시향(孫詩鄕)의 본명은 손용호. 1938년 대구 출생으로 경북고와 서울대를 나온 인테리 가수로 영화배우 신성일(1937년∼2018년)과 고교동창이며, 여동생은 1960년 제4대 미스코리아 진(眞)인 손미희자입니다. ‘KBS 노래경연대회’에 입상해 손석우를 만나서 1958년〈검은 장갑〉으로 데뷔하자 중저음의 부드러운 미성과 잘생긴 외모에 서울대 학력과 6개 국어를 구사하고, 화이트컬러 정장에다 백구두를 신고 다녀 ‘마카오 신사’ ‘짐 리버스’라는 별명을 가진 가수로 특히 여성들에게 하늘을 치솟는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와 기타를 배우던 동창 신성일은 어느날 입시학원을 향하다 우연히 길에서 인기가수가 된 그를 만났으나 “오랜만이야”하고 가볍게 어깨를 툭치고 다른 스타들과 바쁘게 사라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극을 받아 바로 연기학원으로 발길을 돌려 1960년 엄앵란도 출연한 ‘로맨스 빠빠’로 데뷔 541편의 영화에 출연한 영화배우로 일화를 남기게 했습니다. 손시향은 이 노래를 끝으로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습니다.
–〈카츄샤의 노래〉– 유호 작사, 이인권 작곡, 송민도(1960년 신세기레코드사)
1절. 마음대로 사랑하고 마음대로 떠나가신 / 첫사랑 도련님과 정든 밤을 못 잊어
얼어붙은 마음속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 오실 날을 기다리는 가엾어라 카츄샤
찬바람은 내 가슴에 흰 눈은 쌓이는데 / 이별의 슬픔 안고 카츄샤는 흘러간다
2절. 진정으로 사랑하고 진정으로 보내 드린 / 첫사랑 맺은 열매 익기 전에 떠났네
내가 지은 죄이기에 끌려가고 끌려가도 / 죽기 전에 다시 한번 보고파라 카츄샤
찬바람은 내 가슴에 흰 눈은 쌓이는데 / 이별의 슬픔 안고 카츄샤는 흘러간다
〈카츄샤의 노래〉는 1960년 송민도가 부른 노래로서 영화 ‘카츄샤’에 실린 주제가로 신세기레코드사에서 발매한 ‘영화주제가 선집 NO.1’에 실려 있는 곡입니다. 음반의 Side A면. 최무룡〈원일의 노래〉송민도〈카츄샤의 노래〉박재홍〈유정천리〉안정애〈오늘도 너를 찾아〉Side B면. 나애심〈과거를 묻지 마세요〉〈사랑 만리〉안정애· 박정심·김지녀〈청춘코스〉안정애〈하녀〉등 총 8곡이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1958년 어느 봄날. 영화감독 유두연과 작사가 유호는 단골 양주집으로 갔습니다. 유두연이 “이번에 ‘카츄샤’라는 영화를 만드는데 주제가 작사를 좀 해줘야 되겠네” “이 사람 급하긴 우선 술이나 한잔하고 보자구” 유감독은 양주를 한 병 시켜놓고 카츄샤에 대해 설명을 했습니다. “이봐 유형! 그런데 네푸류드 공작역을 할만한 배우가 없단 말이야. 차라리 내가 그 역을 맡으면 안될까?”하면서 폼을 잡고 연기를 하다 주저앉자 유호는 ‘마음대로’라는 말이 떠올라 마담에게 메모지를 가져오게 해「마음대로 사랑하고 마음대로 떠나가신 / 첫사랑 도련님과 정든 밤을 못잊어…」까지는 일사천리로 썼으나 그 다음부터 꽉 막혀 유호는 속이 타들어 갔고 술을 찾았습니다. 유두연은 양주 한 병을 또 시켜 가사를 곁눈질로 쳐다보고는 “좋다. 참 좋다! 유형 술들어 술! 거기에 밤바람이 세찬 시베리아 벌판을 집어 넣어”라고 유호의 머릿속에는 “그렇지 매섭게 눈보라가 퍼붓는 그 벌판…” 노랫말이 완성되자 유감독에게 전했고 이를 본 그는 “좋다. 참 좋다.”며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송민도〈카츄샤의 노래〉는 명동의 술집에서 탄생했습니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가 1899년 발표한 장편소설「부활(復活)」은 1958년에 독일에서 영화로 제작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져 1959년 우리나라에서도 수입 개봉됐습니다.
1960년 2월 11일 서울「국제극장」에서 개봉된 영화 ‘카츄샤’는 유두연 감독, 영화배우 김지미, 최무룡, 황정순, 김동원이 출연했고, 줄거리는「일제강점기. 시골의 한 부농집에서 시중을 드는 옥녀(김지미)는 방학을 맞아 집에 내려온 그 집의 상속자인 대학생 원일(최무룡)과 급속히 가까워져 그의 아이를 갖는다. 하지만 원일이 다시 서울로 떠나자 옥녀는 그집에서 쫓겨나 서울로 올라와 ‘카츄사’라는 이름으로 카바레 여인으로 일한다. 옥녀는 뜻하지 않게 살인미수를 하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된 원일은 검사직을 버리고 달려와 옥녀의 일을 돌봐줍니다. 하지만 그녀는 원일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둔다.」당시 영화는 10만 명 이상 관객을 모아 흥행에 성공했고, 송민도의 노래도 히트했으며, 다른 주제가 최무룡〈원일의 노래〉도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1971년 김기덕 감독이 신성일과 문희를 주연으로 리메이크 영화를 제작했는데 주제가는 김부자가 불렀습니다.
–〈원일의 노래〉– 유호 작사, 이인권 작곡, 최무룡(1960년 신세기레코드사)
1절. 내 고향 뒷동산 잔디밭에서 / 손가락을 걸면서 약속한 순정을 / 옥녀야 잊을소냐
헤어질 운명 차거운 밤하늘에 웃음을 팔더라도 / 이제는 모두 잊고 내 품에 잠들어라
2절. 덧없이 흘러간 세월이지만 / 앞으로 올 즐거운 내일을 믿고서 / 옥녀야 잊어다오
지나간 운명 네 몸이 변하였고 모두가 비웃어도 / 다시는 안떠나리 내 품에 잠드리라
아무도 없는 밤, 호젓하게〈원일의 노래〉를 들으면 먼저 대사가 나오고 노래가 흘러나오면 점점 최무룡의 부드럽고 감미로운 매력에 빠집니다. “최무룡입니다. 이번에 제가 주연한 영화 ‘카츄샤’의 주제가를 한번 불러볼까 합니다. 약한 여자이기에 받아야 했던 모진 운명을 안고, 북쪽 하늘 밑 거치른 벌판을 한없이 흘러가야만 했던 카츄샤에게 또다시 옛님의 따사로운 입김이 되살아오길 빌면서 저는 이 노래를 부르렵니다.” 깔끔한 음성으로 속삭이듯 부드럽게 엮어가는 최무룡의 대사 솜씨는 가히 일품이었습니다.
필자도 폼 딱잡고 불러보고 싶지만 “뱁새가 황새따라 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진다.”(^^)
다음엔 1961년〈호반의 벤취〉,〈이정표〉,〈잘있거라 부산항〉,〈여정 여심〉4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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