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에서 사회적경제조직 구축을 위한 트랜지셔널 어바니즘(Transitional Urbanism), 예행연습(豫行演習)의 과정(科程)이 필요하다.
- 나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 김영호(도시계획부동산 박사)
도시재생사업에서 사회적 경제조직을 구축하기 위해 주민공동체가 도시재생에 대해 학습되고 훈련되어 역량이 충분히 강화되어 있는지를 주민공동체 스스로가 투명(透明)하고 명확(明確)하게 검증(檢證)하고 트랜지셔널 어바니즘(Transitional Urbanism)을 거치는, 즉 예행연습(豫行演習)의 과정(科程)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도시재생’을 사용한 것은 박근혜 정부 때 이며 이전에는 ‘마을 만들기’란 단어를 사용했다. 박근혜 정부의 도시재생사업은 토지·건물 소유자 중심에서 입주자 중심으로, 서울·수도권 중심에서 자력 기반 없이 공공의 지원이 필요한 지방 중·소도시 중심으로 먼저 개발하겠다는 것이며, 노후화 중심의 물리적 환경정비에서 종합적 기능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의 도시재생으로 변화시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 시작했던 마을 만들기는 주로 농촌지역을 대상으로 했다면 도시재생은 도시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도시재생의 핵심어는 ‘개발(開發)’인 것이다. 도시재생의 핵심어가 개발임에도 불구하고 개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재생(再生)’이란 단어를 사용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것은 원도심을 개발하는 과정이 관(官) 중심에서 주민중심으로 변경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주민주도의 원도심을 개발하자는 것이 도시재생사업이다. 주민중심의 개발은 주민이 사업의 객체(客體)가 아닌 주체(主體)가 되는 것이다. 주민이 사업기획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 공모사업을 통해 도시재생사업지로 선정 받고, 주민이 중심이 돼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주민이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력과 경험을 가진 주민들이 참여해야 한다. 지역의 다양한 구성 주체들이 모여서 주민공동체를 만들고 도시재생 사업을 위한 공동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실속 있게 진행되어야 도시재생사업의 내용이 알차고 주민주도의 도시재생사업이 이뤄지는 것이다.
주민주도 도시재생사업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는 도시재생을 통해 얻어지는 경제적 혜택이 지역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수혜(受惠)를 받기 위해서다. 도시재생을 하면서 경제적 이득은 당연히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이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바람은 현실이 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원도심을 개발하는 재생사업을 하면서 경제적 혜택은 사업대상지 지역주민들이 온전히 누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 사업지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접한 일부 사람들에게 도시재생 혜택이 돌아가고 있기도 하다. 국토교통부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신경 쓴 부분이 부동산 거래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발생되는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가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하지만 도시재생사업과 무관(無關)한 일부 사람들에게도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는 것이며, 단순한 참여가 아닌 도시재생사업을 주도(主導)해야 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공모사업, 주민참여 프로젝트, 주민제안사업, 도시재생예비사업 등이 그것이다. 2022년부터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도시재생예비사업을 통해 획득된 결과물을 토대로 사업을 기획하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도시재생사업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물적 토대를 만들어 주기 위해 사회적 경제조직인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을 권장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조직에는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 자활기업이 있다. 마을기업은 행정안전부, 사회적기업은 고용노동부, 자활기업은 보건복지부 및 시/군/구청장,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은 국토교통부의 설립인가를 받는다. 국토교통부 주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구축된 공공시설물을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공공으로부터 민간위탁을 받아 직접 관리하고 운영하면서 도시재생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정책에 각 지자체들도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면 도시재생 사업비에서 3년에 걸쳐 최대 5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해 주고 있으니 행정주도의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국토교통부의 지원이 끝나면 마을기업으로 전환하여 행정안전부의 지원을 받는 것이다. 이것은 행정에 의존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행정에 의존해서 설립된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제대로 운영될지는 불투명하다.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주민이 먼저 검증을 해야 한다. 도시재생사업 중에 주민공동체가 역량을 강화하고 학습되고 훈련되어 있는가의 검증이 필요하다. 검증을 통해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할 정도로 충분히 학습하고 훈련하여 조직을 구축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예산지원이라는 유혹에 넘어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면 결국 그 피해는 지역주민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행정에 의존하지 않고 주민들이 필요한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해 보는 것이다. 절실함으로 학습하고 훈련된 조직이 만들어 지면 행정의 지원을 받지 않고서도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방법으로는 트랜지셔널 어바니즘(Transitional Urbanism)이 필요하다고 본다.
트랜지셔널 어바니즘은 최종 사업을 확정하기 전에 해당지역에 가장 적합한 사업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과도기적 단계로 재생이 필요한 공간에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행사를 기획하는 등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한 뒤 그 결과에 따라 계획의 발전 혹은 수정방향을 제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트랜지셔널 어바니즘은 참여형 어바니즘의 형태로 모든 단계에서 주민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교류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실질적인 의견과 바람을 온전히 수용할 수 있고, 규모가 작아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지역주민이 도시재생사업으로 만들어진 기반시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행정에 의존하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행정에 의존하는 습관은 결국은 예산지원이다. 예산지원을 받으면 사업을 진행하고, 예산지원을 받지 않으면 사업 진행을 하지 않는 것은 절실함이 아니다. 필요한 사업이 있는데 행정에서 예산지원을해주지 않으면 주민들 스스로가 투자금을 만들어 주민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주민이 필요해서 스스로 사업을 기획하고 투자금을 만들어 주민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학습하고 훈련된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다. 행정이나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제공하는 예산과 프로그램에 의존하지 말자는 것이다. 지역에서 필요한 프로그램을 주민 스스로가 만들고, 투자금을 확보하여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학습되고 훈련된 조직이 도시재생사업에서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며,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보장(保障)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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