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93. 1961년〈호반의 벤취〉,〈이정표〉(2023.01.02.)
“계묘년(癸卯年) 첫날이 지났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한해가 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1961년 발표된 전통가요로서 권혜경〈호반의 벤취〉(이보라/황문평), 남인수〈애수의 인도교〉(고명기/조춘영), 남일해〈이정표〉(월견초/나화랑), 백야성〈잘있거라 부산항〉(손로원/김용만), 백일희〈그리운 어머니〉(강사랑/박춘석)〈여인 모정〉(박춘석 작사·작곡)〈차이나 맘보〉(백호/박춘석), 이해연〈울어라 영동땅〉(손로원/박춘석), 한명숙〈노란 샤쓰의 사나이〉(손석우 작사·작곡), 황정자〈남원의 봄사건〉(야인초/한복남) 등이 있습니다.
이 해에는 1월 10일 한국경제인연합회 발족, 2월 21일 서울 정동 MBC문화방송국 건립, 4월 12일 소련 보스토크 1호 발사로 유리 가가린 최초로 우주 비행, 4월 15일 신학기 9월에서 3월로 변경, 5월 5일 어린이 날 공휴일 지정, 5월 20일 중앙정보부 발족, 7월 1일 한국전력 출범, 8월 6일 소련 제2호 유인 우주선 발사, 8월 13일 동서 베를린 장벽 설치, 9월 1일 중소기업은행 발족, 9월 15일 농업협동조합 발족, 12월 16일 한국무용협회 창립, 12월 18일 한국미술협회 창립, 12월 31일 KBS-TV 개국, 한국문인협회 창립, 태어난 인물은 음력 1월 1일 필자, 1월 7일 배우 금보라, 탤런트 이효정, 1월 12일 가수 유열, 1월 15일 개그맨 김정렬, 2월 8일 가수 이정희, 2월 10일 배우 최화정, 2월 12일 배우 차화연, 2월 19일 탤런트 박순천, 2월 24일 개그맨 김한국, 3월 16일 배우 이미영, 3월 25일 탤런트 홍학표,
3월 29일 가수 이은하, 4월 21일 가수 장덕, 6월 14일 가수 양하영, 7월 10일 배우 김부선, 7월 16일 탤런트 서갑숙, 7월 25일 탤런트 양미경, 8월 8일 가수 길은정, 9월 6일 가수 박강성, 9월 19일 가수 강승모, 9월 20일 배우 나영희, 9월 27일 탤런트 김혜정, 가수 최석준, 10월 10일 가수 이무송. 10월 20일 탤런트 이영범, 11월 5일 가수 주현미, 11월 26일 배우 이승현, 12월 2일 배우 김정훈. 작고한 인물은, 2월 9일 소설가 김말봉, 3월 8일 판소리 명창 임방울, 3월 14일 시인 수주 변영로, 5월 13일 미국배우 게리 쿠퍼, 7월 2일 ‘노인과 바다’ 작가 어네스트 헤밍웨이, 8월 9일 소설가 계용묵, 11월 25일 독립운동가 서상용 선생 등이 있습니다.
–〈호반의 벤취〉– 이보라 작사, 황문평 작곡, 권혜경 강수향(1961년 킹레코드사)
1절. 내 님은 누구일까 어디 계실까 / 무엇을 하는 님일까 만나 보고 싶네 /
(으으으으으 으으으으) / 신문을 보실까 그림을 그리실까 / 호반의 벤치로 가 봐야겠네
2절. 내 님은 누구일까 어디 계실까 / 무엇을 하는 님일까 만나 보고 싶네
/ (으으으으으 으으으으) / 갸름한 얼굴일까 / 도둠한 얼굴일까 / 호반의 벤치로 가 봐야겠네
(3절. 내님은 누구일까 어디 계실까 / 무엇을 하는 님일까 만나보고 싶네
/ 으으으으으 으으으으) / 회사엘 나가실까 학교엘 나가실까 / 호반의 벤취로 가봐야 겠네)
〈호반의 벤취〉는 1961년 권혜경이 강수향과 함께 듀엣으로 부른 MBC라디오 연속극 ‘호반에서 그렇게들’ 러브 스토리의 주제가로 처음 전파를 탔습니다. 연속극은 15일만에 중단됐지만 주제가는 널리 불리워지자 음반업계에서 눈여겨 보았고, 1962년 킹레코드사에서 방송국 관계자를 통해서 작곡자 황문평에게 촌지(寸志) 정도의 작품료를 전하고 방송용으로 녹음된〈호반의 벤취〉를 그대로 사용해 음반을 발매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1963년 오아시스레코드사에서도 음반이 발매되자 황문평만 이중계약 등 구설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황문평은 1964년 동남아 순회 순방길에 대만 측의 요청으로 가사를 중국어로 번안(飜案)해 중국 가수가 녹음하여 발매돼 수출된 곡이 되었습니다.
당시 중매 소개팅에서 자유연애로 바뀌어 가던 시절이라 호숫가 벤취는 데이트 장소로 처음 만나 볼 이성을 궁금해 하면서 그 곳으로 향하는 설레는 마음을 담고 있으리라. 필자는 고등학생 때 미래에 만날 나의 반려자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면서 이 노래를 가끔 부르곤 했습니다. 군대 제대할 때까지 여성을 사귀지 못하다가 제대 후 85일만에 지금의 어부인을 만났으니 그때는 정말 ‘천연기념물’이었습니다.(ㅋ)
–〈이정표〉– 월견초 작사, 나화랑 작곡, 남일해(1961년 라미라레코드사)
1절. 길 잃은 나그네의 나침반이냐 / 항구 잃은 연락선의 고동이더냐 / 해지는 영마루
홀로 섰는 이정표 / 고향길 타향길을 손짓해 주네
2절. 바람찬 십자로에 신호등이냐 / 정처 없는 나그네의 주마등이냐 / 버들잎 떨어지는
삼거리의 이정표 / 타 고향 가는 길손 울려만 주네
〈이정표〉는 1961년 남일해가 부른 노래로 1964년 라미라레코드사에서 음반을 발매했는데, 음반은 7만장의 음반이 판매돼 남일해를 단숨에 최고의 가수로 키워준 노래로 본인도 가수 인생을 바꿔준 귀한 노래라고 했습니다.
당시 명절 때마다 전국의 동네마다 열리던 콩쿨대회의 단골 곡이 되었고, 크리스마스 캐롤을 대신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당시 ‘남일해, 박재란 쇼쇼쇼’는 공연 때마다 발 디딜틈 없이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고, 1964년 영화〈모녀기타〉에 태현실과 부부로 출연, 처형으로 출연한 미녀배우 주란지와 1967년 혼인했습니다.
남일해(1938년)의 본명은 정태호, 1958년 대구 대건고 3학년때 대도극장에서 열린 ‘오리엔트레코드사 전국신인콩쿨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면서 등장하였는데, 작은 체구에서 품어져 나오는 파워풀한 저음과 넓은 음역대의 가창력은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예명 ‘남일해(南一海)’는 오리엔트레코드사 이병주 대표와 작사가 반야월과 손로원이 술잔을 기울이다 지어준 이름이라고 합니다.
1959년〈비 내리는 부두〉(반야월/나화랑)로 정식데뷔, 신인시절부터 저음의 독특한 창법으로 주목 받았고,〈이정표〉가 큰 인기를 얻으며 대형가수의 입지를 다졌습니다. 1965년 동명 영화 ‘이정표’가 제작됐는데, 박성복 감독, 배우 박노식, 김혜정, 장동휘, 황정순, 남미리, 김동원과 남일해도 출연을 했습니다.
줄거리는,「만주 땅에서 8ㆍ15를 맞이한 동포들은 해방의 감격을 안고 귀국길에 오른다. 억조의 인솔하에 민족주의자 송선생과 그의 딸 난이, 그리고 억조의 부하 황보 등은 귀국 도중 만주공산당 자위대로부터 고충을 겪는다. 그때 그들과 함께 귀국하던 대열 속에 끼어 있던 학병 출신의 진오가 용맹스런 예지로 한 사람의 희생자도 없이 그들을 무사히 귀국시킨다.」
오늘은 2021년 4월 19일 ‘나화랑 탄생 100주년 기념’ 가요무대에 출연한 영상입니다.
–〈잘있거라 부산항〉– 손로원 작사, 김용만 작곡, 백야성(1961년 아세아레코드사)
1절. 아아아아 잘있거라 부산항구야 / 미스김도 잘있어요 미스리도 안녕히 / 온다는
기약이야 잊으랴 만은 / 기다리는 순정만은 버리지 마라 버리지 마라 / 아아아아
또 다시 찾아오마 부산항구야
2절. 아아아아 잘있거라 부산항구야 / 미스김도 못잊겠오 미스리도 못잊어 / 만나면
반가웁고 그리워해도 / 날이 새면 헤어지는 사람이지만 사람이지만 / 아아아아
또 다시 찾아오마 부산항구야
(3절. 아아아아 잘있거라 부산항구야 / 미스김도 정들고요 미스리도 정들어 / 행복도
짧은 시간 꿈과 같건만 / 다음 날짜 다시 만날 마도로스다 마도로스다 / 아아아아
또 다시 찾아오마 부산항구야)
〈잘있거라 부산항〉는 1961년 백야성이 부른 노래로 아세아레코드사를 통해 발표한 곡입니다. 작사가 손로원은 서영춘, 백금녀, 배삼룡 등과 부산 순회공연을 떠나 숙소에서 술자리를 갖던 중 부산에 온 것을 기념하자며 즉석에서 노랫말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미스김, 미스리에서 알 수 있듯 잠시 들렸다 떠나가는 마도로스를 마중하며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손을 흔들던 아가씨들의 작별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다가오는 경쾌한 곡입니다.
백야성(白夜城 1934년∼2016년)의 본명은 문석준. 서울 출생으로 1958년 오아시스레코드사 전속가수 오디션을 통해 가수가 되어 주로 가수 겸 작곡가 김용만과 콤비가 돼 활동했습니다. 1960년〈마도로스 부기〉로 데뷔〈마도로스 도돔바〉〈항구의 영번지〉〈홍콩아 잘있거라〉등을 불러 마도로스 노래의 황제로 불렸습니다. 또한 그의 마도로스 노래가 좋아 마도로스가 되었다는 사람들도 실제로 있었을 정도라고 합니다.
1965년 10월 9일 해병 청룡부대, 10월 22일 육군 맹호부대가 부산항을 통해 월남으로 파병되던 국군 장병들은 군가 대신〈잘있거라 부산항〉을 목청껏 합창하면서 불렀다고 합니다. 그 당시 환송장에 설치된 “환송 이기고 돌아오라”는 아치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오늘은 1987년 9월 28일 가요무대에 출연해〈잘있거라 부산항〉을 부르는 영상입니다.
–〈여정 여심〉– 김영일 작사, 김성근 작곡, 이미자 선생님(1960년 오아시스레코드사)
1절. 눈물로 밤새운 낯서른 객창에 / 얼룩진 치마폭에 고향 꿈이 섧구나
올해도 연분홍 가슴 속에 싹트는 / 외로운 여정 여심 누가 알아주나요
2절. 차디찬 봄바람 몸에다 휘감고 / 갈 길을 찾지 못한 치마폭이 섧구나
입술을 깨물며 여자 찾고 싶건만 / 깨끗히 꽃이 피고 살고 싶은 마음이여
3절. 못가는 내 고향 언제나 가보나 / 외롭고 안타까운 이 내 몸이 섧구나
첫 사랑 맺어준 하나뿐인 내 친구야 / 험악한 세상 길에 누구를 믿나요
〈여정 여심〉1960년 이미자 선생님께서 부르신 노래로서 1963년 오아시스레코드사에서 발매한 ‘김성근 작곡집, 낙화유수 사랑/홍콩 아가씨’ 앨범에 실려 있는 곡입니다. 음반에는 Side A면. 문정상〈낙화유수 사랑〉이미자 선생님〈여정 여심〉남백송〈그날이 오면〉천숙〈나의 흘러간 탱고〉Side B면. 남백송〈홍콩 아가씨〉이미자 선생님〈장미꽃이 필때〉문정상〈사나이 한평생〉천숙〈검은 안경 그 얼굴〉8곡이 수록되었습니다. 세계 제1위의 저출산율은〈여정 여심〉의 마음을 가지고 극복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는 ‘검은토끼’의 해 계묘년(癸卯年)입니다. 작년 12월 11일「교수신문」에서 전국 대학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四子成語)가 ‘過而不改’(과이불개)였는데, 즉 “잘못을 알고도 안 고친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논어(論語) ‘위령공’ 편에 처음 등장한 말로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면 이것이 바로 잘못이다.” 필자와 애독자 여러분 모두가 잘 새겨야 하겠습니다.
2001년부터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 2001년 ‘오리무중’(五里霧中), 2002년 ‘이합집산’(離合集散), 2003년 ‘우왕좌왕’(右往左往), 2004년 ‘당동벌이’(黨同伐異), 2005년 ‘상화하택’(上火下澤), 2006년 ‘밀운불우’(密雲不雨), 2007년 ‘자기기인’(自欺欺人), 2008년 ‘護疾忌醫’(호질기의), 2009년 ‘旁岐曲逕’(방기곡경), 2010년 ‘藏頭露尾’(장두노미), 2011년 ‘掩耳盜鐘’(엄이도종, 나쁜일을 하고도 잘못됐다는 생각은 않고, 타인의 비난을 듣기 싫어 귀를 막지만 소용없다.), 2012년 ‘擧世皆濁’(거세개탁, 온 세상이 흐리다.), 2013년 ‘倒行逆施’(도행역시, 순리와 정도를 벗어나 억지로 함.), 2014년 ‘指鹿爲馬’(지록위마, 사슴을 말이라 함), 2015년 ‘昏庸無道’(혼용무도,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로 인해 나라가 어지러움), 2016년 ‘君舟民水’(군주민수, 임금은 배, 백성은 강, 강물은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2017년 ‘破邪顯正’(파사현정,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냄), 2018년 ‘任重道遠’(임중도원, 맡은 일은 무겁고 갈 길을 멀다.), 2019년 ‘共命之鳥’(공명지조, 한 몸에 두 개의 머리가 있는 새, 상대방을 죽이면 나도 죽는다.), 2020년 ‘我是他非’(아시타비, 쉽게 말해 ‘내로남불’), 2021년 ‘묘서동처’(猫鼠同處, 서로 한패이다.)
다음엔 1962년〈첫사랑 마도로스〉,〈못난 내청춘〉,〈밤안개〉,〈노래실은 재건열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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