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105. 1973년〈여자의 마음〉,〈흙에 살리라〉(2023.03.27.)
오늘은 1973년도입니다.
이 해는 필자의 여동생이 음력 3월 23일에 태어난 해입니다.
1972년 5월부터 집이 너무나 가난해 결식아동 2년차가 되던 이해 인창초등학교 6학년 어느날 점심시간에 복도에 서서 우두커니 창밖을 쳐다보고 있던 필자에게 담임선생님께서 어깨를 감싸주시면서 “넌 왜 점심 안 먹고 여기 서 있니?”, “아까 도시락 먹었어요.” 이 해 여름 어느 날 그 날도 동생(4학년)이랑 수도가(5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수도가는 그때 그 자리에 아직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에서 물 배를 채우고 교문쪽을 걷어 갔는데 햇빛에 뭔가가 번쩍 그려 다가가니 찬란하기 그지없는 은빛 50원짜리 동전이었습니다. 동전을 줍자마자 교문 밖 문방구로 달려가서 한 개에 10원하던 크림빵 5개를 샀습니다. 필자가 한 개를 먹는 동안 동생은 나머지 4개를 그야말로 게눈 감추듯 먹고 씨익 웃었습니다. 그 동생이 지난 17일 환갑을 맞이했습니다. 필자의 아린시절! 1973년입니다. 그러나 아버지 담배꽁초 주우러 3형제가 웃으며 골목을 누비던 그 시절이 행복했습니다.
1973년의 전통가요로는, 이미자 선생님〈섬〉(이용일/백영호),〈여자의 마음〉(김중순/고봉산),〈홍도 아가씨〉(김다양/남국인),〈봄은 꽃구름 타고〉(주영자/백영호), 남진〈그대여 변치마오〉(남진/김준규), 문주란〈공항대합실〉(박춘석 작사·작곡),〈그 사람〉(정두수/마상원), 방주연〈자주색 가방〉(방일수/김학송), 장미화〈봄이 오면〉(전우중/번안곡), 조미미〈서귀포를 아시나요〉(정태권/유성민), 패티김〈서울의 모정〉(하중희/길옥윤)〈이별〉(길옥윤 작사·작곡), 하춘화〈난생 처음〉(고향/남국인),〈쌓인 정〉(정두수/박춘석),〈알고 계세요〉(정두수/박춘석), 한세일〈모정의 세월〉(신봉승/박정웅), 홍세민〈흙에 살리라〉(김정일 작사·작곡) 등이 있으며,
이 해에는 3월 3일 KBS 한국방송공사 발족, 5월 8일 어머니날→ 어버이날 변경, 5월 5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개장, 6월 12일 만원권 발행, 10월 2일 소양강댐 완공, 10월 8일 MBC 라디오 ‘싱글벙글쇼“ 첫방송, 12월 3일 제1차 오일쇼크, TV 아침방송 중단 등.
태어난 인물은 2월 11일 배우 전도연, 5월 3일 가수 하수빈, 12월 14일 가수 황혜영, 작고한 인물은 3월 6일 미국 작가 펄벅, 4월 8일 스페인 화가 피카소, 7월 20일 홍콩 영화배우 이소룡 등이 있습니다.
–〈여자의 마음〉– 김중순 작사, 고봉산 작곡, 이미자 선생님(1973년 지구레코드사)
1절. 밀물처럼 밀려와서 사랑을 주고 / 썰물같이 무정하게 떠나간 님아 / 한줄기 사랑
속에 피는 꽃송이 / 한세상 님을 위해 피고 지는데 / 어이해서 못 오시나 그리움 주고
2절. 바람처럼 불어와서 정을 남기고 / 구름처럼 허무하게 떠나간 님아 / 한줄기 사랑
속에 순정을 주고 / 한마음 그대 위해 살아가는데 / 애타도록 기다리는 여자의 마음
〈여자의 마음〉1973년 이미자 선생님께서 부르신 노래로 10월 7일 지구레코드사에서 발매한 ‘ 고봉산 작곡집, 여자의 마음 / 조각난 밀어’ 앨범에 실려있는 타이틀곡입니다. 음반에는 SIDE A면. 이미자 선생님〈여자의 마음〉,〈에밀레종〉,〈타향길〉,〈포구 뱃사공〉,〈한송이 해당화〉SIDE B면. 이미자 선생님〈조각난 밀어〉,〈길〉,〈나 혼자〉나훈아〈꽃 한송이〉,〈타향〉 등 10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동명의 곡으로는 1972년 지명길 작사, 홍현걸 작곡〈여자의 마음〉도 있습니다. 필자가〈여자의 마음〉을 처음 듣는 순간 온 몸에서 전율을 느꼈습니다. 다행히 노래방 기기에도 저장되어 있어 더욱 좋아하는 곡입니다. 1968년〈여자의 일생〉은 많이 아시지만 이 노래는 조금 생소하시죠? 가볍게 들을 수 있고,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입니다. 노래방기기 NO는 2240번입니다.
–〈모정의 세월〉– 신봉승 작사, 박정웅 작곡, 한세일(1973년 오아시스레코드사)
1절. 동지섣달 긴긴 밤이 짧기만 한 것은 / 근심으로 지새우는 어머님 마음 /
흰머리 잔주름은 늘어만 가시는데 / 한없이 이어지는 모정의 세월 /
아 아아아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이 일 듯 / 어머니 가슴에는 물결만 높네
2절. 길고 긴 여름날이 짧기만 한 것은 / 언제나 분주한 어머님 마음 /
정성으로 기른 자식 모두들 가버려도 / 근심으로 얼룩지는 모정의 세월 /
아 아아아 가지 많은 나무 바람이 일 듯 / 어머니 가슴에는 물결만 높네
〈모정의 세월〉은 1972년 나훈아가 부른 1972년 신봉승이 집필한 TBC-TV 드라마 ‘어머니’의 주제가로 탤런트 안옥희, 김세윤, 김영애, 주선태, 여운계, 김민자, 남윤정 등이 출연했습니다. MBC 3기 신인 탤런트 안옥희(1954년∼1993년)는 인기 탤런트로 떠올랐습니다. 그 당시에 나훈아는 인기곡이 너무 많아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한 노래를 1973년 신인가수 한세일이 리메이크해 불러 대 히트를 했고, 창법이 나훈아와 비슷해 제2의 나훈아로 불리며 1973년 제8회 MBC 10대가수가요제 신인상을 수상했습니다.
한세일의 본명은 박현진으로 1951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광주상고를 졸업한 후 1972년〈산비둘기〉로 데뷔한 무명가수에서〈모정의 세월〉로 가수로서 입지를 다진 후에 지금까지도〈모정의 세월〉을 히트 시킨 국민가수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2020년 KBS1-TV 가요무대 ‘애창곡 100선’에서 15위를 기록한〈모정의 세월〉입니다.
그 당시 한세일이 자필로 싸인해 배포한 방송PR용 비매품 앨범엔 Side 1면.〈먼 길〉,〈모정의 세월〉,〈연인〉,〈머나먼 고향〉,〈순아야〉,〈길손〉Side 2면.〈돌아오는 길〉,〈산비둘기〉,〈찻집의 고독〉,〈구름에 실어다오〉,〈다정한 눈동자〉,〈날 잊지마오〉가 수록돼 있습니다. 또한 1973년 오아시스레코드사에서 발매한 ‘저 하늘에도 / 이슬’ 앨범 A면 두 번째에도 실려있습니다. 2022년 나라옥션에서 25만원에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흙에 살리라〉– 김정일 작사, 김정일 작곡, 홍세민(1973년 오아시스레코드사)
1절. 초가삼간 집을 지은 내 고향 정든 땅 / 아기 염소 벗을 삼아 논밭 길을 가노라면
이 세상 모두가 내 것인 것을 / 왜 남들은 고향을 버릴까 고향을 버릴까 /
나는야 흙에 살리라 / 부모님 모시고 효도하면서 흙에 살리라
2절. 물레방아 돌고 도는 내 고향 정든 땅 / 푸른 잔디 벼게 삼아 풀내음을 맡노라면
이 세상 모두가 내 것인 것을 / 왜 남들은 고향을 버릴까 고향을 버릴까 /
나는야 흙에 살리라 / 내 사랑 순이와 손을 맞잡고 흙에 살리라
〈흙에 살리라〉는 1973년 신인가수 홍세민이 리메이크해 오아시스레코드사를 통해 발매한 곡입니다. 1960년〜1970년대 농촌을 떠나 서울로 서울로 무작정 상경하던 시절 농촌의 모습에 안타까운 심정을 독백형식으로 부른 노래로 작사·작곡가 김정일(1943년생)은 대학을 졸업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느꼈던 소회를 고향 냄새가 물씬나는 노랫말에 서민적이고 전통을 담고 있는 멜로디에 실어 농민들의 애환을 노래한 곡입니다.
1972년 무명가수 서정우가 취입을 했고, 1973년 신인가수 홍세민이 리메이크해 히트시키며 ‘농민대중가요’로 히트했습니다. 홍세민은 1950년 전라남도 해남군 문내면에서 태어나 동대문상고와 동양공전을 졸업한 후 1971년〈정두고 떠난 사람〉으로 데뷔해 2년간 무명가수로 빛을 보지 못하다가 리메이크곡〈흙에 살리라〉가 크게 히트하면서 대중적인 가수로 발돋움했으며, 작곡가 김정일도 ‘건전가요상’을 수상했습니다. 2006년 KBS-TV 가요무대 35주년 기념 방송횟수 애창곡 100선에서도 47위를 기록했습니다. 홍세민은 이 노래 한곡으로 50년 인기가수로 지내다 2021년 11월 30일 작고했습니다.
〈흙에 살리라〉에 대한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님의 말씀 “1970년대, 산업화 물결로 너도나도 도시로 향하는 이농 현상이 가속화될 때 고향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노래로서 고향을 지키며 묵묵히 흙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을 달래주고 힘을 되어준 노래입니다.” “홍세민은 흙의 소중함과 함께 영원히 국민들 가슴 속에 살아있을 가수로 남을 것입니다.”
한편 작사가가 S.E.S. 출신 가수 바다(본명 최성희)의 아버지인 명창 최세월이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가사 중에 ‘내 사랑 순이’는 바다의 어머니 조복순님이라고도 합니다.
–〈봄은 꽃구름 타고〉– 주영자 작사, 백영호 작곡, 이미자 선생님(1973년 지구레코드사)
1절. 봄은 봄은 꽃구름 타고 아지랑이 산을 넘어서 / 무엇인가 내 가슴에 찾아 올
것만 같아요 / 파란 하늘 위에 뭉게구름 두둥실 흘러오면은 / 기다리는 선물을
나에게만 봄의 소식을 / 전하여 줄 것 같아요
2절. 봄은 봄은 무지개 타고 봄꽃 나비 물을 건너서 / 무엇인가 내 마음에 찾아 올
갓만 같아요 / 파란 하늘 위에 뭉게구름 꽃구름 흘러오면은 / 기다리는 선물이
나에게만 꽃구름 타고 / 전하여 줄 것 같아요
〈봄은 꽃구름 타고〉1973년 이미자 선생님께서 부리신 노래로 6월 지구레코드사에서 발매한 ‘백영호 작곡집, 섬 / 해변의 연인’ 앨범에 실려 있는 곡입니다. 음반에는 Side A면. 이미자 선생님〈섬〉,〈너와 나는〉,〈봄은 꽃구름 타고〉,〈보름달〉,남상규〈고향꿈〉Side B면. 이미자 선생님〈해변의 연인〉,〈여로〉,〈세월〉,남진〈사나이 첫사랑〉,나훈아〈청춘카니발〉 등 10곡이 수록돼 있습니다.
3월 27일 이제는 완연한 봄입니다. 봄이 오면은 아이들 가슴에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처녀 총각들 가슴에는 사랑의 싹이 움트고, 엄마 아빠 가슴에는 가정의 행복이 그려지고, 할머니 할아버지들 가슴에는 아마 봄꽃나들이 가실 꿈에 부풀어 있을 것입니다.
봄을 노래한 전통가요는 많습니다. 희망찬 새봄을 맞이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을 것입니다. 1930년 채규엽〈봄노래 부르자〉“오너라 동무야 강산에 / 다시 때 돌아 꽃은 피고 새우난 이봄을 노래하자”, 1931년 가곡〈봄이 오면〉“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1934년 강홍식〈처녀 총각〉“봄은 왔네 봄이 와 숫처녀의 가슴에도” ,이난영 1934년〈봄맞이〉“노를 저어라 음∼ 봄맞이 가자”, 1935년〈봄 아가씨〉“봄 아가씨 웃음에 꽃이 피고 봄 아가씨 가슴에 달이 지네” ,1953년 백설희〈봄날은 간다〉“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1958년 황정자〈봄바람 님바람〉“봄바람 님의 바람 살랑 품에 스며드네”, 1973년 장미화〈봄이 오면〉“그 추웠던 겨울은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내 님도 나를 찾겠지”, 1974년 박인희〈봄이 오는 길〉“산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 온다네” ,1977년 윤승희〈제비처럼〉“꽃피는 봄이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제비처럼”, 1979년 이정선〈봄〉“저넓은 들판에 파랗게 새봄이 왔어요”
2016년 3월 14일 문희옥은 가요무대에 출연하여〈봄은 꽃구름 타고〉를 불렀습니다.
보너스! “봄이왔네 봄이 와 저 총각에 가슴에도…” 살포시 다가올 ‘봄 처녀’를 기다리며…
-〈봄 처녀〉- 이은상 작사, 홍난파 작곡, 가곡(1932년 조선가요 작곡집)
1절. 봄 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 /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 /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오시는고
2절. 님 찾아가는 길에 내 집 앞을 지나시나 / 이상도 하오시다 행여 내게 오심인가 /
미안코 어리석은 양 나가 물어볼까나 / 나가 물어볼까나
〈봄 처녀〉1932년 시조시인이자 사학자인 노산 이은상(1903년∼1982년, 마산 출생) 선생님께서 지으신 시조(時調)를 본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난파 홍영후(1898년∼1941년 화성 출생)가 작곡해서 1933년 ‘조선가요 작곡집’에 발표한 가곡(歌曲)입니다.
다음에는 1974년〈석양〉,〈얼굴〉,〈긴 세월〉,〈그 길이 멀다해도〉 4곡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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