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108. 1976년〈너무합니다〉,〈해뜰날〉(2023.04.17.)
오늘은 1976년도입니다.
1976년의 전통가요는, 1976년 이미자 선생님〈여고 동창생〉(주영자/백영호)〈윤진사댁 며느리〉(김영곤/박춘석), 김수희〈너무합니다〉(윤항기 작사·작곡) 송대관〈해뜰날〉(송대관/신대성), 조용필〈돌아오지 않는 강〉(임택수/안치행) 하수영〈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조운파/임종수) 하춘화〈대관령 아리랑〉(정두수/박춘석)등이 있고,
이해에는 2월 29일 현대자동차 포니 1호 출고, 4월 1일 애플 창립, 4월 17일 용인자연농원(에버랜드) 개장, 7월 4일 미국 독립 200주년, 7월 15일 서울 잠수교 개통, 7월 24일 로봇 태권V 개봉,
8월 1일 몬트리올 올림픽 양정모 금메달 획득, 김해국제공항 개항, 8월 18일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10월 2일 반월 신도시 발표, 10월 11일 신안 앞바다 유물 인양, 10월 27일 안동댐 준공, 10월 27일 박동선 로비 사건, 11월 15일 음성 꽃동네 ‘사랑의 집’ 준공, 12월 1일 KBS 여의도 방송시대 개막 등이 있었습니다.
오늘은〈너무합니다〉,〈해뜰날〉,〈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남편에게 바치는 노래〉입니다.
–〈너무합니다〉– 윤항기 작사·작곡, 김수희(1976년 서라벌레코드사)
1절. 마지막 한마디 그 말은 나를 사랑한다고 / 돌아올 당신은 아니지만
진실을 말해줘요 / 떠날 땐 말없이 떠나가세요 날 울리지 말아요 /
너무합니다 너무합니다 당신은 너무합니다
2절. 조용히 두 눈을 감고서 당신을 그려봅니다 / 너무나 많았던 추억들을
잊을 수가 없어요 / 떠나간 당신은 야속하지만 후회하지 않아요 /
너무합니다 너무합니다 당신은 너무합니다
〈너무합니다〉1976년 김수희가 부른 데뷔곡으로 앨범은 1978년 5월 서라벌레코드사를 통해 발매됐습니다. 김수희(본명 김희수)는 1953년 부산 초량동에서 태어나 숙명여고를 중퇴한 18살에 작곡가의 권유를 받고 1970년 미8군 무대를 거쳐 조선호텔 나이트클럽에서 긴 무명가수 생활을 하다가 윤항기 작사·작곡〈너무합니다〉로 첫 앨범을 발표하였지만,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1978년 MBS라디오 ‘싱글벙글쇼’ 김일수PD가 사랑하던 연인과 헤어지고 실연의 아픔을 달래고 있을 때 우연히 한 유원지의 유선방송에서 흘러나오는〈너무합니다〉를 듣게되고 노래에 반해 라디오 전파를 타게 했고, 노래를 부른 가수를 찾으면서 점차 대중들로부터 사랑을 받기 시작하자 김수희도 가수로서 한 줄기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1982년 전국을 온통〈멍에〉열풍으로 몰고 온 김수희가 점차 대스타 가수로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너무합니다〉도 다시 역주행을 했습니다.
필자도 군대 생활을 할 때 김수희의 자전적 소설「너무합니다」를 읽어 본 적이 있는데, 첫 문장에 필자가 어릴 때에 바라 보면서 자랐던 부산 ‘을숙도’로 시작되어 감명 깊게 읽고〈너무합니다〉를 배워 부르기도 했습니다. 국악 명창 박초월(1917년∼1983년)에게 남도 창을 배우면서 다양한 창법을 구사해 “여자 조용필”이라는 별칭을 들으며 혜은이, 이은하와 함께 가요계의 “디바 트로이카”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영화는 감독 남석훈, 주연 김수희(희련) 1984년 1월 1일 서울「국도극장」개봉입니다.
–〈해뜰날〉– 송대관 작사, 신대성 작곡, 송대관(1976년 오아시스레코드사)
1절. (쨍하고 해뜰 날 돌아온단다. 2회 반복) / 꿈을 안고 왔단다 내가 왔단다 /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 모두 비켜라 / 안되는 일없단다 노력하면은 / 쨍하고 해뜰 날 돌아온단다 / 쨍하고 해뜰 날 돌아온단다 / 뛰고 뛰고 뛰는 몸이라 괴로웁지만 /
힘겨운 나의 인생 구름 걷히고 / 산뜻하게 맑은 날 돌아온단다 / 쨍하고 해뜰 날
돌아온단다 / (쨍하고 해뜰날 돌아온단다. 3회 반복)
2절. 꿈을 안고 왔단다 내가 왔단다 /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 모두 비켜라 / 안되는 일
없단다 노력하면은 / 쨍하고 해뜰 날 돌아온단다 / 쨍하고 해뜰 날 돌아온단다 /
뛰고 뛰고 뛰는 몸이라 괴로웁지만 / 힘겨운 나의 인생 구름 걷히고 / 산뜻하게
맑은 날 돌아온단다 / 쨍하고 해뜰 날 돌아온단다 / 쨍하고 해뜰 날 돌아온단다
〈해뜰날〉은 1975년 송대관이 부른 노래로 오아시스레코드사를 통해 발표한 곡이지만, 1976년에 쨍하고 햇빛을 본 노래로 KBS, MBC, TBC 방송3사 가요대상을 휩쓸었습니다.
이 해에 안동댐이 완공됐지만 안동댐 건설로 인해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주민들을 위로하고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자 호남의 송대관과 영남의 신대성이 뜻을 같이하여 만들었는데, 1975년 서울 단칸 셋방에서 무명으로 살며, 힘든 시간을 보내던 송대관(1946년 정읍)은 어느 날 자신의 힘들던 청년기를 혼자 되돌아보다가 열심히 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거라고 생각하면서 종이에 미친 듯이 가사를 쓰고 나서 데뷔 때부터 함께 한 가난한 무명 작곡가 신대성(1949년 안동)이 살던 종로의 뒷골목 단칸방으로 뛰어가서 “신선생, 나도 좀 떠야겄소! 도와주쇼!”라 외쳤고, 가사를 보자 갑자기 머리가 쨍하면서 좋다고 느낀 신대성이 가사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서 작곡을 했습니다.
원래 송대관이 만든 가사는 투박했는데 ‘운명아 비켜라 내가 나간다 / 떠도는 놈이라고 괄시를 말아라 / 쨍하고 해뜰 날 있을 거니까’ 등의 내용을 ‘쨍하고 해뜰 날’로 했습니다.
반복적이고 희망적이며, 긍정적인 노랫말과 경쾌한 멜로디로 1975년말 노래가 나오자 당시 힘겹게 살던 국민들에게 내일은 오늘보다 분명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심어줘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 잡아 대박을 터트렸고, 10년 무명 가수인 송대관을 일약 ‘가수왕’으로 만들었습니다. “쨍하고 해뜰 날” 코러스는 가수 지망생인 김연자가 하였다고 합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해뜰날〉을 듣고 “그래! 노래는 이렇게 신이 나야지.” 했다는 소문과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의 애창곡이었다고 하지만,〈해뜰날〉도 힘겨운 삶을 표현한 가사가 “너무 어둡다.”고 검열에 걸려서 가사 일부를 수정해 심의를 통과했다고 합니다. 트로트 4대 천황인 송대관 회고. “당시 너무 감격한 나머지 어머니와 함께 방바닥에 만원짜리 지폐를 잔뜩 깔아놓고 잠을 잔적이 있습니다.”
☞ 1976년 1월 18일 MBC-TV ‘인기가요 20’ 순위는 1위 김인순〈여고졸업반〉2위 조미미〈연락선〉3위 송대곤〈해뜰날〉4위 남진〈각시와 신랑〉5위 이수미〈파파〉였습니다.
영화 ‘해뜰날’ 제작 개봉 : 서윤모 감독, 배우 송대관, 김청자, 김희라, 도금봉, 박은수 등
2009년 10월 31일 정읍시 내장산 문화광장에 노래비 건립과 ‘송대관 가요제’가 열렸고, 또 다른 노래비는 안동 세계물포럼기념공원과 모교인 전주 영생고교에도 있습니다.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조운파 작사, 임종수 작곡, 하수영(1976년 서라벌레코드사)
1절.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잡아 본 순간 / 거칠어진 손마디가 너무 나도 안타
까웠소 / 시린 손끝에 뜨거운 정성 고이 접어 다져 온 이 행복 / 여민 옷깃에 스미는
바람 / 땀방울로 씻어 온 나날들 /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
2절. 미운 투정 고운 투정 말 없이 웃어 넘기고 / 거울처럼 마주 보며 살아 온 꿈같은
세월 / 가는 세월에 고운 얼굴은 잔주름이 하나 둘 늘어도 / 내가 아니면 누가
살피랴 / 나 하나만 믿어 온 당신을 /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
1973년 12월 30일 오아시스레코드사에서 발매한 가수 이현〈이대로 영원히〉(임종수 작사·작곡)가 원곡입니다. 「1절.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세월은 물같이 흘러 / 고운 얼굴 잔주름이 하나둘 늘어만 가네 / 고운 얼굴엔 빛나는 눈동자 / 언제까지 이대로 영원히 행복을 가득히 가슴에 안고서 / 언제까지 이대로 영원히 고운 얼굴 옛날처럼 다정히 날 사랑해주 2절. 고운 얼굴엔 빛나는 눈동자 언제까지 이대로 영원히 / 행복을 가득히 가슴에 안고서 / 언제까지 이대로 영원히 고운 얼굴 옛날처럼 다정히 날 사랑해 주.」
작사가 조운파는 종갓집 맏며느리로 힘들게 제사상을 차리고 남편일까지 도우면서 불평 한마디 없이 7남매를 굳굳하게 키워오신 어머니를 떠올리면서 가사를 썼다고 했습니다. 작곡가 임종수도 기나 긴 무명생활 끝에 1972년 나훈아 〈고향역〉의 대 히트로 형편이 나아지자 가난한 자신에게 시집와 고생만 한 아내를 생각하며 곡을 만들었다 했습니다. 그 시절 어느 집이나 대동소이하게 어려웠지만 하수영이 이 노래를 부르자 남편들은 아내에게 많이 등짝도 맞고 허벅지를 꼬집히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한 평생 바람만 피다 갈 곳이 없자 어쩔 수 없이 집으로 온 남편이나 무뚝뚝한 남편이 한세월 묵묵히 시부모 봉양하고 자식들 키우며 말없이 살아 준 아내를 바라보며 가만히 두 손을 잡고 노래를 나지막히 불러주면 아내들은 온 세상이 모두 내 것인 것처럼 행복해 했던 노래였으며,
당시 카바레, 술집 금지곡으로 노래가 나오면 손님들이 정신이 번쩍 들어 귀가했답니다.
1976년〈아내에게 바치는 노래〉가 있다면 1981년〈남편에게 바치는 노래〉도 있습니다.
–〈남편에게 바치는 노래〉– 조운파 작사, 신상호 작곡, 김윤희(1981년 유니버샬레코드사)
1절. 이 세상에 여자로 태어나서 아내라는 이름으로 당신을 만나 / 어설픈 살림살이
서툴긴 해도 얼룩진 행주치마 정이 들었네 / 더러는 야속하고 미운 생각에 눈물 많은
여자 마음 애도 타지만 / 젖은 손이 애처롭다 하신 그 말은 여자의 아픈 정을 달래
줍니다 / 하늘과 땅 사이에 오직 한 사람 / 하늘같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2절. 남자는 뜻을 세워 천년을 살고 여자는 정을 심어 오직 한 평생 / 여자의 치마폭이
넓다 하여도 새는 바람 드는 근심 어이하리오 / 당신이 하늘이면 나는 땅이라 하늘이
울면 땅도 절로 젖는다는데 / 근심 어린 당신 얼굴 바라보면서 부질 없는 서러움에
울기도 했죠 / 하늘과 땅 사이에 오직 한 사람 / 당신만을 목숨처럼 믿고 삽니다
〈남편에게 바치는 노래〉1981년 김윤희가 부른 노래로 2월 1일 유니버샬레코드사에서 발매한 ‘김윤희 남편에게 바치는 노래 /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앨범에 실려 있는 타이틀곡입니다. 음반에는 SIDE 1면.〈남편에게 바치는 노래〉(대사),〈남편에게 바치는 노래〉,〈어머니〉,〈북치고 나팔불고〉,〈그사람 가기전에〉, SIDE 2면〈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먼길〉,〈꿈같은 밤이였어요〉,〈터미날〉,〈목포의 눈물〉,〈진짜 사나이〉(군가) 등 11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1982년 4월 23일 오아시스레코드사에서 발매한 ‘김윤희 남편에게 바치는 노래 / 박일남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앨범에 실려 있는 타이틀곡입니다. 음반에는 SIDE 1면엔. 김윤희〈남편에게 바치는 노래〉,〈북치고 나팔불고〉,〈순정〉,오승근〈소중한 사람〉,〈처녀뱃사공〉,〈끝없는 사랑〉,〈웃는마음 둥근마음〉(건전가요), SIDE 2면엔. 박일남〈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정〉,〈마음은 서러워도〉, 정재은〈사랑은 하나〉,〈부두〉,〈무지개 피는 곳에〉 등 14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카카오 스토리에 실려 있는 사연 한토막「1997년, IMF때 실직한 후, 매사에 자신감을 잃은 한 남편이 직장 대신 소 일거리로 산에 갈 때, 맞벌이로 출근하던 아내가 봉투를 남편 손에 쥐어줬습니다. 산에서 봉투를 펴자 돈 3만원과 편지가 있었습니다. “여보!∼ 직장을 잃고 돈이 없어도 당신은 내 남편이에요… 당신 있는 곳에 나도 있고, 당신이 가는 곳엔 나도 갈 테니까 실망 마세요. 당신은 잘 몰라도 당신이 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해요. 진작 말을 못해 미안하지만 당신을 정말 사랑해요. 당신의 아내가…” 그 당시 TV광고 생각나시나요? “아빠! 힘내시오 우리가 있어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아내와 남편! 남편과 아내! 서로 보듬고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갑시다.”
다음엔 1977년〈모정〉,〈애정이 꽃피던 시절〉,〈생각해 보세요〉,〈꼭 한번만은〉입니다.
*상기 컬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