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113. 1982년〈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2023.05.22.)
오늘은 1982년도입니다.
1982년의 전통가요는 이미자 선생님〈꽃가마〉(유열/박춘석),〈한 세월〉(박춘석 작사·작곡), 김수희〈멍에〉(추세호 작사·작곡)〈못 잊겠어요〉(남석현 작사·작곡), 남진〈빈잔〉(조운파/박춘석), 이용〈잊혀진 계절〉(박건호/이범희), 태진아〈옥경이〉(조운파/임종수), 현철〈앉으나 서나 당신생각〉(김양화/현철)이 있고,
이 해에는 1월 2일 중고생 교복 · 두발 자유화, 1월 5일 야간통행금지 폐지, 1월 30일 한국 프로야구(KBO) 출범, 4월 2일 영국 아르헨티나 포클랜드 전쟁, 4월 26일 의령군 우순경 사건 발생, 3월 27일 한국 프로야구 첫 개막전, 4월 8일 레이디경향 창간, 5월 31일 첫 인터넷 개설, 6월 12일 500원 동전 발행, 7월 15일 잠실야구장 개장, 9월 4일 대한민국 제27회 세계야구대회 우승, 10월 27일 필자 논산훈련소 입소, 태어난 트로트 가수는 2월 21일 박혜신, 4월 24일 정미애, 7월 29일 박구윤, 10월 18일 박현빈, 11월 10일 신유,
작고하신 인물은 8월 29일 스웨덴 배우 잉글리드 버그만, 9월 14일 미국배우 그레이스 켈리, 9월 18일 시인 이은상, 11월 18일 권투선수 김득구 등이 있습니다.
–〈잊혀진 계절〉– 박건호 작사, 이범희 작곡, 이용(1982년 지구레코드사)
1절.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2절.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잊혀진 계절〉은 1982년 이용이 부른 노래로서 2월 17일 지구레코드사에서 발매한 ‘이용 지구 전속 제1집, 잊혀진 계절 / 바람이려오 / 가시와 장미 / 동천’ 앨범에 실려 있는 타이틀 곡입니다. 음반에는 Side A면.〈잊혀진 계절〉,〈가시와 장미〉,〈그대(Hey!)〉,〈눈망울〉,〈지난날의 미소〉, Side B면.〈바람이려오〉,〈동천〉,〈멀어진 사람〉,〈기약 없는 만남〉,〈서울〉,〈산울림〉(건전가요) 등 11곡이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잊혀진 계절〉은 원래 조영남이 취입할 노래였으나, 녹음까지 마치고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지구레코드사와 전속계약이 끝나버려 1981년 ‘젊은이의 가요제’ 금상 곡인〈바람이려오〉(황풀잎 작사·작곡)로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가수 이용이 지구레코드사와 전속계약을 맺으면서 취입을 한 것입니다. 원래는 ‘9월의 마지막 밤’이었지만 앨범 발매시기가 10월로 늦춰지는 바람에 ‘10월의 마지막 밤’으로 가사가 바뀌었고 서정성 짙은 친근한 노랫말과 애절한 멜로디, 이용의 가창력이 더해져서 당시 각종 가요차트 1위를 기록했고, 국민가요로 ‘MBC 10대 가수 가요제’ ‘최고인기 가수상’과 ‘KBS 가요대상’을 수상하면서 이용을 일약 스타가수 반열에 올려놓은 노래입니다. 음반은 80만 장 넘게 팔렸는데 당시 전국에 전축 보급수가 55만 대였다 하니, 전축있는 집에선 모두 음반을 갖고 있었다는 셈이 되고, 이용은 하루 53만 통의 팬 엽서를 받은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독보적인 가창력과 감미로운 음색의 이용은 1957년 수원에서 태어나서 서울 휘문고와 서울예술대학 출신으로 탤런트 송승환과는 동기동창입니다. 이용은 “지난 40년간 매년 10월 마지막 날이면〈잊혀진 계절〉로 돈을 벌어 한 해를 살아가는 확실한 연금입니다.”고 할 정도니까 아직까지도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노래인 것입니다. 미국에서 공연을 하던 중 한 여대생이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와 같이 노래를 불렀는데, 그 분이 지금의 부인이라 하니 1남 1녀 부모가 될 운명으로 인연은 인연이었나 봅니다.
매년 10월이 되면 꼭 듣는 노래가 되어버린〈잊혀진 계절〉노랫말에 담겨있는 사연은 1969년 수필가로 등단 1972년 박인희〈모닥불〉로 대중가요 작사가로 데뷔한 박건호(1949년∼2007년 원주생)는 한 여자로부터 실연당한 사연을 가사로 옮겼다고 합니다.
「1980년 9월 비가 내리는 어느 날.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박건호는 소주 한병을 거의 다 비웠는데, 그 동안 만나왔던 여자와 헤어지기로 한 것 때문이었다. 언제부터 인가 만나면 그녀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할 무렵 그녀를 편안하게 보내기 위해서 오늘 이후 다시는 만나지 않으리라는 생각으로 일부러 더 취했다고 합니다. 비틀거리는 박건호를 버스에 태우며 그녀는 “이분 흑석동 종점에서 내리게 해 주세요.” 안내양에게 부탁했으나 그는 다음 정거장에서 바로 내렸다. “여긴 흑석동이 아니에요.”라는 안내양의 제지를 뿌리치고서 버스가 오던 길로 내 달렸고 동대문에서 창신동으로 가는 중간지점 쯤에서 우산을 쓰고 걸어 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보이자 그는 숨도 고르지 않은 채 그녀 앞으로 달려가서 “정아씨! 사랑해요.” 한마디를 던지며 쑥스럽고, 그녀에게 돌아올 다음 말이 두려워 동대문 방향쪽 오던 길로 다시 뛰어갔고 그것이 그녀와의 마지막 작별이었다.」
1984년 개봉된 영화 ‘잊혀진 계절’은 이형 감독, 이용, 이혜숙, 손창호, 신영선, 김기종, 박종설 출연의 영화로 줄거리는,「미대생 강훈(이용)은 음악다방에서 수경(이혜숙)을 만나지만 스케치 한 장만 남기고 떠난다. 그 후 미술전람회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무남독녀인 수경의 부모는 강훈이 고아라는 사실을 알고 그에게 수경의 곁을 떠날 것을 강요한다. 강훈이 서울을 떠나 바닷가에서 소일하는 동안 강훈을 찾아헤메던 수경이 교통사고를 당한다. 서울로 올라오던 날 이 사실을 알게 된 강훈은 헌신적인 간호와 애정으로 수경을 완쾌시키자 주위의 사람들은 감동을 한다.」
필자는〈잊혀진 계절〉을 듣지 않습니다. 노래가 나오면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립니다. 이용 형님께는 아주 많이 죄송하지만 필자 나름대로의 슬픈 사연(?)이 있기 때문입니다. 1982년 10월 27일 논산훈련소에 입대해 수용연대에 있던 10월 31일 시월의 마지막 날 밤에 내무반장이 연병장에 모두 집합시키더니 제자리에 앉게 하고 일장 연설 후 갑자기 “고개를 들어 뒤편 하늘을 바라본다. 실시!” 하늘을 바라보니 둥그런 보름달이 두둥실 떠있는데 내무반장 왈 “집에 계신 부모형제들이 보고 싶지?” 눈물이 난다. 이런 된장…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김양화 작사, 현철 작곡, 현철(1982년 아세아레코드사)
1절.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 떠오르는 당신 모습 피할 길이
없어라 / 가지 말라고 애원했건만 못본 체 떠나버린 너 / 소리쳐 불러도 아무 소용이
없어라 /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 떠오르는 당신 모습 피할
길 없는 내 마음
2절. 가지 말라고 애원했건 만 못본 체 떠나버린 너 / 소리쳐 불러도 아무 소용이
없어라 /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 떠 오르는 당신 모습
피할 길 없는 내 마음 / 피할 길 없는 내 마음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20년 무명가수인 현철이 봉지 쌀과 낱장 연탄으로 배고픔과 추위를 이겨내는 13번의 셋방살이.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에도 묵묵히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헌신해 온 아내(송애경)를 위해서 만들어 1982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불렀는데 대박이 났습니다.
현철의 본명은 강상수. 1945년 부산 대저동에서 태어나 동아대 경영학과에 다니다가 1968년〈무정한 그대〉로 가수에 데뷔했고, 1974년 록 밴드 ‘현철과 벌떼들’을 만들어 활동 했지만 무명 생활은 길었습니다. 1982년 솔로가수로 전향해 첫 취입한 노래〈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이 주목을 받으면서 동네 아저씨 같은 푸근함과 구수한 목소리, 투박한 부산 사투리가 묻어 있는 입담으로 가수의 길을 넓혀 갔습니다.
그러다 1987년 KBS ‘가요무대’가 리비아 대수로공사 현장 근로자 위문공연을 갈 때 현지의 근로자들이 고국의 아내가 보고 싶어〈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을 부른 가수를 꼭 데려오라는 요청을 하자 당시 조용필, 주현미, 김세환, 현숙, 나미, 김세환, 백남봉 등 인기스타들과 함께 갔는데 얼굴이 안 알려진 현철을 현지 근로자로 알아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그 후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하며 1988년 ‘KBS 가요대상’과 ‘MBC 10대 가수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 이듬해까지 꾸준히 각종 상을 휩쓰는 최고의 가수가 되었습니다. 1989년 12월 30일 KBS 가요대상 때 앵콜송〈봉선화 연정〉을 현철이 눈물 흘리며 부르자 덩달아 태진아도 울면서 함께 부르던 장면이 생생합니다.
☞ 우리나라의 트로트계 남자 4대 천황은 현철(부산), 송대관(정읍), 태진아(조치원), 설운도(부산)입니다. 이제 현철은 가수가 아닌 자연인으로 살고 있다 하니 허전하군요.
-〈남포동 부르스〉- 신상호 작사·작곡, 김수희(1981년 서울음반)
1절. 네온이 춤을 추는 남포동의 밤 / 이 밤도 못 잊어 찾아온 거리 / 그 언젠가
사랑에 취해 행복을 꿈꾸던 거리 / 사랑을 잃은 내 가슴 속에 추억만 새로워 /
이 밤도 불러 보는 이 밤도 불러 보는 / 남포동 부르스
2절. 이슬비 부슬 부슬 내리는 이 길 / 첫 사랑 못 잊어 찾아온 이 길 / 어디선가
부를 것 같은 다정한 님의 목소리 / 사랑이었네 행복이었네 첫 사랑 못 잊어 /
이 밤도 불러 보는 이 밤도 불러 보는 / 남포동 부르스
〈남포동 부르스〉1981년 김수희가 부른 재즈 블루스풍의 노래로 12월 10일 서울음반에서 발매한 ‘김수희 2집, 남포동 부르스 / 정거장’ 앨범에 실려 있는 타이틀 곡입니다. 음반에는 SIDE A면.〈남포동 부르스〉〈너무합니다〉〈느미〉〈불나비〉〈알뜰한 당신〉〈추억〉〈청춘고백〉SIDE B면.〈정거장〉〈이슬비 내리는 오후〉〈나는 여자랍니다〉〈기다림〉(신상호 작사·작곡)〈아빠품에〉(외국곡)〈너무합니다〉(경음악)가 있습니다. 1978년 김수희 제1집〈너무합니다〉에 이어 두 번째 앨범이지만 Vol. 1로 발매한 것이 특이합니다. 그러나 12곡 중〈느미〉〈추억〉〈정거장〉3곡이 김수희가 만든 곡이니 작사·작곡가로서는 1집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노래는 1982년에 히트했습니다.
김수희(본명 김희수)는 1953년 부산에서 태어나 동신초등학교 2학년 때 ‘전국 어린이 글짓기대회 최우수상’을 받았고, 중학교 때 서울로 이사와 숙명여중을 졸업하고 숙명여고를 다니다 1972년 7인조 여성 보컬그룹 ‘블랙캣츠’ 멤버로 미8군 무대애서 활동하면서 박초월 명창에게 남도 창법을 전수 받고, 1976년〈너무합니다〉로 솔로 가수로 데뷔해 1979년 ‘서울국제가요제’에도 출전했습니다.
1981년〈남포동 부르스〉〈정거장〉등을 발표해 부산에서의 바람이 서울로까지 불어와 1982년 실력파 인기가수로 떠올랐으나 혼인으로 잠시 가요계를 떠났다가 12월〈멍에〉를 타이틀 곡으로 한 앨범을 발매하자 김수희 특유의 허스키한 음색에 짙은 호소력은 전국을〈멍에〉의 늪으로 빠지게 했습니다. 1983년 필자가 철원 전방부대에서 군생활을 할 때 시도 때도 없이〈멍에〉가 부대에 흘러나와 노이로제가 걸리기도 했습니다. 제대한 후에는 좋았지만 당시에는 왜 그렇게 듣기 싫었는지… 그리고 김수희는 1983년 자전적 소설「너무합니다」를 출간했고, 8월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너무합니다’ 배경음악으로〈멍에〉,〈너무합니다〉,〈마지막 포옹〉,〈정거장〉,〈못 잊겠어요〉를 사용해서 ‘제20회 백상예술대상 주제가상’을 받았습니다.
그밖에 히트곡으로는, 1982년〈다시 한번 생각해줘요〉,1984년〈잃어버린 정〉,1986년 〈지금은 가지 마세요〉,1987년〈남행열차〉1990년〈서울 여자〉,〈애모〉등이 있습니다.
다음에는 1983년〈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아파트〉〈이름없는 새〉〈참새와 허수아비〉입니다.
*상기 컬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