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114. 1983년〈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아파트〉(2023.05.29.)
오늘은 1983년도입니다.
1983년의 전통가요는, 이미자 선생님〈내가 마지막 본 흥남부두〉(박건호/박춘석),〈북쪽에 보내는 편지〉(신봉승/박춘석), 김수희〈멍에〉(추세호 작사·작곡), 나훈아〈사랑〉(나훈아 작사·작곡), 심수봉〈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심수봉 작사·작곡), 설운도〈잃어 버린 30년〉(박건호/남국인), 윤수일〈아파트〉(윤수일 작사·작곡), 이동기〈논개〉(이건우/이동기), 패티김〈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박춘석 작사·작곡), 허영란〈날개〉(조운파 작사·작곡), 현철〈사랑은 나비인가 봐〉(박성훈 작사·작곡) 등이 있고,
이 해에는 2월 7일 필자 6사단 배치, 2월 25일 이웅평 귀순, 4월 13일 민속씨름대회 출범, 5월 5일 중국 민항기 불시착, 5월 31일 현대 ‘스텔라’ 출시, 6월 12일 청소년 축구 멕시코 4강 진출, 6월 30일〜11월 14일「이산가족찾기 방송」, 8월 27일 국제기능올림픽 5연패, 10월 9일 버마 아웅산사태 발생,
태어난 인물은 5월 13일 영탁, 6월 29일 가수 윙크 강주희·강승희, 7월 29일 가수 장태희, 10월 9일 역도 장미란, 10월 22일 가수 별, 11월 4일 가수 김다나, 12월 11일 가수 안성준 등입니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심수봉 작사·작곡, 심수봉(1983년 지구레코드사)
1절. 언제나 찾아오는 부두의 이별이 아쉬워 두 손을 꼭잡았나 / 눈앞의 바다를
핑계로 헤어지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 보내주는 사람은 말이 없는데 떠나가는
남자가 무슨 말을 해 / 뱃고동 소리도 울리지마세요 / 하루 하루 바다만 바라보다
눈물지으며 힘없이 돌아오네 / 남자는 남자는 다 모두가 그렇게 다 / 아아 아아
이별의 눈물 보이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 남자는 다 그래
2절. 매달리고 싶은 이별의 시간도 짧은 입맞춤으로 끝나면 / 잘가요 쓰린 마음
아무도 몰라주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 아주가는 사람이 약속은 왜해 /
눈 멀도록 바다만 지키게 하고 / 사랑했었단 말은 하지도 마세요 / 못 견디게 네가
좋다고 달콤하던 말 그대로 믿었나 / 남자는 남자는 다 모두가 그렇게 다 /
아아 아아 쓸쓸한 표정 짓고 돌아서선 웃어 버리는 / 남자는 다 그래
1978년 MBC 대학가요제에〈그때 그 사람〉으로 참가 가수로 데뷔한 심수봉은 그녀의 의지와 다른 뜻밖의 사연으로 방송 출연이 금지된 후 1983년 금지가 풀려〈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가 실린 ‘신곡 1집’을 발표해 국민들의 선풍적인 인기몰이로 가수로서의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이 노래에 담긴 사연「어느날 인천 앞바다에서 남녀가 헤어지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이별 순간이 너무 슬퍼보여 그때 느낀 감정을 노랫말로 썼습니다.
남자는 배를 타고 떠나가고 여자는 1년에 한번 정도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후 심수봉의 인터뷰 내용. “2009년에 그 남자가 돌아가셨다. 평생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는데 제일 추운 날 그렇게 가셔서 안타깝다. 마지막날 장례식장을 찾았다. 버스에 관을 넣었는데 아내 되는 분이 조용히 바라보고 있으셨다. 이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사실까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가 아닌 가정만 있습니다.」
–〈아파트〉– 윤수일 작사·작곡, 윤수일(1983년 서울음반)
1절.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 숲을 지나 / 언제나 나를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 / 그리운 마음에 전화를 하면 아름다운 너의 목소리 /
언제나 내게 언제나 내게 속삭이던 너의 목소리 / 흘러가는 강물처럼 흘러가는
구름처럼 / 머물지 못해 떠나가버린 너를 못잊어 / 오늘도 바보처럼 미련 때문에
다시 또 찾아왔지만 / 아무도 없는 아무도 없는 쓸쓸한 너의 아파트 예헤
2절. 흘러가는 강물처럼 흘러가는 구름처럼 / 머물지 못해 떠나가버린 너를 못잊어 /
오늘도 바보처럼 미련때문에 다시 또 찾아왔지만 / 아무도 없는 아무도 없는 쓸쓸한
너의 아파트 / 아무도 없는 아무도 없는 쓸쓸한 너의 아파트 아파트 예헤 / 아무도
아무도 없는 아무도 없는 쓸쓸한 너의 아파트
1982년에 발표하였으나 별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83년에 크게 히트하면서 전국을〈아파트〉열기로 물결치게 했습니다. 당시 CBS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아파트 붐이 막 일어날 때 동부이촌동에도 아파트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대중가요도 시대를 대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파트 노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국외공연을 다닐 때 그 곳에는 강변에, 숲 속에,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는 그런 풍광 좋은 위치에 우뚝 서있는 아름다운 아파트들을 많이 봤어요. 그래서 아름다운 아파트에 러브스토리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침 군대간 친구가 휴가를 나와 술을 사달라고 해서 포장마차에 갔는데, 친구가 울면서 휴가 때 찾아가면 그렇게 반겨주던 애인이 이번에도 사는 아파트 벨을 눌렀는데, 아무리 벨을 눌러도 안 나와 주위에 물어보니 가족들이 모두 이민을 떠나버렸다며 울면서 이야기 하는데, 저는 그 와중에도 머릿속에서 가사를 썼어요. 당시 아파트 벨소리는 ‘띵동’하는게 유일했어요.」 윤수일이 10분 만에 만든 노래지만, 주위에서 “아름다운 말도 많은데 왜 그런 제목을 짓느냐. 정신 나간 거 아니냐? 안 그래도 도로는 아스팔트고 건물은 죄다 콘크리트인데 노래까지 그래야겠냐? 병원가서 머리 한번 검사해 봐라.” 등의 말들을 듣기도 했답니다.
필자가 병장시절 부대 내무반에서 본 ‘1984년 전국노래자랑 연말결선’에서는 울산에 사시는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께서〈아파트〉를 아주 여유롭게 부르셔서 감탄했는데, 대상을 받으시고 앵콜을 부르신 후 손을 흔들면서 유유히 퇴장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필자의 군생활 한토막 추억이 서린 노래는 ‘1983년 제4회 MBC 강변가요제’ 대상곡인 손현희〈이름 없는 새〉와 ‘1982년 제6회 MBC 대학가요제’ 대상곡인 조정희〈참새와 허수아비〉입니다.
손현희〈이름 없는 새〉(김승덕 작사·작곡)는 (NO 38. 2021.11.22. 참조), 1983년 여름. 가평군 청평유원지 야외특설무대에서 처음 TV로 생중계된 젊음의 상징 대학생들의 가요경연대회 ‘제4회 MBC 강변가요제’에서 중앙대학교 불문과 2학년 재학생 손현희(1961년 경남 김해)가 대상을 수상하면서 1984년 지구레코드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그해 6월 1일 ‘손현희 1집, 이름 없는 새 / 풀꽃반지’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이름 없는 새〉– 김승덕 작사·작곡, 손현희(1984년 지구레코드사)
1절. 나는 한 마리 이름 없는 새 새가 되어 살고 싶어라 / 아무도 살지 않는 곳
그곳에서 살고 싶어라 / 날 부르지 않는 곳 바로 그곳에서 / 나는 한 마리 이름 없는
새로 살리라 / 길고 기나긴 어둠 뚫고서 날아가리라 하늘 끝까지 / 나는 한 마리
이름 없는 새 새가 되어 살고 싶어라
2절. 아무도 살지 않는 곳 그곳에서 살고 싶어라 / 날 부르지 않는 곳 바로 그곳에서 /
나는 한 마리 이름 없는 새로 살리라 / 길고 기나긴 어둠 뚫고서 날아가리라 하늘
끝까지 / 나는 한 마리 이름 없는 새 새가 되어 살고 싶어라 / 나는 한 마리 이름
없는 새 새가 되어 살고 싶어라
필자는 1983년 10월 7일 첫 휴가를 나왔는데 이틀 후 버마에서 아웅산 사태가 발생해 TV에서 나오는「휴가 나온 장병 여러분들은 부대로 복귀하십시오.」라는 자막을 보고 곧바로 철원 전방부대로 복귀하다가 길가 논에 솟아있는 벼 낫가리 더미를 바라보면서 나도 모르게〈참새와 허수아비〉와 〈이름 없는 새〉를 부르며 터덜터덜 걷고 있었습니다.
–〈참새와 허수아비〉– 박철 작사·작곡, 조정희(1982년 한국음반)
나는 나는 외로운 지푸라기 허수아비 / 너는 너는 슬픔도 모르는 노란 참새 / 들판에
곡식이 익을 때면 날 찾아 날아온 널 / 보내야만 해야 할 슬픈 나의 운명 / 휘어 훠이
가거라 산 너머 멀리멀리 / 보내는 나의 심정 내 님은 아시겠지 / 석양에 노을이
물들고 들판에 곡식이 익을 때면 / 노오란 참새는 날 찾아와주겠지 / 휘어 훠이
가거라 산 너머 멀리멀리 / 보내는 나의 심정 내 님은 아시겠지 / 내 님은 아시겠지
〈참새와 허수아비〉1982년 제6회 MBC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곡으로 홍익공업전문대 1학년 재학생 조정희가 부른 곡입니다. 음반사 등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혼인 후 평범한 주부로 지내다 2015년부터 2년 간 ‘EBS FM ‘조정희의 오후 N음악’을 진행했습니다.
다음에는 1984년〈수은등〉〈나침반〉〈아! 대한민국〉3곡의 글을 올려드리겠습니다.
*상기 컬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