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를 어떻게 볼 것인가?
효는 한국사회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효는 매우 친숙한 단어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반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효사상이 현재까지 조상대대로 단절되지 않고 후손들에게 전승되어온 까닭이다. 전승되어 왔다는 것은 일상적인 삶 속에서 효사상이 필요한 덕목이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며 가족을 근간으로 한 정신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효사상은 한국인의 정신적인 뿌리이며 미래의 희망을 주는 도덕적 윤리의 중심으로 핵심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와 효사상을 전승시켜야할 부모세대와 전수받아야 할 자녀는 효에 대한 인식이 점차로 간격이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가정에서 자녀에 대한 부모의 역할은 축소되어지고 효를 보고 배우며 성장하여야 할 자녀세대는 합리적이고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게 되었다. 물질의 풍요로움을 얻은 반면에 우리 사회는 정신적인 행복감이 작아지고 있는 이유가운데 하나는 가족구성원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상호이해를 요구하며 배타적인 관계로까지 변질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2015년! 한국사회의 거대 담론이 ‘가족’으로 나타난 현상을 짚어보면, 가정은 있으나 참다운 가족이 부재한 현실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가정의 해체는 더욱 심각해지고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가족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마땅히 공경 받아야 할 어르신의 위상은 국가적인 문제로 정책적인 대안을 찾고 있는 실정이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기본이 되고 가정의 중심이 되는 부모-자녀관계는 효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인간관계의 출발점으로 부모-자녀관계는 어떠한 형태로든 상호간에 밀접한 관계를 이루면서 평생 동안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효를 협의적으로 ‘가족의 존속을 위한 부모-자녀간의 하모니’로 보며, 광의적으로 효는 ‘이웃과 자연 그리고 지구촌과의 하모니’라고 정의한다.
가족은 각자 다른 특성을 가지는 개인들의 집합체이며, 내부적인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되기도 한다. 그리고 가족 외부와의 관계에서 갈등이 일어나기도 하는 감정덩어리의 복합체이다. 때문에 쉽게 갈등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갈등회복을 위한 복원 또한 쉽게 이루어지는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부모자녀 관계는 부모의 연령변화와 자녀의 성장에 따라 변화 발전하는 역동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각 세대가 경험하는 환경의 차이로 급속한 변화를 맞이하기도 한다. 특히, 노부모와 성인자녀 간 관계변화는 세대별 독립적인 가치관이 오래전부터 성립되었던 서양과는 달리, 효 윤리로 부모자녀 관계를 가족 관계의 핵심으로 부각시켜온 한국사회의 경우에는 동거부양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효사상이 중심적인 토대가 되었다. ‘효’가 협의적으로 가정에 국한된 것이라면 이것은 가족이기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효’는 가족관계의 기본윤리이면서 동시에 사회로 확산되는 사회윤리이고 인류애를 발현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윤리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전통적 가치인 효는 가정에서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실천적으로 요구되는 윤리인 동시에 사회적·국가적으로 확장되어지는 도덕윤리의 기초이다. 즉, 효는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지탱해 주는 모든 윤리의 중심이었다. 효는 일차적으로 자녀가 가정에서 부모를 공경하고 섬기는 것이며, 부모는 자녀에 대한 자애와 후손을 훌륭하게 자랄 수 있도록 성장시키고 그로 하여금 다시 조상을 받들 줄 알도록 가르쳐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효사상은 대대로 전승되어오면서 한국사회에 무의식적으로 공고히 내면화된 도덕이라고 할 수 있다. 유학의 기초는 효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효는 도덕교육의 출발점일 뿐만 아니라 사회 안전의 근간이기 때문에 큰 가치를 갖는다. 유교식 효사상의 구성요소는 부모 공경과 노인에 대한 존경으로 되어있다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자기 부모에게 효도를 실천하고 노인을 공경할 줄 아는 사람만이 다른 덕목을 수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마찬가지로 개인적 도덕수양이 되어 있어야 만이 가족을 잘 부양하고 국가 전체를 통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자기부모와 조상을 진실로 사랑하고 공경하지 못하는 사람은 실제로 자기 이웃과 타인을 사랑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효심이 없는 사람은 자기 가족을 잘 돌볼 수도 없으며 그런 사람은 또한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구성원이 될 수도 없다. 달리 말해서 효는 도덕생활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척도이고 이러한 덕목이 없는 사람은 비인간적일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는 동물보다도 더 열등한 모습으로 자기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현용박사
(한국효교육문화연구소장 )
One Comment
newsi
오늘부터 효도해야겠어요. 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