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적 ‘여명의 눈동자’인가?
MBC 창사 30주년 기념드라마(1991.10~1992.2). 한때 최고의 시청률인 58.4%를 기록한 여명의 눈동자였다. 최재성과 채시라의 열연, 그리고 박상원의 아쉬움 등의 젊었을 적 드라마를 뮤지컬로 지난 주말인 토요일에 보았다.
시간은 흘렀어도 원작의 감동은 여운이 남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초에는 일간스포츠신문에 작가 김성종의 대하소설로 연재된 2백자 원고지 13,000매에 달하는 방대한 이 인간 드라마는 파란만장한 역사의 뒤안길에서 여명의 빛을 찾아 억압된 시절의 젊은이들이 돌처럼 뒹구르며, 억센 잡초처럼 짓밟히며 일구어내는 일제 압박에서 해방, 6.25전쟁으로 이어지는 눈물의 역사를 꿰뚫었다는 서평이 있다.
장하림, 최대치, 윤여옥 등 세 명의 남녀 주인공들이 벌이는 사랑과 배신, 극한의 인생 대하드라마, 사상의 양극단에서 부딪치는 처절한 혈투, 자유에의 절규와 극한적 인간 조건을 통해 추구되는 감동의 휴머니즘을 잔잔하게 또는 격하게 느꼈다.
물론, TV드라마에서 보는 웅대한 스케일이나 로케이션은 없지만, 제한된 무대에서 음악과 조명, 효과음 등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표현할 수 없었던 일제치하 학도병과 위안부로 끌려간 청춘들의 피할 수 없는 환경에서 그들만이 지키는 순고한 사랑에서 해방을 맞고, 좌익과 우익이 분리되며, 신탁통치의 소용돌이와 제주 4.3.사건 6.25. 전쟁 등 근현대사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소용돌이에 휩쓸린 역사의 굴곡에서 살아남아 함께 살고픈 두 남녀가 그토록 만나기가 어려웠고, 만났다가는 또 헤어지고 그러다 영원히 헤어지는 한국판 ‘로미오와 쥴리엩’ 이야기이다.
주인공 ‘대치’는 나름 감성이 뛰어났고, 하림은 현실적인 판단으로 여옥에게 끝까지 잘 해주었고, 사랑을 피우려 했으나… 그냥 단순히 비극이라고만 말할 수 있겠지만 우리 조부모 세대의 인생이 녹아있던 그야말로 파란만장 인생 이야기였다.
그야말로 독립군 활동으로 집안을 버리고 가정이 해체되고, 꽃다운 소녀인 그 딸이 위안부로 끌려가고 사이판섬까지 이동하며, 겪었을 우리 할머님들 세대의 아픔과 징용으로 남양군도까지의 사선에서 내일이 없던 할아버지 세대들의 비참함이 오늘의 숨겨진 과거였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비극적인 역동의 시간속에서도 피어난 애절한 러브스토리를 통해 사람들에 채이고, 밟혀지고, 지치고, 무너져 메말라져버린 감정을 자극해, 사랑과 사람을 다시 한번 돌아 보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멋진 오종혁의 군복입은 모습을 감상하는 사치도 부렸다. 휘날레를 장식하는 주연과 조연들의 인사는 나 하나 하나, 소중한 역할이 모두 소중했음을 보여 주었다.
대치와 하림, 그리고 여옥이 휘날레를 마치고 셋이 껴안는 장면에는 눈물이 나와 눈치껏(?) 흠친 감동과 공감, 역지사지의 각본에 없는 명장면, 그 자체였고, 구리아트홀의 ‘여명의 눈동자’ 무대 선정은 코비드-19에 힘들어하는 무대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근사한 선물로 느껴졌다. 명작은 오래 사랑을 받는다.
우리 구리시에는 2017년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이 되었다. 필자는 건립에 참여한 7천여명의 시민중 한사람으로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한 시민운동이 항상성을 가지고 진행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다음 주에는 여의도 국회에 ‘전국 평화의 소녀상 건립 10주년 기념행사’에 가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