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216. 백년설〈유랑극단〉〈고향설〉(2025.05.19.)
오늘은 1914년 백년설 선생이 경상북도 성주에서 태어나신 날입니다. 그리고 21일은 ‘부부의 날’입니다.
다음백과에 실린 ‘부부의 날’ 제정 배경은「부부의 날은 평등하고 민주적인 부부문화를 만들기 위한 기념일로, 1995년 민간단체인 ‘부부의 날 위원회’가 ‘건강한 부부와 행복한 가정은 밝고 희망찬 사회를 만드는 디딤돌’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관련 행사를 개최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2001년 4월 ‘부부의 날 국가 기념일 제정에 관한 청원’을 국회에 제출했고, 6년이 지난 2007년 5월 2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부부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 5월 21일로 정해진 까닭은 가정의 달 5월에 두 사람(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사랑합시다.
오늘은 백년설 선생님께서 부르신 1939년 데뷔곡〈유랑극단〉을 비롯해〈일자일루〉1941년〈대지의 항구〉〈만포선 길손〉1942년〈고향설〉등 5곡을 올려드리겠습니다.
–〈유랑극단〉– 박영호 작사, 전기현 작곡, 백년설(1939년 태평레코드사 데뷔곡)
1절. 한많은 군악소리 우리들은 흐른다 / 쓸쓸한 가설극장 울고 새는 화톳불 /
낯설은 타국 땅에 뻐국새도 울기 전 / 가리라 지향없이 가리라 가리라
2절. 밤 깊은 부대 뒤에 분을 씻는 아가씨 / 제 팔잔 남을 주고 남의 팔잔 배우나 /
오늘은 카츄사요 내일 밤엔 춘향이 / 가리라 정처없이 가리라 가리라
3절. 흐르는 거리마다 아가씨도 많건만 / 이 가슴 넘는 정을 바칠 곳이 없구나 /
차디 찬 타국 달을 마차 우에 싣고서 / 가리라 향방없이 가리라 가리라
〈유랑극단〉1939년 백년설이 부른 노래로서 1월 태평레코드사에서 발매한 ‘항구의 연서(송기옥) / 유랑극단’ SP 음반에 실려 있는 그의 데뷔곡입니다. 당시 백년설은 태평레코드사 문예부 소속으로 근무하다가 일본에 있는 본사 녹음현장에 따라갔다가 뜻하지 않게 녹음을 하게 되었고, 노래가 히트를 하자 정식 가수로 데뷔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춥고 배고픈 유랑생활을 하던 악극단원들의 고달픈 삶이 녹아 있는 것 같아 애처롭습니다. 1절에 나오는 군악소리는 1931년 9월 28일〜1932년 2월 28일까지 ‘만주사변’때 일본군대의 군악(軍樂)소리가 아니라 유랑극단 홍보를 위해 악사들이 함께 연주하는 음악소리 즉 군악(群樂)소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유랑극단’(流浪劇團)의 사전적인 의미는「일정한 거처 없이 떠돌아 다니며 연극을 공연하는 단체‘입니다. 1930년∼1940년대 만주 일대를 돌면서 나라 잃고 고향 떠나 살던 조선인들을 위로하고 향수를 달래주던 순회공연단으로 유랑극단이 올 때마다 공연장을 찾은 동포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극단으로 오케레코드사 ‘조선악극단’이 유명했습니다. 또 1939년 9월 채규엽〈제2유랑극단〉1940년 6월 백년설〈제3유랑극단〉도 있습니다.
–〈일자일루〉– 고려성 작사, 전기현 작곡, 백년설(1939년 태평레코드사)
1절. 그렇게 야속히도 떠나간 님을 / 잊다가 또 못 잊고 그리는 마음 /
한 글자 한 눈물에 젖는 글월을 / 보낼까 쓰건만은 부칠 길 없네
2절. 못 보낼 글월 썼던 붓대 멈추고 / 하늘가 저 먼 곳에 꿈을 보내니 /
눈물에 젖은 글월 얼룩이 져서 / 가슴속 타는 불에 재가 되려네
3절. 일천 자 글월이니 천 방울 눈물 / 눈물은 내 마음의 글월이런가 /
글월은 내 마음의 눈물이런가 / 한 글자 한 눈물에 창자 끊누나
〈일자일루〉1939년 백년설이 부른 노래로 12월 태평레코드사에서 발매한 ‘일자일루 / 북방여로’ SP 음반에 실려 있는 곡입니다. 실제 백년설은 한문과 필체가 유명했습니다. 〈일자일루〉(한 글자 한 눈물), 백년설이 우연찮게 가수로 데뷔하게 된 해인 1939년〈유랑극단〉〈두견화 사랑〉〈마도로스 수기〉〈북방여로〉등과 함께 발표된 곡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랑하는 여인이 곁을 떠나게 되면 외롭고 그리움에 견딜 수 없는 것이 사나이 마음인 것 같습니다. 얼마나 그리우면 일천자를 쓸 때마다 눈물을 흘렸을까요?
–〈대지의 항구〉– 남해림 작사, 이재호 작곡, 백년설(1941년 태평레코드사)
1절. 버들잎 외로운 이정표 밑에 / 말을 매는 나그네야 해가 졌느냐 /
쉬지말고 쉬지를 말고 달빛에 길을 물어 / 꿈에 어리는 꿈에 어리는 항구 찾아가거라
2절. 흐르는 주마등 동서라 남북 / 피리 부는 나그네야 봄이 왔느냐 /
쉬지말고 쉬지를 말고 꽃잡고 길을 물어 / 물에 비치는 물에 비치는 항구 찾아가거라
3절. 구름도 낯 설은 영을 넘어서 / 정처없는 단봇짐에 꽃비가 온다 /
쉬지말고 쉬지를 말고 바람을 앞세우고 / 유자꽃 피는 유자꽃 피는 항구 찾아가거라
〈대지의 항구〉는 1941년 백년설이 부른 노래로 영화 ‘복지만리’ 주제가로 3월 태평레코드사에서 발매한 ‘복지만리 / 대지의 항구’ SP 음반에 실려 있는 곡입니다. “딴딴딴 따라 따라라라라라라 딴딴딴” 전주가 아주 경쾌하고도 씩씩하기로 유명한 곡입니다. 그러나 영화 ‘복지만리’(福地萬里)가 일제강점기 일제의 조선인들의 ‘간도 이주 정책’을 선전하는 영화라〈복지만리〉와 함께〈대지의 항구〉도 친일 논란에 휘싸였지만, 정작 감독 전창근은 노랫말이 일제를 배척한다는 죄목으로 100일간 옥고를 치뤘다고 합니다.
2005년 개봉된 윤종빈 감독의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는 중학교 동창인 말년병장 유태정(하정우)과 이병 이승영(서장원)이 한 부대에서 만나 예기치 못한 비극으로 치닫는 영화였는데, 영화에서 유태정이 지하철에서 곯아 떨어졌을 때 바지 주머니에서 울렸고, 애인과 여관에서 분위기 잡으려는 순간 울린 휴대폰 벨소리가〈대지의 항구〉였답니다.
–〈만포선 길손〉– 처녀림 작사, 이재호 작곡, 백년설(1941년 태평레코드사)
1절. 만포진 구불구불 육로길 아득헌데 / 철쭉꽃 국경선에 황혼이 서리는구나
날이 새면 정처 없이 떠나갈 양치기 길손 / 뱃사공 한 세상을 뗏목 위에 걸었다
2절. 오국성 부는 바람 피리에 실어 올 제 / 꾸냥의 두레박엔 봄꿈이 처절철 넘네
봄이 가면 지향 없이 흘러갈 양치기 길손 / 다시야 만날 날을 칠성님께 빌었다
3절. 낭림산 철쭉꽃이 누렇게 늙어 간다 / 당신의 오실 날짜 강물에 적어 보냈소
명마구리 울어 울어 망망한 봄 물결 위에 / 님 타신 청포돛대 기대리네 그리네
〈만포선 길손〉1941년 백년설이 부른 노래로 2월 태평레코드사에서 발매한 ‘황하다방(백난아) / 만포선 길손’ SP 음반에 실려 있는 곡으로〈만포진 길손〉으로도 불립니다.
노랫말에 나오는 ‘꾸냥’은 아가씨의 중국말, ‘명마구리’는 귀제비=명매기의 방언입니다. ‘만포진’(滿浦津)은 평안북도 중강진 아래 압록강변에 있는 나루터이고, 만포선(滿浦船)은 만포진에서 중국 집안시까지 압록강을 운행하던 배와 그 항로이고 만포선(滿浦線)은 평안남도 순천에서 평안북도 만포진까지 운행하는 기차노선입니다. 일제강점기 만주로 떠나던 유랑객들과 만주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만포선(滿浦線) 기차를 타고 만포진(滿浦津) 나루터에서 만포선(滿浦船)을 타고 만남과 이별하는 애틋한 사연이 있습니다.
–〈고향설〉– 조명암 작사, 이봉룡 작곡, 백년설(1942년 오케레코드사)
1절. 한 송이 눈을 봐도 고향 눈이요 / 두 송이 눈을 봐도 고향 눈일세 /
끝없이 쏟아지는 모란 눈 속에 / 고향을 불러보니 고향을 외여보니 / 가슴 아프다
2절. 소매에 떨어지는 눈도 고향 눈 / 뺨 위에 흩어지는 눈도 고향 눈 /
타향은 낯설어도 눈은 낯 익어 / 고향을 떠나온 뒤 고향을 이별한 지 / 몇몇 해던가
3절. 눈 위에 부서지는 꿈도 고향 눈 / 길 위에 흩어지는 꿈도 고향 눈 /
인정은 서툴어도 눈은 정다워 / 고향을 그려보니 고향을 만져보니 / 가슴 쓰리다
〈고향설〉1942년 백년설이 부른 노래로 4월 오케레코드사에서 발매한 ‘고향설 / 경기 나그네’ SP 음반에 실려 있는 곡입니다. 이 노래는 나라를 잃고 고향을 떠나 살아야만 했던 민족의 아픔을 눈에 비유하여 지은 곡으로 당시 일본과 중국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고, 노래를 듣다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었다 합니다. 1938년 태평레코드사 소속인 백년설은 1941년 계약금 5천원(현 1억 5천만원), 월급 350원에 오케레코드사로 이적해서 발표한 곡 중 가장 인기곡이〈고향설〉입니다.
다음에는 최희준 탄신일 기념〈우리애인은 올드미스〉〈노신사〉〈길〉글을 올리겠습니다.
기사작성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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