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239. 남백송〈방앗간 처녀〉〈이별의 삼등열차〉〈잘 있거라 고향역〉(2025.10.27.)
다가오는 29일은 음력 9월 9일로 양수가 겹치는 날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베트남·일본·대만 등 동아시아 지역의 세시명절(歲時名節)인 ‘중양절’(重陽節)로서, 1년 중에 홀수가 두 번 겹치는 날에는 복이 온다고 하여 음력 1월 1일은 설날, 3월 3일은 삼월삼짓날, 5월 5일은 단오(端午), 7월 7일은 칠석(七夕) 등과 함께 명절로 지내왔는데, 이날은 산에 올라가서 시(詩)를 지어 읊고, 국화주를 마시면서 산수를 즐겼다고 합니다.
26일은 가수 신카나리아(1912년〜2006년)님, 11월 1일은 가수 남백송님 탄신일입니다.
남백송(1935년〜2015년)의 본명은 김지환, 타명은 김남욱으로 고향은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읍입니다. 1954년〈무정항구〉로 데뷔해 1957년〈방앗간 처녀〉로 인기가수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11월 1일 탄신일을 맞아서〈방앗간 처녀〉〈전화통신〉〈이별의 삼등열차〉〈경상도야 잘있거라〉〈잘있거라 고향역〉등 5곡에 대한 글을 올리겠습니다.
–〈방앗간 처녀〉– 박두환 작사, 한복남 작곡, 남백송(1957년 도미도레코드사)
1절. 거울같은 시냇물 새들이 노래하는 / 뻐꾹새 내 고향 자명새 내 고향 /
오늘도 방앗간에 보리 찧는 처녀는 / 가슴에 고이 자란 순정을 안고 /
버들피리 꺾어 불며 님을 부르네
2절. 물레방아 도는 곳 송아지 음매 우는 / 감나무 내 고향 수수밭 내 고향 /
오늘도 방앗간에 보리 찧는 처녀는 / 남 몰래 별을 보고 긴 한숨 쉬며 /
달님에게 물어 보며 하소를 한다
〈방앗간 처녀〉남백송이 1957년에 부른 노래로 도미도레코드사에서 손인호〈물새야 왜 우느냐〉와 함께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1962년과 1965년에 재발매가 됐습니다.
〈방앗간 처녀〉를 듣고 있으면 저절로 고향에 찾아와서 어머니 품속같이 포근하고, 한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사랑했던 고향처녀를 다시 떠올리게 할 것입니다.
제목에 ‘방앗간’이 있는 다른 대중가요는 1966년 백설희〈방앗간집 처녀〉쟈니브라더스〈방앗간집 둘째 딸〉1971년 하춘화〈방앗간집 아가씨〉1977년 성백일〈방앗간집 총각〉1989년 임종임〈방앗간집 고명딸〉등이 있습니다. 신부감은 방앗간집 딸이 최고예요!!
☞ 1963년 10월 10일 서울시민회관(현재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연예단과 한국연예협회 공동주관으로 열린 ‘백년설 은퇴 공연’과 지방 순회공연에 참석했을 때 백년설은 남백송의 손을 잡고 무대에 올라 “내가 은퇴하면 대신 내 노래를 부를 후계자”라고 소개한 후 “내가 없더라도 나 백년설을 보듯 사랑해 주세요.” 하면서〈번지없는 주막〉1절은 백년설이 부르고, 2절은 남백송, 3절은 함께 부르자 장내가 떠나갈 정도의 환호와 기립 박수를 관객들로부터 받았다고 합니다. KBC1-TV 최다 출연 기록도 있습니다. 남백송이 부른 백년설의 대표적인 노래는〈나그네 설움〉〈번지없는 주막〉〈일자일루〉〈두견화 사랑〉〈만포진 길손〉〈산팔자 물팔자〉〈고향길 부모길〉등이 있습니다.
–〈전화통신〉– 천봉 작사, 한복남 작곡, 남백송·심연옥(1958년 도미도레코드사)
(대사) 아, 여보세요! 절 사랑하신다구요? 아이! 그게 정말인가요? / 네? 아니 뭐라구요?
저하고 결혼하자구요? 어머! 내달에 결혼식을 올리고 /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가자구요?
아휴! 어떡하면 좋아! 저 며칠 두고 좀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
이봐요 미스김! 그 전화 통화가 안될텐데 아침부터 고장이 나 있었단 말이야 /
알고 있어요. 다만 그런 전화를 받는 기분이 어떨까 싶어서 한번 그래 본 거예요.
1절(남) 여보세요 미스김 안녕하세요 여기는 청파동 청년 박이요 / 지나간 일요일은
약속한 대로 하루 종일 극장 앞에 비를 맞으며 / 기다리게 하였으니 고맙습니다
2절(심) 여보세요 박선생 오해마세요 남의 속 모르는 무정한 말씀 / 지나간 일요일은
감기 몸살에 하루 종일 빈방에서 쓸쓸히 홀로 / 여자 마음 몰라주니 야속합니다
3절(함께) 여보세요 미스김 정말 미안해 아니요 박선생 천만의 말씀 / 닥쳐올 일요일은 단 둘이 만나 아베크는 대천 바다 인천 월미도 / 젊은 날의 전화 통신 즐겁습니다
〈전화통신〉남백송, 심연옥이 1958년 듀엣으로 부른 노래로 도미도레코드사에서 발매한 곡으로, 원곡은 1938년 김해송, 박향림이 부른〈전화일기〉(박영호/김송규)입니다. 작곡가 한복남은 야심차게 만든 아베크송〈전화통신〉을 백년설과 심연옥에게 부르게 준비했지만 백년설이 전속레코드사와 의리를 지키기 위해 극구 사양하자 지방 순회 중 남백송의 노래를 듣고 전속작사가 천봉에게 남백송을 데려오라고 해 도미도레코드사와 전속 계약을 맺고〈전화통신〉을 심연옥과 듀엣으로 녹음한 후 발매를 하자 전화사정은 열악했지만 전화로도 연애 할 수 있다는 기발함이 번득인 노래는 대 히트를 했습니다.
–〈이별의 삼등열차〉– 박금호 작사, 박금호 작곡, 남백송(1958년 도미도레코드사)
1절. 너와 나와 정다웁게 가는 길이면 / 비가 나리는 삼등열차 창밖에 /
울면서까지 떠나지나 않으리 / 사랑에 버림 받고 열차에 떠나가는 /
플렛트 폼 우에 폼 우에 또 비가 나린다
2절. 태산 같은 그 맹세는 누가 끊었나 / 사나이 홀로 찾어가는 철길에 /
구름길 같이 막연하다 내 고향 / 손 땀에 젖어 있는 삼등차 차표 한 장 /
다시는 못 올 길 못 올 길 외길이 어린다
3절. 사랑에는 두 갈래가 없다는 것을 / 내 가슴에는 너 하나만 언제나 /
잊지를 않고 간직하는 말이다 / 빗 속에 젖어 가며 버림을 받고 가는 /
사나이 한없이 한없이 울면서 가련다
남백송이 1966년 취입한〈서울행 삼등열차〉(최치수/김성근)은 전혀 다른 노래입니다.
‘삼등열차’(三等列車) 1977년〜1983년까지 구분한 ‘새마을호’ ‘우등’ ‘특급’ ‘보급’ ‘보통’과 1984년〜2004년까지 구분한 ‘새마을호’ ‘무궁화호’ ‘통일호’ ‘비둘기호’에서 보면은 ‘보통’과 ‘비들기호’일 것입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삼등열차’가 좋은 점은 차비가 적게 들고, 모든 역에서 정차한다. 그리고 ‘낭만이 있다’는 것입니다. 1970년대 이전까지는 엉금엉금 기어가는 속도는 둘째치고 시설이 형편없었는데, 냉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승객들은 여름엔 땀을 뻘뻘 흘렸고, 겨울엔 오돌오돌 떨며 열차를 타고 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창문도 깨어진 채로 운행해 승객들의 원성을 샀다. 모든 것이 부족한 시절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1958년 11월 21일 경향신문 보도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면,「열차 안의 유리창이 깨어진 것만 해도 서른 개가 넘고 의자 90%가량이 찢어져 솜이나 지푸라기가 볼품 사납게 꾸역꾸역 내밀었고 … 돼지우리인지 분간을 못 할 지경이다.」
–〈경상도야 잘 있거라〉– 손로원 작사, 송운선 작곡, 남백송(1961년 아세아레코드사)
1절. 내 고향 남을 주고 타 고향 찾아갈 땐 / 한많은 인생선에 기적도 슬프더라 /
흘러가는 세월이라 세월따라 간다만은 / 부산아 잘 있거라 삼랑진아 다시 보자 /
꽃피고 새가 울면 다시 찾어 오리다
2절. 흐르는 낙동강은 내 고향 내 부모인데 / 달리는 경부선은 산천도 타관일세 /
누가 놓은 철길이냐 철길따라 간다만은 / 대구야 잘 있거라 낙동강아 다시 보자 /
어머님 말씀대로 성공하여 오리다
3절. 갈 길이 천리라고 기차도 울고 갈 땐 / 낯설은 정거장엔 푸른등 깜박이네 /
말만 듣고 가는 서울 이 몸이야 간다만은 / 김천아 잘 있거라 추풍령아 다시보자 /
내 고향 경상도를 꿈길인들 잊으랴
〈경상도야 잘 있거라〉1961년 남백송이 부른 노래로서 아세아레코드사에서 발매한 ‘남백송 애창곡집, 흘러간 노래와 새로운 노래’ 앨범에 실린 곡입니다. 음반에는 Side A면.〈마도로스 수기〉〈휴전선 나그네〉〈유랑 오천키로〉〈심청전〉Side B면.〈울고가는 방자〉〈산팔자 물팔자〉〈경상도야 잘 있거라〉〈나그네 서름〉등이 수록돼 있습니다. 남백송(南白松)은 경상남도 밀양 삼랑진에서 태어나 삼랑진초등학교, 부산 대동중학교, 동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아대학교 1학년을 마친 후 가수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어머니의 금반지를 몰래 가지고 서울로 올라와 1954년 고향 밀양 출신 작사가 월견초와 작곡가 유금춘이 만든〈무정항구〉를 아리랑레코드사를 통해 발표하면서 데뷔했습니다. 2006년 가수 복수미와 함께 듀엣으로〈당신이 미워요〉앨범을 발매하기도 했고, 2009년〈아! 인생〉을 발표했으며, 2014년 기준 가요무대 집계 최다 출연 가수였다고 합니다.
필자는〈잘 있거라 경상도야〉곡에 담겨진 사연은 고향 밀양 삼랑진역에서 삼등열차를 타고 대구역과 김천역을 거쳐 올라올 때의 심정을 노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은 예명인 남백송(南白松)에서도 잘 나타나 있는데, 밀양 남천강의 남(南)과 천연기념물인 백송(白松)의 세 갈래 잎을 비유해서 잘생겼고, 목소리 좋으며, 심성 또한 곱다는 의미로 예명을 지었던 것입니다. 그후에 말수도 적고 사교성이 부족한 것을 염두에 두고 늘 좋은 사람들이 많아지라는 의미로 사람인(人)자가 들어간 막백(伯)을 사용해서 한글은 같지만 한문은 남백송(南佰松)으로 바꾸었습니다.
–〈잘 있거라 고향역〉– 야인초 작사, 김종유 작곡, 남백송(1966년 아세아레코드사)
1절. 몸부림 치며 우는 정든 님 남겨놓고 / 기차는 떠나간다 이별의 고향역 /
싫어서 헤여지는 너와 내가 아니다 / 옥분아 잘 있거라 시골역 완행열차
2절. 울리고 울고간다 강 건너 산을 넘어 / 사나이 결심에도 이별은 섧고나 /
못다한 몇마디는 엽서에다 남기고 / 옥분아 잘 있거라 시골역 완행열차
3절. 떠난다 달려간다 정든 땅 등에 지고 / 못생긴 사나이의 어리석은 그 맹서 /
사랑도 뿌리치고 낮선 타관 찾어서 / 옥분아 잘있거라 시골역 완행열차
〈잘 있거라 고향역〉남백송이 1966년 부른 노래로 1967년 아세아레코드사에서 발매한 ‘월남소식 고향소식’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음반 Side A면. 쟈니브라더스·아리랑시스터즈〈월남 소식 고향 소식〉아리랑시스터즈〈은하수와 피리와 꿈〉안다성〈애달픈 짝사랑의 월쯔〉〈남포동 야곡〉황인자〈와이키키 해변〉남백송〈잘있거라 고향역〉Side B면. 김용만·쟈니브라더스〈술 전쟁〉이명자〈마도로스 아가씨〉〈속지 않으리〉정향〈칠일간 부산항〉〈성공하여 가겠어요〉최정자〈서귀포 소식〉등이 수록됐습니다.
〈잘있거라 고향역〉도〈경상도야 잘있거라〉와 같이 고향을 떠나 올 때에 몸을 실었던 삼랑진역과 사랑하던 옥분이를 그리워 하면서 부른 노래가 아닐까 필자는 생각합니다.
삼랑진역(三浪津驛)은 1905년 1월 1일에 개통된 역으로서 지금은 경부선(서울↔부산 441.7km)과 경전선(삼랑진역↔광주광역시 송정역 277.7 km)을 연결하는 철도역입니다.
필자도 1972년 고향인 부산을 떠났기에 고등학교 여름방학 때와 군대 휴가를 나올 때면 김해에 계시던 외할머니 뵈러 서울역에서 좌석·입석표를 구입해 경부선 ‘통일호’를 타고 부산역으로 갈 때 “다음역은 삼랑진 삼랑진역입니다.”하는 역무원 목소리가 생각납니다.
지금은 경부선 열차를 타고 삼랑진역을 지나지도 못하고 추억만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다음엔 11월 5일 이인권의 탄신일을 맞아〈얄궂은 운명〉등 5곡의 글을 올리겠습니다.
기사작성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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