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심의 시대는 막을 내리기 시작했으며,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시대가 정식으로 개막했다.” 이는 필자가5년 전 한국의 세종출판사에서 출간한 『국제경제와 정치』一书의 첫 문장이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1주일 사이에 베이징을 방문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등 주요 국가들이 수개월 내에 모두 베이징을 방문한 것은 중국 중심 시대의 도래를 더욱 분명히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세계는 단일한‘권력 이동’이 아니라‘다극화’ 과도기에 있다.
사실상 미국 중심 질서의‘상대적 쇠퇴’이지‘종말’은 아니며, 이러한 세계 중심 이동 과정은5~10년 정도 걸릴 수 있다.
미국은 군사 동맹(나토, 한미일, 한미주뉴질랜드 등), 글로벌 금융 체계(달러, SWIFT 시스템), 첨단 기술 및 고등 교육 등 분야에서 여전히 깊은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이른바‘막을 내리다’는 것은 아마도 단극 패권이 약화되고, 대신 신흥 세력(중국, EU, 인도 등)과 권력을 공유하고 규칙을 협상해야 하는 복잡한 구도로 대체된다는 의미에 가깝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이 독주하던‘단극적 순간’은 분명히 지나갔다.
중국을 핵심으로 하는 동아시아는 실제로 글로벌 경제 성장, 무역 네트워크, 제조업 공급망의 핵심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발효, 중국과 아세안(ASEAN)이 상호 최대 교역국이 된 상황, 그리고 동남아시아로 확장되는‘일대일로’ 구상은 이 지역의 응집력과 자율성을 강화하고 있다.
동아시아는 디지털 경제, 청정 에너지, 지역 인프라 등 분야에서의 협력 수준도 세계 대부분의 다른 지역보다 높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긴밀한 연계가 미국의 배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은 무역, 투자, 안보 동맹(일본, 한국, 필리핀, 호주 등)을 통해 동아시아 질서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많은 동아시아 국가들은‘경제는 중국에,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전략을 취하며 복잡한 중층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미중 양국의 실질적 역량을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이제 철강, 자동차, 조선, 항공기, 발전량, 고속철도 등6대 핵심 산업 분야에서의 현황을 분석해본다.
1. 철강 산업: 중국은9억6,080만 톤의 조강 생산량으로 세계 총생산량의52%를 차지하며 압도적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조강 생산량은8,200만 톤으로 중국의 약8.5%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의 강점은 방대한 생산 규모와 완성된 산업 사슬에 기반한다. 미국은 고급 특수강 등 분야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그 경쟁력은 오히려 무역 정책에 더 의존한다.
미국은 자국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1962년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라 수입 철강에25~5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항공우주, 국방 등 첨단 제조업에 필요한 고성능강 및 특수 합금의 연구개발과 생산에서는 여전히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며 점차 상위 밸류사슬로 이동하는 중이다.
2. 자동차 산업: 2025년 중국의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은 각각3,453만1,000대, 3,440만 대로17년 연속 세계1위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의 연간 신차 판매량은 약1,635만 대 수준이다.
중국은 친환경차(신에너지차) 비중이 거의50%에 달하고, 자국 브랜드 점유율이70%에 근접하는 등 강력한 내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시장은 주로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도요타 등 전통적 거대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어 친환경 전환 압박이 더 크다.
미국은 중국산 자동차에 대해 극도로 높은 무역 장벽을 구축하고 있는데, 전기차 종합 관세는 한때206.5%에 달했고 부품 관세도70~132.4% 수준이다.
3. 조선 산업: 중국 조선업은 세계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주요3대 지표(완공량, 신규 수주량, 잔여 수주량)를 중량 톤 기준으로 볼 때 세계 총량 대비 각각56.1%, 69.0%, 66.8%를 차지한다.
중국은 대형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서도 큰 돌파구를 마련하며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전환했다.
미국의 상업 조선은 세계 시장 점유율이0.1~0.2%로 위축되었으며, 그 경쟁력은 주로 항공모함, 핵잠수함 등 군함 건조 및 정비에 집중되어 있다.
상업용 수주는 주로 예인선, 유람선 등 틈새 분야에 국한된다.
4. 항공기 제조: 격차가 매우 크며 추격도 저해받고 있다.
중국의C919는2025년에 단15대만 인도되었으며(목표는75대), 핵심 엔진은 미국의 수출 제한을 받고 있다.
반면 미국 보잉은2025년에600대의 항공기를 인도했고, 889대의 순수주를 기록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 구도로 보면 보잉과 에어버스의 양강 독점 체제는 여전히 견고하다.
군용 분야에서 중국의J-20 연간 생산량은 약50~120대인 반면, 미국F-35의 연간 생산 능력은 약150대이나 미군 자체에 인도되는 대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2026년에는24대만 조달).
5. 발전 분야: 미국은 여전히 천연가스를 주력으로 하며 노후화된 전력망 인프라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발전량이 미국을 크게 앞설 뿐만 아니라, 초고압 직류 송전 기술로 장거리 대용량 전력 전송이라는 세계적 난제를 해결했다.
중국의2025년 발전량은10조kWh로 미국의 약2.4배이다. 중국의 누적 설비 용량은38억9,000만kW로 미국의 약3배에 달한다.
2025년 한 해 동안 중국이 추가한 설비 용량(5억4,300만kW)만 해도 미국의 많은 연도별 총 설비 용량을 초과한다.
중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약60%에 달하며, 풍력 및 태양광 발전이 신규 설비 증가분의70% 이상을 기여했다.
동시에 석탄 화력(39.6%)이 여전히 기반을 이루고 있으며, 건설 중인 원자로 수는 세계 최다이다.
미국은 풍력 및 태양광 발전 비중이 약19%로 증가했지만, 화석 연료 비중이 여전히 약58%로 높고 특히 천연가스(약43%)가 주력이다.
재생에너지는 정책 변동의 영향을 받아 전통 에너지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이자 가장 기술적으로 복잡한 교류·직류 혼합형 대전력망을 구축했으며, 초고압 송전(유연 직류 포함) 및 스마트 그리드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도자이자 다양한 세계 기록 보유자이다.
미국의 전력망 인프라는 심각하게 노후화되어 평균 수명이30년을 넘었고, 운영이 한계 상황에 가까워 대규모 재생에너지 연계와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6. 고속철도: 중국의 네트워크화된 건설과 성숙된 운영은, 여전히 탐색 및 업그레이드 단계에 있는 미국과의 가장 큰 격차를 보여준다.
2025년 말 기준 중국 고속철도 영업 거리는5만km를 돌파하여 세계1위이며, 다른 국가들의 합계를 초과한다.
미국에서 실제로 운영되는 고속철도 영업 거리는 미미하며, 주로 노스이스트 코리더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의‘푸싱호(复兴号)’ 열차는 세계 최고 수준의 영업 속도(350km/h)를 자랑한다. 미국의 유일한 준고속 철도 노선인‘아셀라’와 차세대 열차‘넥스트젠 아셀라’의 최고 속도는 약257km/h에 불과하며, 화물 열차와 노선을 공유하여 지연도 잦다.
2025년에 중국은 고속철도 노선10여 개를 신규 개통했으며, 중서부 지역으로의 네트워크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프로젝트는 진전이 더뎌 수년에 걸쳐2030~2033년 사이에 약171마일(약275km) 구간을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위6대 기간 산업 외에도 미중 경제 규모 비교는 명목GDP, 구매력 평가(PPP), 1인당GDP 등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명목GDP 기준: 중국 약20조 달러, 미국 약31.4조 달러. 중국GDP는 미국의 약65.6% 수준인데, 이 격차는 최근 달러 강세 등 환율 요인으로 확대되었다.
구매력 평가(PPP) 기준: 중국 약40.7조 달러, 미국 약30.5조 달러로, 중국이 미국을 약33.5% 초과한다. 이는 양국의 실제 물질 생산 능력을 더 잘 반영한다.
1인당GDP 기준: 중국 약13,953달러, 미국 약90,012달러로, 미국이 중국의6.4배에 달해 경제 발전 수준의 큰 차이를 보여준다.
세계 비중: 중국은 세계GDP의 약16.5%, 미국은 약26%를 차지한다. 미중 양국GDP 합계는 약51조 달러로 세계 총량의 거의 절반에 달한다.
대외 무역: 중국의 상품 무역 총액(6조3,500억 달러)은 세계1위로 미국(5조5,900억 달러)보다 높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서비스 무역 수출국이다.
산업 구조: 중국은 실물 경제 분야에서 확실한 강점을 보이며, 제조업 부가가치는 미국의 약1.6배이다. 미국의 강점은 주로 서비스업(GDP의 약82%) 특히 금융, 기술, 의료 서비스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외환 보유액: 중국 약3조3,600억 달러로 세계1위, 미국 약2,560억 달러로 규모가 작다.
종합하자면, 미중 경제 비교는 일종의‘규모 게임’ 양상을 띤다. 중국은 달러 환율 요인으로 명목GDP에서는 미국과 격차가 확대되었으나, 실질 구매력과 산업 능력을 더 잘 반영하는PPP 지표에서는 이미 뚜렷이 앞서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양국 경제 구조, 즉 중국은 실물 제조업 강세, 미국은 서비스업 중심의 구조에 반영된다.
중국은 현재 여전히 다중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즉 인구 구조, 부동산 전환, 외부 기술 봉쇄, 내부 금융 시스템 미비 등 자체적인 난제; 동아시아 내 역사적 갈등(예: 한일 관계), 영토 분쟁, 제도적 차이 등; 또한 대만 문제, 한반도 정세 등 잠재적 분쟁 지점들로 인해‘동아시아 시대’의 순조로운 출발은 쉽지 않다. 동아시아 경제 문제에 관해서는 필자의 관련 논문과 중국신문사(中国新闻社)의 발표를 참고하기 바란다.
더 큰 내생적 동력, 협력 밀도, 자주적 의식을 갖춘 동아시아 블록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으며, 중국은 그 핵심적인 엔진이자 통합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것이21세기 가장 중요한 지정경제학적·정치적 사실이다.
미래의 향방은 중국이‘중진국 함정’과‘투키디데스 함정’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국내 사회적 의제들을 잘 처리하며, 미중 경쟁 속에서 제도적 공존의 프레임을 찾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것은 역사의 생존 경쟁인 동시에 지혜와 인내를 요구하는 협력적 탐색 과정이기도 하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자유 질서는 심각한 조정을 겪고 있으며, 그 유효성은 중국의 도전을 받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부상은 현재 미국 주도의 글로벌 자유 질서가 직면한 가장 체계적이고 가장 심층적인 구조적 도전이다.
이러한 도전은 단순히 해당 질서 내부(예: 과거의 유럽이나 일본의 부상)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정치경제 모델을 가진 문명형 국가로부터 비롯된다.
이러한‘도전’의 본질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핵심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1. 발전 모델의 경쟁: 국가자본주의 대 신자유주의
중국의 논리: 국가가 시장을 깊이 있게 유도하고, 국유기업이 전략적 분야를 주도하며, 산업 정책이 대규모로 추진된다(예: 친환경차, 칩, 인공지능). 이 모델은2008년 금융위기와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강의 위기 대응 능력과 자원 동원 효율성을 보여주었다.
자유 질서의 논리: 민영화, 규제 완화, 작은 정부, 자유로운 자본 이동을 강조한다. 금융위기 이후 이 모델의 정당성은 손상되었으며, 중국 모델은 많은 개발도상국들에게‘또 다른 선택지’ 반드시 서구식 정치경제 프레임을 모방하지 않더라도 빠른 발전을 이룰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2. 국제 제도와 규칙의 경쟁: 대체인가, 개혁인가?
대체적 제도: 중국은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신개발은행, 그리고‘일대일로’ 구상을 통해 쌍무 기반의 인프라 투자 네트워크를 창설하거나 주도하고 있다. 이는 즉각적으로 세계은행이나IMF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거부권이 작용하지 않는 평행적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규칙 제정권: 디지털 경제(예: 글로벌 데이터 안보 이니셔티브), 무역(RCEP vs. 보류된TPP/CPTPP),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 등에서 중국은 자체적인 규범 프레임을 내놓으며, 서방이 오랫동안 주도해온 규칙 제정 독점에 직접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3. 기술 주권과 탈동조화 위험: 새로운 철의 장막인가?
중국은5G, 무인기, 고속철도, 양자 컴퓨팅, 우주 기술 등 분야에서 이미 글로벌1위 그룹에 진입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기술 봉쇄(칩, EDA 소프트웨어, 첨단 장비)는 중국의 자주적 기술 체계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도전의 핵심: 미국 주도 질서는 기술의 자유로운 흐름과 서방 표준의 지배를 가정한다. 중국의 기술 자주화 과정은, 막대한 단일 시장과 결합되어, 이 기술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두 개의 가능한 병행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4. 가치와 거버넌스 모델: 권위적 통치 대 민주주의·법치
자유 질서의 외연에는‘인권, 민주주의, 법치’의 확산이 포함된다. 중국은 이에 대해‘내정 불간섭’, ‘발전권 우선’, ‘전 과정 인민 민주주의’ 등 대안적 서사를 명확히 주장한다.
실제로 많은 비서방 국가들은 중국 모델이 장기적 정치 안정, 높은 성장률, 빈곤 감소를 제공한다는 점을 관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서방이 가치를 내세워 제재나 압력을 가하는 방식의 국제적 공감대는 크게 줄어들었다. 중국의‘효과성’ 서사는 자유 질서의‘규범적’ 서사에 실질적인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피해야 할 오판: 도전은 종말을 의미하지 않는다. 도전이 심층적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점에 유의해야 한다.
미국 질서의 회복력: 달러 패권, 고등교육의 매력, 글로벌 기술 최고 클러스터, 그리고 중국 도전에 대응하는 전략적 동원력(예: 칩법,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은 아직 붕괴되지 않았다.
중국의 내부적 제약: 인구 고령화, 부동산 디레버리징, 지방 채무, 기술적‘목 조이기’ 극복 모두 시간이 필요하다. 도전의 지속력은 중국이 성장 모델 전환에 성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비제로섬 영역의 존재: 기후 변화, 글로벌 공중 보건, 마약 퇴치, 핵확산 금지 등 분야에서는 미중 협력이 여전히 필요하다.
중국은 미국 주도 질서를 전면적으로 전복하려 하지 않으며(적어도 공식 담론에서는), 오히려 그 질서의‘다원화’와‘개혁’ 즉 비서방 국가들의 대표성 확대, 더 큰 정책 공간, 더 적은 가치 조건부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볼 때, 하나의 강대국이 효과적인 대안 체계(인프라 대출에서 산업 정책, 디지털 거버넌스에 이르기까지)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 미국 주도 질서는‘거의 자연스러운 존재’에서‘경쟁해야만 유지될 수 있는 선택지’로 전락한다.
이것이 바로‘유효성이 도전받는다’는 의미의 핵심이다. 즉 누구의 구호가 더 그럴듯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의 경제 성장이 더 지속 가능하고, 누구의 거버넌스가 민생에 더 잘 대응하며, 누구의 기술 사슬이 더 단절되기 어려운가의 문제이다.
이 도전은 심층적이며 역사적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승선이 보이는100미터 질주라기보다는, 길고 여러 전선이 펼쳐지는 마라톤에 가깝다.
이 경주의 결과는21세기 중반의 세계가 다극 공존의 형태를 띨지, 아니면 또 다른 핵심 질서가 지배하는 형태를 띨지를 크게 결정지을 것이다.
기사작성 이학성 박사 (現) 한-중 국제연구소장 , 前)푸단대학원 경제대학원 교수 (現) 강남대학교 국제대학원 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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