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진의 건강편지 23
-추위는 인간을 더욱 따뜻하게 만듭니다.
어제가 입동(立冬)이었습니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 같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네요. 그러다보니 우리 맘도 더욱 추워지네요.
국내외의 경제적인 지표 또한 암울하기까지 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엄습하니 더더욱 어깨가 초라해집니다.
이럴 땐 어깨를 활짝 피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힘차게 걸어봅시다.
날씨가 추워지면 인체가 에너지의 손실을 막기 위하여 혈관이나 근육을 수축시키는 호르몬 시스템이 작동합니다. 통상 ”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겨울이나 낮에 분비가 더 왕성해집니다.
인간은 항온동물이기에 더더욱 추위에 민감해지기 마련인가 봅니다.
인체의 에너지를 항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혈관을 수축하여 외부의 추위에 저항하고자 하는 기전이 발동합니다.
인체가 추위에 노출되면 몸을 움츠리거나 가급적 에너지가 방출되지 않는 자세를 취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이러한 행위도 또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에너지소모가 크게 됩니다. 그래서 겨울에는 필요 이상의 에너지 소모가 많은 계절이므로 멀리 가는 여행이나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은 다른 계절보다 원기가 많이 소모되어 휴식을 취하는데 각별한 신경을 써야만 합니다.
만물이 얼어붙고 내 몸 또한 에너지소모가 많은 계절이지만 훈훈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많아진다면 어떨까요?
‘감옥으로부터 사색’을 쓰신 신영복 선생은 감방의 추위는 여느 곳보다 심하여 재소자들이 서로 끌어안고 잠을 청해야만 하는 사정이니 ‘겨울’이야말로 서로가 사랑하고 보살피고 아껴주는 훈훈한 마음이 더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더군요.
더운 계절보다 오히려 추운 계절이 역설적으로 서로를 가까이하는 계절이라고 하시면서 오히려 삭막한 겨울을 훈훈한 계절로 받아드리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추위야말로 사람을 더욱 가까이 하고 연대의 네트워크가 절실하며 따뜻한 미담이 필요한 시점이고 그러한 교훈을 추위를 통해서 알게 하니 이 또한 기쁘기도 합니다.
동물적인 본성은 추위를 피하거나 도망가기 바쁜 반면 인간의 본성은 그 추위를 극복한 그 무엇인가를 찿아 내는 창조적인 활동을 하곤 하지요.
불을 발견하는 것도, 따뜻한 집을 짓는 것도, 서로간의 포옹을 하는 것도 상호간의 마음에 훈훈한 감동의 파동을 불어넣는 것처럼 말입니다.
추운 겨울! 공동체가 사라짐을 아쉽게 생각하지 말고 동우회나 카페나 혹은 친목계가 대신하는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추운 겨울의 본성은 역으로 우리 맘을 더욱 따뜻하게 할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만물을 가두어서 새 년에 더욱 활기찬 삼라만상을 잉태하는 어머니로서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 또한 가르쳐 주는 이 자연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