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는 자주 걸리는 게 좋다 ?
필자는 감기에 자주 걸립니다. 의사이면서 감기를 너무 자주 걸린다는 핀잔도 많이 받습니다. “의사도 감기 걸린다고” “의사도 아프냐고” 말입니다. 처음엔 나도 좀 면목이 서질 않았지만 요즘은 그러려니 합니다. 어쩌면 감기도 자주 걸리는 것이 의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니 말입니다. 아무튼 의사는 많이 아파봐야 좋을 듯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이 아프면 생활도 잘 안되고 힘들기 때문에 그러질 않길 바랍니다.
겨울이면 감기가 자주 걸립니다. 여름에는 개도 안 걸린다고 하는 걸 보면 감기는 추위에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나봅니다. 일단 처음에 감기를 걸리면 오한이라는 증상이 생깁니다. 그 추위가 바로 열로 변한다거나 춥다가 덥다가 하는 수도 있습니다. 상한론에서는 감기의 전변과정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인류와 함께 가장 친숙한 질병이 감기라 할 수 있는데 감기에 대하여 연구한 책이라 하겠습니다.
감기는 일단 추위와 노출되거나 소화 장애가 있을 때 발생합니다. 물론 피로나 기력이 약하여 양기가 떨어질 때도 감기가 자주 옵니다. 필자는 과로 형 인간이라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한기를 오랫동안 노출시키면 감기에 꼭 걸립니다. 감기의 기전을 알면서도 우매하게도 잊어버려서 한동안 감기로 몸살을 앓습니다. 옛날과 달라서 감기에 나아도 몸은 한동안 더 고생하는 듯 합니다. 감기 걸린다고 죽지 않습니다. 하지만 감기는 나쁜 습관의 반응입니다. 궁즉변이란 중용의 글귀가 있습니다. 궁극에 이르면 변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요즘말로 하면 임계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몸이 극한 상태에 이르면 정상으로 돌아오고자 하는 필사적인 몸놀림이 작동합니다. 따라서 질병 또한 건강으로 회복하기 위한 자기 방어 장치의 하나이며 이를 토대로 낡은 것을 극복하는 계기로 작동합니다. 따라서 질병에 걸렸을 때 질병이 던져주는 목소리를 해석하고 반성하는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풍(風)에 상하든 한(寒)에 상하든 이로 인하여 몸의 균형이 깨짐으로써 인체의 또 하나의 조정 매카니즘인 바이러스가 작동하여 여러 증상을 나타냅니다. 바이러스가 뭔가 보다 인체 균형(항상성)을 혹은 생태계를 교란시킨 요인이 무엇인지가 중요합니다. 인체의 생태계를 교란시킨 외부요인이나 내부 요인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체는 건강할 때도 아플 때도 정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본연의 기전이 작동합니다. 저는 이를 사랑이라고 칭합니다. 우리 인간을 사랑하는 본연의 마음이 있기에 우리 몸을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정상으로 돌아가려고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해서 감기에 자주 걸리는 것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좋은 것은 더 더욱 아닙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감기를 자주 걸린다는 것은 자신의 생활습관이 나쁘다는 것의 반증이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틀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선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인생을 통해서 질병을 피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오죽하면 생노병사가 인생의 한축이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따라서 질병에 대처하는 방식도 또한 침습이 적고 안전한 방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질병의 고통과 두려움으로 인하여 쉽진 않으나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믿으며 최소한의 침습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순간에 발생한 질병도 중요하지만 일생동안 버티며 살아온 내 자신을 위해서도 말입니다.
감기에 걸리는 것이 좋진 않습니다. 하지만 감기에 자주 걸리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백병중의 으뜸인 감기의 경우도 그러할 진데 다른 질병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질병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기전입니다. 질병에 사용하는 침습행위는 최소화해야 하며 가급적 안전한 방법으로 말입니다. 수술은 불가역적입니다. 다시는 원상태로 돌아오진 않는다는 말입니다. 인체는 질병에 걸리면 정상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모든 수단을 강구합니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체의 본성에 조응하여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성찰적인 삶으로 거듭 나길 바랍니다. 자신의 내면에 있는 신성을 사랑합시다. 질병은 바로 이러한 신성을 깨우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