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진의 건강편지 36
우리 피곤한데 침 한번 맞으러갈까 ?
한의사로서의 꿈이 있었습니다. 국민들이 “ 우리 피곤한데 사우나나 갈까?” 이것 보다 “ 우리 피곤한데 침 한번 맞으러 갈까? 이었습니다. 다소 생뚱맞지만 필자는 그런 꿈을 꾼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유효하긴 하지만 염원과 바람은 식어가는 듯합니다. 오늘도 환자를 치료하던 중 ”자기는 침을 제일 무서워 한다“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환자는 무서워하는데 필자는 침놓기를 좋아하니 말입니다. 아픈 병자도 필자를 이해하기 힘들고 필자도 병자를 이해하지 못한다고나 할까요?
어떤 환자분은 절보고 명침선생(名針先生)이라고 합니다. 침이 효험을 드라마틱하게 봤기 때문입니다. 20 여 년간 임상경험을 통하여 많은 치유경험을 받은 이들은 저에게 항상 한 결 같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참 “신기하네요“ 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신기한 게 아니고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보통 침을 놓는 자리는 경혈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경혈은 특정 경락에 있으면서 경락의 성질과 경락의 특성을 반영하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따라서 정확한 진찰에 기반 한 침 치료는 당 연한 효과를 나타내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서양의학적인 진단에 기반 한 침 치료의 결과는 실로 경이롭고 신기할 다름입니다. 그래서 환자들이 신비롭게 생각하는 것도 얼추 이해가 됩니다. 그냥 어느 부위에 침을 놓았던 건데 자기 자신의 아픈 부위나 증상이 소실되는 경험을 하였을 때에는 신기한 것은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침은 경락과 경혈을 바탕으로 놓습니다. 경락은 맥이고 경혈은 명당입니다. 백두대간이나 한북정맥과 같은 맥을 가지고 있는 게 경락이며 그 경락에 위치한 명당자리가 경혈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래도 보편화되어 있지만 과거에는 한국지리학에서도 이러한 개념이 없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산맥과 물줄기를 음양처럼 관계중심으로 파악한 조선 지리학과 달리 서양 지리학은 그 산과 그 물줄기에 뭐가 들어있는 지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는 산과 물줄기를 또 하나의 나로 보는 관점인데 반하여 서양 지리학에서 보는 산맥과 물줄기는 대상화되고 수단화되는 객체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차이가 있습니다. 나와 대등한 혹은 위대하게 보는 관점임에 반하여 내가 대상화하고 수단화하는 객체로 바라보고 있다는 데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정말로 침을 맞으면 피곤이 풀립니다. 가까운 한의원에 가서 피곤해서 침 맞으러 왔다고 하시라! 그리고 한번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눈 피곤은 효과가 매우 빠르고 좋습니다. 몸이 피곤하고 노곤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통로와 지점으로서 경락과 경혈은 침놓는 자리이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거나 스트레스로 몸이 긴장할 때도 효과가 매우 좋습니다. 한번 경험해보세요. 백문이불여일견입니다.
사람은 생각과 감정이 마음을 구성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과 감정을 처다 보는 침묵의 그 무엇도 존재합니다. 그 침묵의 무엇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주 처다 보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생각과 감정 그리고 고요한 침묵이 경락에 영향을 미치어 몸에 반응하고 외계의 공기나 기상조건이 경락에 영향을 미치어 생각과 감정 그리고 고요한 침묵에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끊임없이 내면과 외계의 요인들이 경락을 통하여 수시로 반응하고 있으며 그 반응의 정도에 따라 건강과 질병의 양태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양태가 고정적이지 않고 수시로 변하고 있으며 이러한 양태가 건강의 상태로 이동하는 것이 치료가 양호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우리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경락과 경혈을 잘 이해하고 술기로서 정통한다면 침 치료가 우수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오죽하면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도 미래의 훌륭한 치료수단의 하나라고 인정하고 있으며, 특정 질환에 있어서는 침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피곤한데 침 맞으러 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