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담배는 정말 나쁜 것일까?
의사로서 상당히 부담스런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술과 담배 이야기라서 그렇습니다. 금연과 금주가 의사 소견 상 첫 번째임에도 이에 반하는 글을 쓴 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후환이 두렵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글을 쓸려고 바득바득한 이유가 무엇인지도 나도 모르겠습니다. 의학적이기 보다 문화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는 변명 아닌 이유로 들겠습니다.
술이든 담배든 인류가 만들어낸 문화적인 기호품입니다. 필자는 술이 별로 받지 않습니다. 알콜 알레르기라고도 합니다. 술을 많이 먹던 적게 먹던 몸이 빨개지는 모습입니다. 담배도 피는지 안 피는 지 할 정도로 적게 피긴 합니다. 저는 술과 담배에 대해서만은 “과한 것이 적은 것만 못하다”라는 말을 실감을 합니다. 대부분 술과 담배의 위해성은 알고도 넘칩니다. 하지만 쓴 소주한잔을 들면서 나누는 이야기와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나누는 이야기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가벼운 담소도 좋지만 가슴을 열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술이 주는 환락지제로서 이완과 격이 없음이 난 좋습니다. 너무 좋다보니 과하거나 남용하고 더 나아가 술에 지는 형국에 이르니 몸이 상하고 맘이 상하곤 합니다.
술이 약이 되는 경우도 있고 예식을 행할 때 쓰기도 합니다. 약으로서 술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타박상이나 어혈이 있을 때 물과 술을 같이 사용하여 약을 대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술에 약초를 담가두면 우러나와 약술이 되기도 합니다. 얼마 전 바다낚시에 갔을 때의 일화를 소개해 봅니다. 바다 바람이 세차 추위에 떨었는데 술 한 잔이 몸을 따뜻하게 해준 경험이 있었습니다. 술 한 잔이 추위를 가라않게 해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술이 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술이 벗을 부르는 촉매제라 한다면 담배는 혼자 있을 때 벗이 되어주곤 합니다. 삶이 마냥 행복했다면 이런 환락지제들이 나왔겠습니까? 고된 일을 마치고 귀가하면서 한잔의 포장마차가 삶을 위로해주고 멀리 있는 벗의 마음을 열어주고 가깝게 한다면 얼마나 좋은 촉매제라 아니할 수 있겠습니까? 삶이 고행이기에 나를 위로해줄 가족과 친구가 있어 든든한 것처럼 술과 담배는 그 누구도 없이 나를 든든하게 위로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문제는 술과 담배라는 기호품에 의지한다거나 너무 좋아 탐닉한다면 위로는커녕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 도구가 되는 건 너무 자주 목격하고 있습니다. 술과 담배는 처음에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지속적이고도 자주 한다면 몸과 마음을 도로 긴장케 한다는 사실도 알려드립니다. 몸과 마음을 이완시킬 정도에서 멈추는 게 필요합니다. 술과 담배를 이겨야지 지게 되면 달콤한 위로의 유혹 속으로 빠져 들고 맙니다. 조선의 어느 왕은 담배를 극도로 예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 분은 장수한 왕으로 역사가 일려주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담배도 또한 많이 한다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하겠습니다. 절제하는 기호품이라면 괜찮겠지만 과용한다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술과 담배에 대해 “묻지마 혐오”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인류 고대로부터 내려온 문화적인 관습을 인정치 않는 근본주의적인 사고는 별로 전략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인류와 함께 살아온 술과 담배를 역사에서 퇴출되어야할 그 무엇으로 바라본다면 인간의 삶속에서 여백이 주는 안정감은 사라지고 더 큰 다른 대체 제를 요구한다는 사실도 알았으면 합니다. 세계에서 술 소비가 최고인 나라지만 그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편이나 마약의 소비가 적은 이유가 숨어있다는 사실도 또한 알았으면 합니다.
담배 냄새는 다른 이에게는 혐오감을 심어줍니다. 담배자체보다 냄새가 더 싫다고 합니다. 담배가 가지는 낭만성은 점점 살아져만 갑니다. 담배는 수많은 독극물의 조합입니다. 수많은 독극물이 나쁜 것이지만 독으로서 독을 치료하는 경우도 있기도 합니다, 독으로서 독을 제거하는 경우는 한정되었기에 너무 과하거나 자주한다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담배는 독으로서 독을 치료하는 효과는 있다고 하겠습니다. 인류로부터 내려온 기호품들이 너무 혐오스럽게 생각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적당함보다 절제 있는 생활되시길 바랍니다. 너무 각박함과 숨 막힌 생활보다 조금은 여유 있고 흠결이 보이는 생활이 그립습니다. 합리적인 것은 사회관계의 화장술이라는 생각입니다. 한 꺼풀을 벗고 만나는 시간이 그립습니다.
술과 담배는 바로 이러한 본연의 만남을 채근해주는 그런 기호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합리적인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