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학이 무엇인가요?
필자의 의료 경험이 20년을 넘었습니다. 의학서적에서 환자를 찾고 환자에서 의학서적을 찾는 열정으로 진료에 임하였습니다. 무슨 비방이나 특수한 영적경험을 갖진 못했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모든 질병에는 정신적인 요소가 개입되어 있고 만성병이나 난치병인 경우에는 정신적인 요인이 주원인이란 사실이 그것이다. 정신적인 요소가 질병의 주요인이란 경험을 통하여 의학 서적이 가르쳐준 내인(內因)의 중요성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마가 창안한 사상의학은 무엇인가요? 체질을 나누고 그에 맞는 약물을 처방하는 의학인줄만 알았는데 다시 공부해보니 정신적인 요소가 인간의 근본이라는 유심론적인 사상과 이념에서 출발한 전혀 새로운 독창적인 의학체계란 사실을 말입니다. 여기서 다시 공자 왈 맹자 왈 하는 유학의 정수를 다시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제마의 사상의학은 유학의 정수인 인의예지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고 그 차이에 따라 도덕적인 삶을 사는 지 아닌지에 따라 질병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기도 합니다. 유학에서 말하는 성인의 말과 예수님의 말씀을 동격으로 놓고 보면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지 못하면 지옥에 간다는 말이나 함께의 마음이 아닌 각자의 마음대로 산다면 질병이 발생한다는 사상의학의 말이 일견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바이러스나 풍이니 화이니 하는 개념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라” 라거나 성인의 말씀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도덕군자가 무병장수한다는 약간 참신하고 해괴한 이론을 담고 있습니다.요즘은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유학의 시대라고 봐야합니다. 돈이 왕인 시대와 계급이 왕인 시대에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인 입장에선 고충이 많습니다. 돈이 있어야 질병을 치료할 수도 있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몸과 마음을 혹사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양반에게 소작이라도 해야 하루 벌어 풀질이라도 할 수도 있고 노예의 신분이기도 한다면 생사의 여탈권도 갖지 못하는 불행한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질병과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은 의학의 시대가 유전자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가설이지만 유전자를 분석해서 미리 질병의 근원을 없애겠다는 방식인데 원인의 파악에는 동의하지만 원인제거에는 동의할 순 없습니다. 이 부분은 언젠가 다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속칭 “피는 물보다 진하다”란 말과 유전자 치료는 서로 상이하다고 할 수 있지 않는가 말입니다. 피가 가지고 있는 어떤 독창적인 부분이 단순히 혈액형만을 의미하진 않을 것입니다. 그 피가 가지는 의미를 10여 년 동안 유학을 탐구하고 의학을 정진하다가 그 무엇을 발견한 이가 이제마의 사상의학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유학이라는 것이 구닥다리가 되고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 철지난 철학일수도 있습니다. 요즘 꼰대라는 소리듣기 좋은 이야기 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로서 최종적인 질병의 원인이 신경정신과적인 요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이제마의 사상의학은 체질처방이라는 의미보다 더 큰 의미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마음을 왜곡케하는 것이 소통의 부재이고 각각이 그 소통의 방식에 자기가 익숙한 방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오해와 분노가 생기고 전쟁이 생기고 다툼이 생긴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요즘 드라마 대사 중 “마음은 잡아 댕기고 빼앗는 것이 아니라 오고 가는 것이다”라고 “마음이 말보다 먼저 움직이고 마음에 전해지려면 말을 해야 한다”라는 대사가 귀에 들어옵니다. 그 마음이 心 이요 둘로 나누면 양의(兩儀)요 넷으로 나누면 사상(四象)이 됩니다.
그 마음이 무엇인지 마음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질병이 생긴다는 이론이 바로 체질의학이요, 심신의학입니다. 마음이 질병의 첫 번째라는 깨달음에서 시작한 공부가 그 마음이 무엇인지를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 마음의 정수가 들어 있는 것이 이제마의 사상의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젠 사상의학은 체질의학이라는 것을 먼저 앓기 보단 마음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마음이 상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변화의 형태를 띠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