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에 먹는 팥죽
동지는 또 하나의 설입니다. 1년 중 가장 밤이 가장 긴 날로 음기가 가장 강한 날이며 음중에서 양이 새롭게 생한다는 의미에서 설이라고도 부릅니다. “음이 가장 길다”라는 뜻은 양이 제일 짧은 날이기도 하며 양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우리 민족은 동짓날에 팥을 주로 음식으로 사용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팥죽을 좋아하여 동짓날이 아니어도 팥죽을 먹으로 교외로 나가곤 합니다. 한 번씩 먹는 맛이 일품입니다.
팥죽에 대해 스토리텔링을 한번 해봅니다. 옛날 요순시절에 공공씨라는 양반에게 바보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 귀신이 되어 나타났습니다. 그 아들이 생전에 팥을 두려워해서 동짓날 팔 죽을 쑤어 물리쳤다는 이야기입니다. 제법 그럴듯합니다.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행설에 입각하여 팥의 색이 붉은 색이어서 양(陽)이 되어 음의 기운이 가장 긴 동지에 귀신이 횡행하여 인간을 해코지 하니까 팥죽을 대문에 뿌려 귀신의 해코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음식의 문화적인 힘은 실로 대단 합니다. 의식적인 행위보다는 무조건적인 무의식적 행위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팥죽을 겨울에 먹는 것은 권장하고 추천합니다. 제가 요즘 미는(추천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팥 음식입니다. 감자와 더불어 외식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미용과 건강 그리고 다이어트를 한꺼번에 해결 하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추천하고 있습니다.
팥은 문헌에 따라 차다고 하기도 하고 따뜻하다고도 하는 데 그냥 평이하다는 생각입니다. 맛은 달기도 합니다. 독은 없어서 많이 먹어도 괜찮습니다. 가끔 많이 먹으면 생목이 오르거나 소화가 안 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이수소종, 이습퇴황. 해독배농의 효과가 있다고 문헌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수소종이라는 의미는 이뇨를 이롭게 하여 붓기를 제거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습퇴황은 습열을 없애 황달을 물리친다는 뜻으로 간의 염증이나 담낭의 염증 등 염증을 없애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해독배농이라고 하여 해독기능과 종기를 없애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뇨효과가 있다는 것은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의미이며 외식을 많이 하여 짠맛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에겐 소금기를 없애주는 효과가 있어 고혈압에도 좋습니다. 그밖에도 활성산소를 해독시키거나 중화시키어 피로회복이나 강장기능에도 효력을 발휘합니다. 아무래도 겨울에 활동양이 줄어 노폐물 대사가 용이하지 않은 상황에 가성비가 좋은 음식이자 영양제라고 생각합니다. 각기병에도 좋습니다. 주독을 풀어 주는데도 좋습니다. 섬유소가 많이 변비에도 좋습니다.
정월 대보름에 먹는 부럼이나 동짓날에 먹는 팥죽 먹는 행사는 전 국민적으로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해 봅니다. 보건학적인 의미로도 매우 좋은 의미가 있어 이 또한 권장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름에 먹는 보양음식문화보다 겨울에 먹는 팥죽이나 부럼문화는 확산되길 기대합니다.
황진이라는 여류 시인이자 기생(?)이 계십니다. 기생이 요즘 말로 하면 연예인입니다. 황진이는 재와 색을 갖춘 탑 클래스의 연예인인 셈이죠. 시 한수 읽고 가실께요.
동짓날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동짓날 기나긴 밤의 그 긴 허리를 잘라 내어)
춘풍 이불안에 서리서리 넣었다가(봄바람처럼 따스한 이불속에 잘 서리어 넣어두었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정든 님께서 오신날 밤에 그 것을 굽이굽이 펴서 밤을 길게 지내 보리라)
저는 이 시를 읊조리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시어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동짓날 긴 밤에 팥죽을 먹으며 황진이 시를 한번 읊조리는 것도 묘한 매력과 추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은 동지설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