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마 선생’에 대한 마지막 변명
이제마에 대한 글을 몇 편 올렸습니다. 임상 20년차가 “유레카”를 외치는 행위가 이제마에 대한 탐구였습니다. 하지만 읽는 독자 분들은 어렵고 무겁다고 하셨습니다.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진료실을 떠나 삶의 현장 속에서 질병의 원인을 찾아보고자 하였으나 이는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는 답답함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였으나 ‘이제마’를 공부하면서 어둠속에서 서광의 빛을 보는 것처럼 필자는 즐겁고 유쾌하였음을 자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혼자 즐겁다고 독자여러분들을 힘들게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번 글로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이제마’의 저술은 “격치고와 동의수세보원”입니다. 사상의학의 보고인 “동의수세보원”은 이미 대중적으로 알려진 바 크다 하겠으나 “격치고”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필자도 책을 구했으나 아쉽게도 절필되어 구할 수가 없었지만 요행이도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기록된 “격치고” 해설을 접하게 되어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행운이었습니다. 10년이 지나고 지금은 사용하고 있지 않은 사이트지만 저에게는 매우 귀중한 자료의 보고라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13년간 기록한 책인 “격치고 !” ‘이제마’가 심혈을 기울여 쓴 책이 저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될 줄이야 보기 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자세히 분석하고 관찰한 초고라는 뜻을 가진 격치고는 인간의 마음을 격물치지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무려 13년간 써내려간 책이라니 얼마나 이제마가 이 책에 대해서 공을 들였으며 인간 탐구에 지난한 노력을 하였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마’는 인간을 선악이 함께 가진 존재로 보고 있으며 ‘인간과 세계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선악이 발현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내 안에 선한 존재와 악한 존재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선하게 발현되거나 악하게 발현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선함은 ‘인의예지’로 나타나고 그 악함은 ‘비박탐나’로 나타난다고 하였으며 맹자의 성선설을 중심으로 인의예지를 인간 몸통의 사지처럼 중요한 보배라고 하여 수족을 사용하듯이 ‘인의예지’를 사용해야 생명의 바탕이라고 하였습니다. 즉, 인의예지를 수족처럼 사용하면 건강하고 그렇지 못하고 ‘비박탐나’를 하면 병이 걸린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인의예지’와 ‘비박탐나’를 한번 알아보면, ‘인’은 대중과 더불어 이롭다면(서로 윈윈하면)그 이로움 또한 ‘인’이며, ‘의’는 대중과 더불어 용기를 낸다면 그 용기 또한 의이며, 예는 대중과 더불어 조화를 도모한다면 그 도모 또한 ‘예’이며, 대중과 더불어 하는 앎이면 그 앎 또한 ‘지’라고 하였습니다. 즉, 함께 이롭고 함께 용기를 내고 함께 조화를 이루고 함께 아는 삶이 ‘인의예지’의 삶이라고 하였습니다. ‘대동의 삶’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나만 이롭고 나만 예의바르고 나만 용기를 내고 나만 아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알 수 있겠습니다. ‘비박탐나’의 ‘비’는 오만한 마음. ‘박’은 업신여기는 마음, ‘탐’은 적개심을 드러내는 마음, ‘나’는 질투하는 마음을 가리킨다. 오만한 마음이 있는지, 업신여기는 마음인지. 적개심을 가지거나 질투심을 생기고 지속된다면 질병이 창궐한다고 ‘이제마’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저마나 타고난 재능이 있습니다. 저마다 타고난 재능이 각각 다르고 지혜와 능력 그리고 재목과 노력 중에서 한가지 씩 타고 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쪽이 뛰어나면 다른 한쪽은 부족한 게 인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서로 함께 의존적으로 살아갑니다. 사계절의 치우침이 계절을 만들 듯이 그 치우친 계절이 함께 할 때 생명의 원천이 되듯이 인간의 몸도 각기 다른 수많은 세포들의 공조를 통하여 생명활동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탐구한 철학서가 ‘격치’고라 한다면’ 동의수세보원’인 의학서로 귀결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무려 13년간 인간을 탐구한 아제마는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이기심과 욕심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성찰하고 반성하고 실천을 통하여 인간 본연의 가치인 ‘인의예지’를 돌아가 실천하라고 말하고 있으며 오만하고 업신여기고 ‘적개심’과’ ‘질투’를 가지면 병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13년 동안 연구를 통해서 밝히고 있습니다. 사심과 욕심 그리고 안일함과 방종 하는 지 매 순간 관계 속에서 “성찰하고 반성하는 삶”이야말로 건강을 유지하는 삶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