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봄이 왔습니다. 유달리 작년 겨울은 추운 듯 합니다. 삼한사온보다 추위가 예년에 비해 길어서 그런지 아니면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올 해에는 유난이 봄을 더 기다린 듯합니다. 봄의 길목인 입추가 지난 지 벌써 한 달이 되었고 3월 21일이면 봄의 정점인 춘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봄을 맞이하기 위해 먼저 남쪽으로 달려가는 사람들도 계셔서 매화나 산수유 그리고 개나리꽃을 보러 가는 상춘객처럼 부지런을 떨진 못했습니다만 아침저녁으로 훈훈한 바람을 통해서 계절과 우리 몸이 서로 신호와 소통을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곤 살고 있습니다.
봄을 마중 나가진 않지만 봄을 느끼고 살고 싶은 여유는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계절의 변화는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척박하고 고단한 삶일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그러다보니 봄만 되면 유난이 피곤해하고 무기력해 하는 경우도 발생하기도 합니다. 통상적으로 식곤증 – 밥만 먹으면 피곤하고 노곤해지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처럼 봄만 되면 나른하고 피곤해하는 춘곤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제법 계십니다. 질병이라고 보기에는 예매하나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의 강도는 다를 수 있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는 있다 하겠습니다.
춘곤증은 유난이 봄만 되면 피로와 무기력을 동반한 전신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긴 겨울을 이기고 봄을 맞이하였는데 유난이 불편한 증상을 통 털어 춘곤증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유독 봄에만 발생한다 하여 하곤증, 추곤증, 동곤증은 들어본 바 없으나 봄에 많이 그런 증상을 호소하는 이유가 먼지는 생각해보시지 않으셨는지요?
봄은 유난이 긴 겨울을 뚫고 나온 계절로서 동지 이후로 양의 기운이 길어지는 즉 일과 시간 중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져 하지에 이를 때까지 활동시간(낮)이 길어지는 즈음에 몸과 마음의 생체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하고 있기도 합니다. 차가운 겨울속에서 어떤 동물은 동면을 통하여 몸의 움직임을 줄이기도 한다지만 대체적으로 겨울은 움직임이 최소화되는 계절로서 점점 몸과 마음의 움직임이 늘어나는 봄철에 유난이 피곤하고 무기력해지기도 합니다. 계절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항상 계절 앓이-계절이 바뀔 때마다 감기를 달고 사는- 하는 경우도 춘곤증에 포함되고, 봄은 간장의 계절로 간장이 취약해지는 사람들에게 춘곤증이 많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춘곤증이라 함은 봄만 되면 유독 힘들어 하는 즉, 간장이 약한 분들이나 유난이 계절이 변할 때 병 치례를 하는 기가 약한 분들에게 많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유난히 과로를 많이 한 분들이나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분들이 봄철에 춘곤증을 같이 병발하기도 하오니 유념해야겠습니다. 우리가 “피곤하다”라고 하는 증상의 표현은 기실 간의 피곤과 유관합니다. 봄은 간장의 계절입니다. 한마디로 봄이 되면 다른 계절에 비해 간이 피곤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차도 정지한 상태에서 처음 가속을 하게 되면 에너지가 많이 드는 것처럼 긴 겨울을 지나고 맞이하는 봄에 유난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어 유난이 에너지가 약한-간장이 약한-분들에게 춘곤증이 많이 발생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피곤하다고 하면 일단 쉬어야 합니다. 그리고 적당한 운동과 영양섭취를 통해서 춘곤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말처럼 현실에서는 안되는 게 일반이지요. 계절의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보지 않으면 시간이 훌쩍 지나기 때문에 이미 춘곤증이 나타나게 됩니다.
동지나 입춘을 시작으로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서서히 증가시켜주시고 적당한 운동을 통해서 신체 기능을 회복시켜 주며 음식은 고단백, 고지방식 보다 비타민 등 미네랄이 많은 음식이 적격입니다. 그중 제철 봄나물을 추천합니다. 요즘은 재배를 하기 때문에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먹기 좋습니다. 냉이. 다래. 쑥, 취나물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봄이 되면 온갖 새순들이 지천에 널려 있습니다. 유독 봄에는 온갖 새순을 먹을 수 있는 계절입니다. 간장과 봄나물의 새순은 닮아 있습니다. 새싹처럼 싱싱하고 필수 유기물이 많이 함유된 봄나물 섭취가 춘곤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맛도 신선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봄나물을 많이 섭취하여 건강한 봄을 맘껏 맞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