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진의 건강편지 19
– 자연의 변화에 순응해야 재목으로 자란다.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습니다.
절기의 변화는 실로 오묘하기 짝이 없습니다. 올 해 여름은 무난히도 더웠습니다. 추분이 지난 지 오래되었는데도 한동안 30도를 웃도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만 태풍이 불고 비가 오더니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돌기 시작합니다.
입추라는 절기에서 입이라 하면 계절의 변화가 가을로 들어간다는 즉 , 시작을 의미하는 절기입니다. 가을에 들어섰음에도 한동안 더위 때문에 힘든 한해가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하기사 요즘에는 이런 절기의 변화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00데이에 더 많은 사회적인 관심이 있는 편이긴 하지요. 한의사로서의 작은 소망은 이런 절기를 맞이할 때 간단한 국민건강을 위한 캠페인이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어느덧 더운 여름의 흔적은 자취를 감추고 꽃과 나무들이 지천에서 열매를 맺는 계절로 탈바꿈하였습니다. 자연의 변화와 아름다운 단풍으로 들어난 모습만 볼 때 우리의 눈과 코는 호강이 하늘을 찌르는 것이지만 자연의 변화무쌍함의 뒤안길에는 “하늘과 땅의 법칙”이 작동하고 잊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실로 자연의 변화는 예측하기 힘듭니다.
뜨거운 여름의 계절이 지속되고, 태풍의 큰 바람이 연일 불어오며, 차디찬 강추위가 온 자연을 휘어 감는 계절의 엄정함과 단호함에 말없이 순응하면서 끝끝내 버틸 때 뿌리 깊은 나무로 성장하고 아름드리나무가 되어 큰 재목으로 자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들 인간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마다 자연이 주는 시련 속에서도 꿋꿋하게 견디어 내고 ,인간들과의 투쟁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모습을 유지한다면
지혜는 더욱 더 밝아지리라 생각해봅니다.
봄은 발진의 계절입니다.
발진이라 하면 낡은 것을 거죽으로 “발산한다”라는 뜻입니다.
겨울철에 발생한 낡은 물질을 봄의 발산의 기운을 받아 거죽으로 나오게 하는 현상을 말하고 있습니다. 피부병이나 여러 가지 염증성질환도 유사한 경우입니다. 계절마다 증상이나 병명이 같아도 치료방식이 다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계 절의 특징을 인체의 생리 병리에 응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저를 비추어 보더라도 해마다 설날 전후로 포도막 염증이 발생하는데 겨울철에 발산되지 못한 낡은 물질이 봄의 기운을 받아 거죽으로 드러나 염증이 발생한 것입니다. 물론 바이러스가 인체의 허약한 틈을 타서 염증을 발생시킨다는 이야기도 되겠지요.
겨울철은 낮의 기운이 짧고 밤이 긴 절기입니다.
움직임을 적게 하고 흡사 동면하는 곰 마냥 활동을 줄여야 하는데도 과다한 빛에 노출하거나 송년회다 뭐다하며 활동량이 늘어나 낡은 물질이 체내에서 다 배출되지 못하고 남아 있다가 바이러스의 침입을 받아 염증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다고 한다면 이 바이러스는 인체를 정화하기 위한 외부적인 개입이며 스스로 정화하기 위한 자연과의 연대가 아닐 런 지 생각해봅니다.
감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감기는 외부에서 발하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발하는 거고 내부에 쌓인 나쁜 기운을 원래대로 정상화하기위한 자연의 법칙이 작동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스스로 그러하기 위하여 자”연간의 항심(恒心)”이라는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는가 생각해봅니다. 그 항심은 때로는 매우 무심하며 냉혹하기도 할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상처까지도 주기 때문입니다.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생활이야말로 지혜가 밝아지고 큰 재목으로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린 기억해야만 합니다. 어려움과 고통이 행복의 반대말이 아님을 우린 기억하고 성찰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