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223 박일남〈갈대의 순정〉〈정〉〈마음은 서러워도〉〈그리운 희야〉 (2025.07.07.)
오늘은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11번째 절기인 소서(小暑)입니다. 비싸지만 제철 수산물인 민어로 몸 건강에 활력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모레(9일)는 음력 유월 보름날 유두절(流頭節)이니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아서 나쁜 일을 떨쳐버리십시오.
오늘 소개할 대중가요는 박일남 형님의 데뷔곡〈갈대의 순정〉을 포함〈정〉〈마음은 서러워도〉〈그리운 희야〉〈희야〉5곡을 올려드리겠습니다. 박일남(본명 박판용)은 1945년 부산 동대신동에서 태어나 집안의 반대에도 유랑극단 무대를 따라 다니다가 우연히 킹레코드사 박성배 사장을 만나서 1963년〈갈매의 순정〉으로 데뷔했습니다.
상복 없기로 소문난 박일남은 1970년 8월 한 영화 잡지사가 발행한 ‘남자가수 인기 순위’ 집계에서 남진, 나훈아, 최희준, 배호, 배성, 이상열, 조영남, 차중락, 김상진에 이어 10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인기는 많았지만 상복없고, 참 무던하며, 순정파 의리의 가수인 박일남은 1967년〈그리운 희야〉1972년〈희야〉를 발표해 첫사랑을 간직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연예협회 부이사장, 제11대 가수분과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건강하세요.
–〈갈대의 순정〉– 전세일 작사, 오민우 작곡, 박일남(1966년 킹레코드사)
1절.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
사랑엔 약한 것이 사나이 마음 울지를 말어라 / 아 아아아아 아아아아 갈대의 순정
2절. 말없이 보낸 여인이 눈물을 아랴 / 가슴을 파고드는 갈대의 순정 /
못잊어 우는 것은 사나이 마음 울지를 말어라 / 아 아아아아 아아아아 갈대의 순정
〈갈대의 순정〉1963년 박일남의 데뷔곡으로 음반은 1966년 킹레코드사에서 발매를 했습니다. 이 곡은 박일남의 첫사랑인 ‘희야’와 곡을 만든 오민우의 첫사랑인 ‘지숙’을 그리워하면서 쓴 실화를 바탕으로 노래가 만들어졌고 원제〈사나이 순정〉을 박일남이〈갈대의 순정〉으로 바꿨다고 합니다. 음반이 발매되자 중저음의 목소리로 대중들의 인기를 끌어 30만장 이상의 앨범이 밀물처럼 팔려 나갔으며, 특히 여성팬들에게 받은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또한 작사·작곡자의 첫사랑에 얽힌 애뜻한 사연「오민우의 본명은 차상용으로 1935년 평안남도 진남포에서 태어나 1945년 5월에 광주로 이사와 화순, 김제에서 초등학교, 이리동중학교를 졸업한 후에 이리공고를 다니던 시절에 알고 지내던 여자친구(지숙)와 졸업 후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해 만경강 갈대숲 목천교 아래에서 둘만의 사랑을 키워나갔습니다. 그러다 홍익대 법학과에 입학하면서 떨어져 지내게 되었고, 세번이나 사법시험에 낙방하자 군에 입대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지숙은 혼인을 서두르는 가족들 성화에도 그를 기다렸지만 결국에는 집을 나가고 말았습니다.
제대 후 그 소식을 듣고 깊은 죄책감과 후회에 빠지게 되고, 그녀와의 갈대밭 추억에 참회의 마음을 담아 노래로 만들었으며, 오민우라는 필명으로〈갈대의 순정〉을 발표하게 됩니다.」원래 이 곡은 1965년 오민우 작곡〈허무한 마음〉으로 일약 스타가 된 가수 정원(1953년∼2015년)을 위해 준비한 노래였지만 그가 지구레코드사로 소속을 옮기자 킹레코드사 박성배 사장이 신인 박일남을 발굴 그의 데뷔곡이 되었던 것입니다. 작사가의 예명이 전세일로 된 것은 ‘전 세계에서 노래를 제일 잘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전세일(全世一)로 지어줬다고 합니다. 박일남 “작곡가 오민우 선생님이〈갈대의 순정〉을 주면서 불러보라고 했는데, 가사가 마음에 안들어 몇 군데를 고쳤다. 제가 쓴 부분이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였는데 그 가사가 어필된 것 같습니다.”
갈대 출처 나무위키 news-i
☞ ‘갈대’는 물가 습지에서 자라고, ‘억새’는 산언덕 마른 땅에서 자랍니다. ‘억새풀은’ 멀리서 보면 몽실몽실 흰구름 모양으로 보이지만 ‘갈대’는 약간 보라색으로 비단결처럼 잘 정리된 모습으로 보입니다. 필자가 12살 봄까지 보낸 고향 부산 명지 영강리는 낙동강 하구 조그마한 농촌과 어촌마을로 철새들의 낙원이었고, 또한 갈대가 많이 자랐습니다. 그 곳에서는 갈매나무를 베어 지붕도 엮었고, 담장도 만들었으며, 정월대보름 날에는 마을 어른신들께서 낙동강 제방뚝에 커다랗게 달집을 만들어 놓고 주위를 빙빙 돌면서 소원을 빈 후 달집태우기를 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부드럽게 자라난 갈대꽃 부분은 뽑아서 방과 부엌용 빗자루로 만들어 사용하였습니다. 봄에는 “깔품”이라 불리는 갈매 순(筍)을 간식거리로 먹으면서 갈대밭 사이를 뛰어 놀았던 그 어린시절이 그립습니다.
1983년 군복부 중 동문출판사에서 발행한 김수희의 자전적 장편소설「너무합니다」를 휴식시간에 읽었는데 첫 문장이 ‘낙동강 갈대밭’에서의 추억으로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정〉– 박일남 작사, 심승락 작곡, 박일남(1971년 오아시스레코드사)
1절. 당신이 날 버리고 말없이 떠났을 때 / 이 몸은 돌아서서 피눈물을 흘렸다 /
어차피 가실 바엔 정마저 가져가야지 / 정만을 남겨두고 어이 홀로 떠나갔느냐
2절. 당신이 날 버리고 말없이 떠났을 때 / 사나이 이 가슴엔 피눈물이 흘렀다 /
또다시 못 올 바엔 정마저 가져가야지 / 정만을 남겨두고 어이 홀로 떠나갔느냐
〈정〉1971년 가수 박일남이 부른 노래로서 오아시스레코드사에서 발매한 ‘박일남 스테레오 힛트 제1집 정 / 갈매의 순정’ 앨범에 실려있는 타이틀곡입니다. 노랫말을 직접 쓰신 것으로 보아서 첫사랑 ‘희야’에게 말하는 고백을 그대로 담아 전하는 것 같습니다.
1970년대 제목〈정〉으로 발표된 노래는 3곡으로, 1971년 박일남〈정〉방주연〈정〉1976년 아도니스〈정〉입니다. 방주연〈정〉리메이크곡이 1980년 조용필〈정〉입니다.

☞ 남진, 하춘화, 김세환, 송해 선생님과 가수 박일남. 남진 “박일남이 내 해병대 후배로 들어왔다. 그때 후배 가수로 생활하며 쌓였던 감정을 풀었다. 박일남의 히트곡을 들어 보면 솜사탕이 푹 가라앉는 것 같다.” 문주란 “옛날에 깡패들이 식사 초대를 해서 박일남과 함께 갔다. 깡패들이 깐족거리고 나를 희롱하려고 하자 박일남이 상을 엎어 버렸다. 그때 속이 시원했던 것이 안 잊혀진다.” 김세환 “어떻게 하다 보니 친구가 됐다. 신인 때는 박 선배가 무서웠지만, 지금은 선배가 나를 무서워한다,” 싸움에 일가견이 있다는 그가 유일하게 맞았다는 송해 선생님, 박일남 “상가집에서 가수 쪽이랑 코미디언 쪽이랑 시비가 붙었다. 그때 송해가 ‘너는 나오지 말라‘며 뺨을 때렸다,” 송해 선생님 “박일남이 울컥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맞는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라고 때려 줬다. 그때만 해도 상당히 열악했다. 연예인을 경시했다. 공연이 끝나면 허무해서 술을 한잔하게 된다.” 박일남 “그래서 정을 많이 받았고, 그 정으로 살고 있다. 가수는 나의 천직(天職)이다.”
–〈마음은 서러워도〉– 고향 작사, 남국인 작곡, 박일남(1974년 오아시스레코드사)
1절. 미련에 울지 말고 웃으면서 가거라 / 어차피 맺지 못할 너와 나의 사랑을 /
누구에게 원망하리 / 너무나 짧은 행복 끝나버린 이 순간 / 마음은 서러워도 /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 갈 길이 따로 있구나
2절. 미련에 울지 말고 웃으면서 가다오 / 어차피 너와 나는 헤어져야 하니까 /
웃으면서 떠나 가다오 / 너무나 짧은 행복 끝나버린 이 순간 / 마음은 괴로워도 /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 갈 길이 따로 있구나
(당초 2절). 괴로워도 슬퍼도 웃으면서 가거라 / 애당초 잘못 맺은 너와 나의 사랑을 /
누구에게 원망하리 / 너무나 짧은 행복 끝나버린 이 순간 / 마음은 서러워도 /
울지 말고 웃으며 돌아서자 / 서로의 행복을 빌며
〈마음은 서러워도〉박일남이 1974년 부른 노래로 이 곡은 가수 유민(본명 유치관)의 데뷔곡이지만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고 잠시 두 사람이 듀엣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각자 솔로로 전향한 1974년 박일남이 2절 가사를 개사해 부르자 부드럽고 달콤하고, 비음이 적당히 섞인 목소리가 맞아 떨어져 히트해 박일남 곡으로 알려졌던 것입니다. 〈마음은 서러워도〉는 이별의 회환을 단념하고 돌아서는 의지가 애련하게 느껴집니다. ☞ 작사가 고향은 남국인(본명 남정일)의 예명입니다. 1942년 부산 범일동에서 태어나 1959년〈녹슬은 기타〉로 데뷔, 김부자〈당신은 철새〉김상희〈당신을 알고부터〉나훈아〈가지마오〉남진〈님과 함께〉김상진〈고향이 좋아〉설운도〈잃어버린 30년〉이미자 선생님〈비나리는 동백섬〉〈평양기생〉〈슬픈 해당화〉〈은아의 노래〉〈항구는 섧더라〉〈나 혼자 우는 밤〉주현미〈눈물의 부르스〉〈비 내리는 영동교〉등이 있습니다.
〈그리운 희야〉– 김희갑 작사, 김희갑 작곡, 박일남(1967년 킹레코드사)
1절. 희야 희야 나를 두고 어디갔나 / 무정하게 버리고 간 외로운 이 마음 /
이 밤도 슬피 울었다 / 세월이 흘러가도 그대만을 어이 잊으리 /
희야 희야 너를 두고 내가 운다
2절. 희야 희야 너만 홀로 어디갔나 / 몰아치는 비바람에 전등도 꺼진 밤 /
나 홀로 슬피 울었다 / 내 마음 울리고 간 그대만을 내가 못 잊어 /
희야 희야 너를 두고 내가 운다
〈그리운 희야〉1967년 박일남이 부른 노래로 킹레코드사에서 발매한 ‘김희갑 작곡집, 그리운 희야(박일남) / 멀어져 간 사랑(킹보이스)’ 앨범에 실려 있는 타이틀곡입니다. 음반에는 Side A면. 박일남〈그리운 희야〉〈내고향 내 사랑아〉〈정주고 내가 우네〉킹보이스〈멀어져 간 사랑〉〈그대 목소리〉〈금잔듸〉Side B면. 리나박〈별 하나 나 하나〉〈사랑의 속삭임〉〈깊은 정〉킹보이스〈그립다 생각하니〉남궁〈양치는 언덕〉〈일요일에 만납시다〉가 수록됐습니다. 음반 A면 3번째에 실린〈정주고 내가 우네〉(석현/김희갑, 동곡 ‘유정무정’)는 애잔한 가사와 멜로디, 박일남 특유의 저음으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아 1970년 ‘He 5’, 1971년 한웅, 1975년 김훈과 트리퍼스, 1979년 임주리, 1984년 나훈아, 1989년 조용필, 2002년 박진광, 2006년 주현미가 불렀으며, 김연자, 송대관, 최진희, 혜은이, 현철 등이 취입했습니다. 박일남은〈그리운 희야〉에 이어 1972년〈희야〉1974년〈못잊을 희야〉(이정근/김학송)도 시리즈로 발표했습니다.
〈희야〉– 장세용 작사, 장세용 작곡, 박일남(1972년 오아시스레코드사)
1절. 희야 오오 오오 희야 지금 어디 갔나 / 나를 가슴 아픈 나를 /
버리고 어이 떠나갔나 / 아 아아 아 사랑이여 어느 때 만나려나 /
희야 오오 오오 희야 / 오 희야 언제 돌아오나
2절.(아 아아 아아 아) 나를 나를 / (아 아아 아아) 나를 나를 / (아 아아 아아) 그대
/ (아 아 아아아) 나를 나를 / 아 아아아 사랑이여 (아아) 어느 때 만나려나(아 아아) / 희야 오오 오오 희야 / 오 희야 언제 돌아오나 / 언제 돌아오나 / 언제 돌아오나
〈희야〉1972년 박일남이 부른 노래로 2월 10일 오아시스레코드사에서 발매한 ‘희야 / 달님 사랑 해님 사랑(방주연)’ 앨범에 실려있는 타이틀곡입니다. 음반에는 Side A면. 박일남〈희야〉〈어느 소녀가〉〈키사스〉〈고향생각〉〈엽서 한장〉Side B면. 방주연〈달님사랑 해님사랑〉〈여인〉나훈아〈상처〉〈어머님 얼굴〉〈왜왔오〉가 있습니다.
다음엔 7월 15일 탄신일인 김정구〈눈물의 국경〉〈항구의 선술집〉글을 올리겠습니다.
기사작성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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