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구리시립합창단의 정기연주회 , 6월 30일 목요일 저녁 8시 구리아트홀 코스모스 대극장
-‘안녕 희망!’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나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한가득 품어야 희망의 노래
저는 세 자녀가 있습니다.
많은 엄마가 공감하듯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엄마가 되어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바로 다름 아닌 소통이었습니다. 아이는 울거나 칭얼거리며 무언가 자신의 언어를 구사하는데 초보 엄마인 저는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거든요.
아기의 이런 울음은 아프다는 뜻이다.
이런 몸짓은 불편하다는 표현이다.
열이 나면 젤 먼저 이렇게 응급처치를 하는 것이 좋다.
이런 증상을 보이면 이렇다더라, 저런 증상은 저렇다더라
기본적이고 객관적 지침은 책과 인터넷, 그리고 주변 육아 선배들을 통해 해소되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육아는 큰 산으로 다가왔습니다.
고유하다는 라는 말 들어보셨지요?
고유하다는 사전적 의미는 (대상이) 어느 사물에만 특별히 있거나 본래부터 지니고 있다는 뜻입니다.
산너머 산 그리고 또 다른 산… 세상 천지에 하나밖에 없는 나의 고유한 유전자를 가진 아이는 결코 어느 아이와도 같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그에 맞는 육아 방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죠
뭔가 특별해서 다르게 키워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함(personality)을 인정하면서 그것을 거스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회적 객관성을 가지고 키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회적 환경과 맞지 않는다고 하여 운명과도 같은 아이의 고유함을 이리저리 빼고 넣고 하지는 않았을까요? 조금 더 먼저 인생을 걸어온 인생의 선배로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에서 말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더 좋은 삶의 방법을 제시하고 싶어도 아이의 고유한 특성과 맞지 않는다면… 현명한 엄마라면 밤새 머리 싸매고 고민해야 할 일입니다.
이처럼 고유하다(personality)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모든 아이들은 내 아이를 떠나 사회의 한 일원으로써 존중하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정기연주 이야기로 시작해서는 뜬금없는 왜 육아 타령이냐구요? 이번에도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요?
엘 시스테마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1975년 베네수엘라 경제학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는 ‘음악을 위한 사회활동’을 전신으로 엘 시스테마를 조직합니다. 이는 국가지원을 받는 음악교육재단인데 구체적으로는 베네수엘라의 청년 및 유소년을 대상으로 오케스트라, 음악센터, 워크숍을 육성함으로 마약과 범죄로부터 노출된 빈민가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호하자는 취지였습니다.
11명의 빈민가의 아이로 시작된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 전역으로 퍼지고 많은 훌륭한 연주자와 청소년관현악단을 배출하면서 온 세계의 음악교육의 성공적인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각기 다른 상처를 지닌 아이들이 예술 안에서 하나 되고 극복하는 기적은 이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자 … 이번에는 뮤지컬 명성황후에 나오는 한 장면을 떠올려봅니다.
명성황후는 명성황후의 생애를 소재로 1895년 을미사변 100주년 기념으로 1995년 예술의 전당에서 초연되었습니다. 당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죠. 그때 정확히 얼마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들어가서 관람했던 기억이 납니다. 1995년이면 벌써 20여 년 전일입니다. 내용과 구성이야 뭐 나무랄 데가 없었겠죠.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기억나는 것은 한가지입니다.
명성황후가 일본의 검객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되는 장면은 이 공연의 절정과 결말이었지만, 실은 하늘에서 뭇 신하들을 대동하고서 장엄한 합창을 부르는 장면이야말로 이 공연의 백미였습니다. 비탄에 잠겨있는 백성들에게 험난한 앞날에 맞서 줄 것과 조선의 무궁을 기원하는 합창(백성이여 일어나라-솔로와 합창으로 구성)은 묘한 긴장감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더군요.
-동녘 붉은 해 동녘 붉은 해
-스스로 지켜야 하리
-조선이여 무궁하라 흥왕하여라
반복된 선율과 가사 그리고 순차적인 조옮김으로 고조된 클라이맥스의 정점에서 바로 그때였어요. 내 앞에 관람하고 있던 노신사 한 분이 일어나시는 겁니다. 게다가 그 분은 외국인이었죠. 같이 관람하던 아내로 보이는 분도 일어나고 그리고는 하나, 둘 씩… 결국 모든 관객들은 감동으로 일어섰습니다.
-동녘 붉은 해 동녘 붉은 해
-스스로 지켜야 하리
-조선이여 무궁하라 흥왕하여라
그러고는 함께 목이 터져라 부르던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시대적 분위기에는 흔한 일이 아니어서 여기저기 뉴스와 일간지에 소개되기도 했었죠.
오늘은 육아에 엘 시스테마에 명성황후에… 왠 사설이 이렇게나 기냐구요?
구리시립합창단의 이번 정기연주회는 바로 코로나로 긴 터널을 지나온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엘 시스테마도 명성황후도 각기 다른 사람들을 하나의 감동으로 응집시킨 것처럼 두 가지 테마로 연주되는 이번 연주회도 그 안에 녹아있는 희망의 에너지로 그와 같을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이랄까.
간단하게 곡을 알아보겠습니다
제 1무대는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 그리고 제 2무대는 이순교의 나의 조국 대한민국입니다.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는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Kyrie), 영광(Gloria), 사도신경(Credo), 거룩(Sanctus), 복 있도다(Benedictus), 하나님의 어린 양(Agnus Dei) 이렇게 6곡으로 4부 합창과 4부 솔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의 총 19개의 미사 중 16번째 곡으로 그의 나이 23세에 작곡한 곡입니다.
모차르트가 향년 35세에 생을 마감했으니 23세라는 나이는 그의 음악의 전반적인 절정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 곡 한 곡 그의 곡에는 신에 대한 깊은 신뢰와 두려운 인생에 가시밭길의 아픔을 온전히 신에게 의지하는 인간의 실상을 그려냅니다. 마치 코로나 앞에 우리가 죽음앞에 그의 모습이 그러했듯이 말이죠. 제2곡인 주께 영광은 삼위일체의 주를 찬송하고 하나님의 위엄을 장대한 선율과 합창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제3곡 사도신경은 죄 사함을 고백하고 제4, 5곡은 아름다운 전주와 4중창이 감동적으로 보여주며 마지막 하나님의 어린 양에서 주님의 고난을 이야기하고 1곡의 선율을 다시 보여주면서 강렬한 합창으로 마무리됩니다.
모차르트는 신동으로 태어나 불꽃처럼 살다 간 음악사상 최고의 천재입니다. 그러나 그의 화려한 명성 뒤에는 허망한 죽음이 있습니다. 당시 그는 열과 발진, 사지통을 앓다가 단 15일 만에 죽음을 맞습니다. 당시 기록에 의하면 독살당했다는 무성한 소문도 있었죠.
그는 다가올 운명에 불안감, 인생의 가시밭길의 아픔을 온전히 신에게 의지하는 인간의 실상을 그의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하면서 혹 다가올 미래를 예측했을지도 모릅니다.그는 자신이 이렇게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리라고는 상상이나 했을까요?
제2무대는 이순교 곡 대한민국으로 총 5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제1곡으로 시작하여 2곡 자랑스러운 발전의 대한민국을 우렁차게 노래하고 곡 사이 파랑새를 등장시켜 암울했던 근현대사를 반영하면서 2002년을 연상시키는 대한민국을 외치며 관중을 연주에 참여시킵니다. 이어지는 3번째 무궁화와 4번째 백두산아는 한민족의 진취적이고 강한 한민족의 에너지를 만방에 펼치는 곡입니다.
연주준비를 하는 내내 감동과 북돋는 에너지로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참 신비합니다. 내 몸 구석구석 얼마 남지도 않은 애국심이란 애국심은 다 끌어다가 모아놓은 것처럼 가사며 선율이며 어찌나 비장한지요.
-동녘 붉은 해 동녘 붉은 해
-스스로 지켜야 하리
-조선이여 무궁하라 흥왕하여라
명성황후의 다른 버전인양 부르는 내내 도시락에 폭탄을 숨겨 투척한 윤봉길 의사나 총성과 함께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안중근 의사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코로나가 끝나가는 것 같습니다. 구리시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또 제 2. 3의 코로나가 오지 않겠습니까?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시대를 나눌 만큼 코로나로 인한 인류의 몸과 마음의 상처는 매우 깊습니다. 어릴 적 기억하지도 못하는 받은 상처가 평생 그 사람의 삶을 좌지우지하고 내 안에 잠재해있는 과거의 시간이 문득문득 현실의 나를 찾아오는데…
치유라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요? 과연 우리는 다 안녕하십니까?
사랑하는 구리시민 여러분
예술은 응어리진 영혼에 원천적인 위로를 줍니다. 그리고 각각의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주는 마술을 부립니다.그래서 현명한 리더는 예술을 귀하게 여깁니다.
제15회 구리시립합창단 정기연주회
6월의 마지막 목요일 저녁 8시
구리시립합창단의 연주를 아직 관람하지 못한 분이 있다면 이번 기회 놓치지 마셔요.
새로운 시대로 도약하는 희망찬 구리시 위로와 용기를 가득 품고 구리시민이 하나 되는 그 시작점에 바로 구리시립합창단이 있겠습니다.
*상기 컬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