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자랑하는 바이올린의 거장 정경화씨의 연주가 지난 5월 20일에 ‘구리아트홀’에서 있었다. 구리아트홀은 화려한 전등불과 웅장한 자태로 청중들을 맞이 하고 있었다. 로비는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로 꽉 차있었고,모두들 상기된 모습이었다.
필자도 우리 동네 구리시에서 정경화씨를 만난다는 사실과 어린 시절의 추억이 교차하면서 묘한 설레임이 일었다.
중 1때인가? 음악선생님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정경화씨의 연주회에 참석했다. 그 당시 열정적인 액션과 완벽한 연주는 소녀에게 꿈과 열정을 심어줬었다.
팜플렛에 연주자가 변경되었다는 안내지가 첨부되었다. 피아니스트가 응급수술을 받게 되어 ‘듀오연주’가 불가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원래는 포레, 프로코피예프,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를 케빈케너와 연주하는 것이었는데,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레파토리로 변경된 것이다.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는 바이올린 음악의 경전이라고 불리며, 피아노 반주없이 4개의 현으로 인간의 희로애락과 이를 초월한 지고의 가치까지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곡들이다. ‘소나타’는 “느림-빠름,-느림-빠름”의 4악장으로 구성된 곡이고, ‘파르티타’는 다양한 형식의 춤곡으로 구성되었다. 바흐의 ‘소나타’가 종교적 깊이와 따뜻함과 엄숙함을 지닌다면, ‘파르티타’는 다소 세속적인 느낌을 전한다.
연주 시작전 정경화씨는 레퍼토리 변경이유와 연주할 곡들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해줘서 마치 해설(이야기)가 있는 연주회가 되었다. 간간히 정경화씨가 1954년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히기 시작하면서 느꼈던 느낌이나 기억들도 설명을 해주어 관객들로부터 연주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꼈다.
콘서트 연주드레스가 아닌 바지를 입어 상의와 잘 어울리는 ‘피터팬’이 연상될 정도로 가볍고, 때로는 거세게, 도발적인 힘이 넘치는 연주였다.
고난도의 연주기술, 고도의 집중력과 예술적 깊이가 요구되는 곡들인데, 훌륭하게 연주되었고, 거장의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청중은 바흐의 선율에 몰입되었고, 감동적인 연주에 뜨거운 갈채를 보냈다.
관객의 연주곡 종료를 모르고 치는 어색한 박수에 정경화씨는 미소로 넘어가는 여유를 보여 주었고, 연주회 내내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관객들 모두 행복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본다.
끊임없는 노력과 음악에의 열정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기립박수하는 청중의 요구에 4번의 앵콜연주로 답하였고, 마지막 앵콜에 연주하기 전에 “관객들의 여러분들의 “영혼과 사랑, 희망과 기쁨”을 위하여 드립니다.” 라는 말을 하고 연주를 하여 잠시 황홀한 느낌도 들었다.
연주회를 마친 후에는 팬사인회를 가져서 청중과 호흡하는 따듯한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 팬사인회에서는 2층 로비에 길게 늘어선 어린이부터 70대 어르신들도 서서 정경화씨를 기다리고 가지고 간 종이나, 포스터, 구입한 CD에 사인을 받곤 했다. 특히, 금성초나 삼육초중,예원중 ,서울예고 등의 교복을 입어 그들이 음악을 준비 중인 친구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정경화씨는 일일이 전공악기가 무엇인지? 힘든 점이 무엇인지? 정경화씨의 어릴 적에 힘들었었고, 그 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자상하게 설명해 주었다. 작은 미소를 짓게 만들었던 점은 본인이 원하면, 손등이나, 옷에도 정경화씨 서명을 하였고, 서명에는 하트모양을 그려 주어 팬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였다. 70대 할머님은 노인우대(?)를 강조하며, 순서를 앞당겨 달라며 요구하자, 편안하게 요구를 들어주어 서명해드리고 “어! 나랑 나이가 별로 차이 안나는데…” 라고 해서 주위의 팬들이 작은 웃음소리를 냈다. 인상적인 것은 중년의 신사분이 30년전에 구입해서 소장 중인 정경화 씨 연주 레코드를 가져와서 서명을 부탁하였다.
관객들은 손꼽아 기다렸던 구리아트홀 개관 3주년 빅이벤트인 정경화 리사이틀에 매우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어릴 적 우상이었던 정경화씨, 감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아우라와 힘, 세계적 명성의 정경화씨가 구리아트홀에서 연주했을 때, 어릴 때 느꼈던 강한 힘 보다는 원숙미, 편안함 ,그리고 인생을 느꼈다.
구리시에 어려운 걸음으로 온 정경화씨의 방문에 존경과 사랑을 표하며, 구리아트홀 관계자들에게도 심심한 사의를 전한다.
청아한 바흐의 ‘사콘느’선율은 귓전을 맴돌고, 차창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봄바람을 맞으며,한강변을 달려본다.
글쓴이 허순옥(news-i신문 음악전문 객원기자)
서울예고 졸업 바이올린전공
이화여대 관현악과 졸업 바이올린전공
업스즈키메쏘드 강사,
연세대 사회교육원 유아음악 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