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해경, 포켓몬스터, 장화신은 고양이, 닌자거북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어른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황당무계한 상상속 존재 내지는 괴물일 것이고 상상속에서 아직 즐거움을 찾는 어린이의 눈으로 본다면, 그들은 가끔 내 꿈속에도 나타나고, 때로는 내게 힘든 일이 있거나 무서운 일이 있을때면, 나를 지켜줄수 있는 든든하고 힘센 친구일 것이다.
그렇게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괴물, 상상속의 친구들이 오롯이 현실의 옷을 입고 우리 곁에 나타났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에… 아이가 세상에 와서 처음 접하는 것들은 모두 크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하늘아래 내 뜻대로 마음껏 내달려보고 싶지만, 자동차란 괴물을 피해야 하고 늘 좋기만 해야 하는 엄마도 때로는 무시무시한 얼굴로 변해버리기도 한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두려움이란 도구로 우리 어른들은 괴물을 쉽게 일상속에 등장시켜준다. “저기 무서운 게 있어.” “호랑이가 어흥한다.” “엄마 손 놓으면 망태할아버지가 잡아갈 거야.” 이런 얘기 한 마디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 속, 미지의 두려운 존재들은 여러 번 듣다보면 어느 새 친숙해진다. 무섭다는 호랑이는 시리얼 포장에서 힘을 불어넣어주고, 공포스런 악어는 어린이 프로그램 뽀로로의 귀여운 크롱친구이다.
아이의 마음이 자라며 어느 새 맹수의 왕, 호랑이와 사자는 아이의 순진한 마음속에서, 나를 대신해 나쁜 것을 물리쳐주는 친구가 된다. 그 호랑이는 어른들의 생각대로 네 발에 각각 발톱이 4개씩 달려있는게 아니라 화난 얼굴의 둥근 발 끝에는 발톱이 크고 뾰족하게 하나만 달려있고, 꼬리에는 벙어리장갑뭉치가 달려있다. 사자는 평화롭고 부드러운 분홍색 몸통에 화사한 민트그린 갈기를 달고 다리가 일곱개나 되지만, 미소짓고 있다.
아이들이 충치가 생겼을 때, 치료 후 때워주는 레진을 녹여 스티로폼과 석고로 제작한 틀에 부어 굳힌 후 크레파스로 일일이 색을 곱게 입혔다. 예전 어떤 심리학 강의에서 그런 얘기를 들었다. 사람은 크레파스를 손에 쥐었을 때 가장 쉽게 동심으로 돌아가기에 상담실에 크레파스를 준비해둔다고. 아이들의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며 크레파스로 색을 입힌 세심함이 따스하게 다가온다. 길에서 흔하게 마주치던 고양이는 어느 새, 여러가지 복잡한 무늬의 옷들을 멋지게 조화시킨 패셔니스타가 되어 고고히 자태를 뽐내고, 휴식을 찾아 깨끗하고 먼 바다로 떠나고 싶어하는 우리의 마음들은, 내가 원하는 것보다 더 잘 그려져 머리 위에 왕관처럼 씌워져 있다. 어디 멀리 있는 이상향이 아닌, 집에서 나와 길을 건너 모퉁이를 돌기만 하면 바로 상상속의 친구들을 반갑게 마주칠 것 같은 상상의 향연이다. 양 옆으로 싱싱한 풀과 야생화가 우거진 계단을 지나 조금만 지나면 동네 공원 나무벤치에 앉아있을 법한 클랜씨도 있고, 그 뒤 평평한 광장으로 나서면 하얀 구름 아래에서, 학교 건물만큼 커보이는 연녹색 괴물친구가 깨끗하게 맑은 외눈을 동그랗게 뜬 채 다시 걷기 위해, 잠시 쉬어가며 한 숨 돌리는 모습도 마주칠 것만 같다. 알록달록 동그랗고 밝고 귀여운 상상 속 친구들을 전시회장에서 보며 알차게 준비된 체험북을 그리거나 벽화에 내 마음의 빛깔을 채워넣고 있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역시 내 생각이 맞아, 이 친구들은 실제라니까?’ 라는 듯, 얼굴에서 귀여운 미소가 둥실둥실 꿈빛처럼 떠오른다.
어른들은 갸우뚱 갸우뚱 ‘왜 다리가 일곱개야?’ 이런 어른들이 신기한지 아이들은 열심히 설명해준다. “다리가 많으면 빨리 달릴 수 있고, 피곤할 땐 번갈아가며 쉴 수 있잖아요. 나도 가끔은 팔이 6개 쯤 되었으면 생각해요.” 꿈과 가능성으로 가득한 아이들은 즐거운 상상여행이 될 것이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내는 어른들에게는 일상에 시달려 꽁꽁 얼어버린 인절미같은 창의력을 살살 녹여 다시 한번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볼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한 번 쯤, 아이와 어른이 각자의 상상마을을 서로에게 안내하며, 내게 힘이 되어주는 마음 속 상상친구를 소개하며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기사작성 김지현자유기고가(jykim289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