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대당성세(大唐盛世), 역사적 사실일까? (1부)
시진핑은 2013년 중국의 국가주석으로 취임한 이래 중국몽(中國夢)과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역동적으로 야심차게 추진해오고 있다. ‘중국의 꿈’이란 뜻인 中國夢은 청나라가 아편전쟁으로 침몰하기 전까지 세계를 호령했던 대X제국(중국)의 전성기를 재현하겠다는 사업으로, 중국이 가장 앞세우는 나라는 중국의 아이콘인 한(漢)나라가 아니라 바로 대당(大唐)제국이다.
일대(一帶=One Belt)와 일로(一路=One Road)의 합성어인 일대일로 사업은 육상과 해상을 잇는 현대판 실크로드 프로젝트이다.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줄인 말인 일대(一帶) 사업은 중국에서 도로와 철도를 이용해 육상으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을 연결하는 프로젝트이고, ‘현대판 해상 실크로드’를 줄인 말인 일로(一路) 사업은 회원국의 항만을 이어 해로로 중동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연결하는 프로젝트이다.
시진핑은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거대한 경제특구를 구축해 중국 최고 전성기인 ‘대당성세’(大唐盛世)를 다시 재현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으로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영향권을 넓혀 G2의 2인자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최강자 미국을 제치고 세계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 최종목표이다.
또한 등소평의 개혁·개방 이후 심화되고 있는 빈부의 격차를 줄여 모든 인민이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고, 의료·교육 등의 균등한 공공서비스의 보급과 국가를 보위하는 강한 군대의 육성을 목표로 삼았다. 중국 공산당 창당 이래 그야말로 백년의 꿈이었던 온포(温饱)사회, 소강(小康)사회, 대동(大同)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현재 시진핑이 본격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 이전의 계획으로 의식주 해결 단계인 온포사회는 인민들이 따뜻하게 자고 배부르게 먹게 만들겠다는 계획이었고, 2020년을 목표로 하는 소강사회는 경제발전, 민주정치, 문화창달, 좋은 환경과 윤택한 생활, 국력신장 등 경제·정치·문화가 조화롭게 발전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며, 대동사회는 그야말로 천국과 같은 이상적인 사회를 일컫는 것으로 서양의 유토피아나 파라다이스와 같은 개념의 사회이다.
이렇듯 시진핑이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다름 아닌 중국 영토의 확충에 있다고 하겠다. 중앙아시아와 중동지역을 중국의 경제특구로 편입시켜 그 지역을 중국경제의 영향권에 두겠다면서, 국가를 보위한다는 명목으로 강군을 육성하겠다는 의도는 단순한 경제권역의 확충이 아니라, 그 지역을 실제 중국영토로 편입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은 ‘대당성세(大唐盛世)’를 구호로 하여 이를 다시 재현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왜냐하면 중국인들은 당나라가 현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선조인 동돌궐과 서돌궐을 차례로 정벌했으며 우리 민족의 선조인 고구려와 백제를 항복시키는 등, 주변국들을 멸망시켜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가졌으며 국가의 위세가 가장 드높았기에 대당성세를 중국 최고의 전성기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인들의 역사인식은 잠수함의 등급분류에 잘 나타나 있다. 중국 해군은 Kilo급과 초기 031형(Golf급)과 033형(Romeo급)을 제외한 나머지는 중국 고대왕조의 국호로 잠수함의 등급을 구별하고 있다. 즉 중국인들이 인식하고 있는 고대 왕조에 대한 평가 순서에 따라 정했다는 사실이다.
즉 재래식 잠수함의 035급은 明급, 039급(2천톤)은 宋급, 041급은 元급이고, 핵잠수함의 091급(5천톤)은 漢급, 092급(7천톤)은 夏급, 093급은 商급, 094급은 晋급, 095급(2만톤)/096급은 당(唐)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 최상급을 당급이라 하는 이유는 바로 당나라를 중국 역사상 최고의 나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대당성세는 실제로 있었던 역사가 아니라, 중국 특유의 과장된 미사구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시진핑은 과연 알고 있을까?
중국의 역사가 얼마나 미천했으면 고구려와 돌궐에게 동네북이었던 그 하찮은 당나라 역사를 최고로 친단 말인가! 시진핑 역시 역사에 대해 문외한이기 때문에 현재 중국의 역사는 5%만 진짜고 나머지는 허구라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의 중국의 일부’라고 말했고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당성세’를 주창한 것이다. 그는 진짜 역사를 새로 공부해야 할 것이다.
대당성세, 역사적 사실일까?
당나라 하면 누가 뭐래도 2대 태종 이세민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이름 世民은 제세안민(濟世安民)을 줄인 말로, 세상을 구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라는 뜻이다. 당 태종은 진시황, 한무제와 더불어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황제로 꼽힐 뿐만 아니라, ‘정관(貞觀)의 치’를 이룩해 그야말로 청나라 강희제와 더불어 최고의 명군으로 칭송받는 인물이다. 지금부터 당 태종 이세민이 그러한 인물인지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기로 하겠다.
양광이 고구려 원정에서 3차례나 처참하게 패하자 수나라는 내란이 일어나 결국 망하게 된다. 태원을 지키던 이연(李淵)이 돌궐의 도움으로 수나라 도성 장안을 점령하니 양광은 도성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외지에서 머물다가 정변을 일으킨 자신의 친위군들에게 목이 졸리는 죽임을 당한다. 이로써 수나라는 3대 37년 만에 망하고 618년 당나라가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 각지에서는 양제를 시해한 우문화급, 하남의 이밀과 왕세충, 하북의 두건덕 등 군웅이 할거하고 있었다. 반란세력 중 우문화급과 이밀이 제거됨으로써 왕세충과 두건덕으로 압축되었다가, 이세민이 이들을 제압하고 잔존세력을 소탕함으로써 중국은 당나라 천하가 되었다.
이후 이세민의 권세는 점점 커져갔고, 인기 또한 하늘을 찔렀다. 이를 불안하게 여긴 태자인 형 이건성과 동생 이원길은 이세민을 죽이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를 입수한 세민은 오히려 이를 역이용해 정변을 일으킨다. 626년 7월 2일, 세민이 부왕을 알현해 형제들이 자기를 죽이려한다고 아뢰니, 이연은 지체 없이 그들을 대전으로 들라는 어명을 내렸다.
태자와 원길이 소수의 허가된 병력만을 데리고 현무문으로 들어오자 매복하고 있던 세민의 군사들이 화살을 쏘아 태자의 수하들을 죽인다. 세민이 나타나자 원길이 화살을 세 발이나 쏘았으나 맞히지 못했고, 세민은 형 건성을 한 번의 화살로 쓰러뜨렸다. 이렇듯 되치기 정변이 성공한 이유는 태자의 수하였던 현무문의 수문장이 세민에게 매수당해 태자를 배반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당나라판 왕자의 난인 ‘현무문의 변(玄武門之變)’이다.
세민은 권력을 쥐기 위해서는 친형제도 죽일 수 있다는 냉혹함과, 형의 아들 5명과 동생 의 아들 5명 도합 10명의 조카를 죽여 아예 복수의 싹을 싹둑 잘라버리는 잔인함까지 보여준다. 이어 세민은 대전으로 들어가 부왕에게 형과 아우가 반란을 일으켜 ‘선 조치 후 보고’ 한 것이며 이렇게 된 것 모두가 부왕의 잘못이라고 협박하니, 이연은 놀라며 세민에게 모든 병권을 내주고 별궁에 유폐당한 상태에서 3일 뒤 강압에 못 이겨 세민을 태자로 삼고 2개월 뒤에는 양위를 해야만 했다.
626년 세민이 드디어 당나라의 두 번째 왕으로 등극해 이듬해에 연호를 정관(貞觀)이라 하니, 이가 바로 당 태종인 것이다. 이연은 635년에 죽을 때까지 거의 유폐된 상태로 지냈으나, 태자 건성에게 세민을 죽이라고 충고했던 위징은 오히려 재상으로 중용되었고 나중에 신료들 중 가장 높은 승상의 직위까지 오르게 된다. 이 점이 바로 역사가들이 당태종을 특별하게 평가하는 이유인 것이다.
다음 연재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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